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JX금속 상대 손배소송 패소

최성국 기자 2024. 6. 2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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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일본 전범기업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당한 피해자들의 유족이 현 일본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광주지법 민사8단독 김정철 부장판사는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2명의 유족들이 일본기업 JX금속 주식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했다고 26일 밝혔다.

유족들은 일본 전범기업인 일본광업의 강제동원으로 인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정신적 피해를 봤음이 명백하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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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일본광업-JX금속 연관 관계 등 증거 부족"
광주지방법원별관의 모습./뉴스1 DB ⓒ News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일제강점기 일본 전범기업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당한 피해자들의 유족이 현 일본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당시 전범기업과 현재 기업의 연관성을 피해자가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 등에서다.

광주지법 민사8단독 김정철 부장판사는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2명의 유족들이 일본기업 JX금속 주식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했다고 26일 밝혔다.

JX금속의 전신은 일제강점기 광산 개발, 채취 등 사업을 영위하며 전범국가인 일본국에 군수물자를 조달하던 일본광업이다.

A 씨는 1945년 2월쯤 고향에서 일본경찰과 면사무소 직원에 붙잡혀 강제로 일본행 배를 타게 됐다.

일본 도치기현 소재 일본광업 기도가사와 광산으로 끌려간 A 씨는 같은해 9월까지 광부로 강제노역을 해야만 했다.

그는 생전 "일본인의 구타가 심했고 임금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2~3일을 굶는 일도 잦았다"고 유족들에게 전했다.

이곳에서 도망치는 사람들은 모질게 맞아 거의 반죽음 상태에 놓였고 임시로 마련된 굴 안에서 잠을 자는 등 "오늘은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매일 반복했다고 가족들에게 경험담을 남겼다.

A 씨는 광복 후 고국으로 겨우 돌아왔지만 진폐증 후유증으로 지난 1980년 숨졌다.

또다른 피해자인 B씨는 1942년 8월쯤 전남 장성군에서 들일을 하던 중 강제연행됐다. 배우자와 두 딸에게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채 일본 이바라키현에 위치한 히타치 광산에 강제 동원됐다.

B씨는 위험한 갱내에서 운반하는 일을 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받았고 탄광 내 인부들이 자주 숨지는 모습도 목격했다.

일본인의 잦은 구타로 크게 다친 B씨는 귀국 후에도 신체적 후유증을 겪다가 1992년 숨졌다.

유족들은 일본 전범기업인 일본광업의 강제동원으로 인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정신적 피해를 봤음이 명백하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본광업이 JX금속의 전신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1929년 설립된 회사가 아니라 2002년에 설립된 회사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광업의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요건 사실과 관련된 원고들의 증명도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사망한 A 씨와 B 씨가 조선인 노동자에 관한 조사결과 명부에 등장하는 이름으로 창씨개명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가 없고 자료상 노역지와 노역 일자 등이 다른 점 등을 볼 때 피고가 일본국 정부와 공모해 피해자들을 강제노역 시켰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일제강점기는 국권마저 상실했던 시기다.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피해 당사자들은 인격적 피해, 월급 미지급 등에 대한 확인서를 받아올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아니었다. 피해자들이 피해를 입증한다는 건 대단히 어렵다. 판결 결과에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를 시사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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