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초딩 시절 농촌으로 유학 갔단 사실" 선배 맘이 알려주는 농촌유학의 모든 것

조지윤 기자 george@donga.com 2024. 6. 26. 10: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농촌유학 4년 차인 베테랑 엄마부터 이제 막 1학기를 마무리한 새내기 엄마까지 모였다. 농촌유학 전문가들이 말아주는 농촌유학에 관한 A to Z.

‘유학’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흔히 국내에서 해외로, 지방에서 서울로 공부하러 오는 것을 유학이라고 불렀던 과거와 달리 최근 농촌으로 유학을 떠나는 도시 아이들이 늘면서다. 농촌유학은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농산어촌 지역의 작은 학교로 전학 가서 6개월 이상 생활하는 것을 일컫는다. 거주 유형에 따라 가족 전체 혹은 일부가 해당 마을로 이주하는 '가족체류형’, 농가 부모와 생활하는 '홈스테이형’, 활동가와 함께 기숙사형 유학 센터에서 생활하는 '유학센터형’ 3가지로 나뉜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지난 2021년 전라남도를 시작으로 이듬해 전라북도, 2023년 강원도까지 확대해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 충청남도교육청과 인천광역시교육청도 농촌유학 시범 사업을 운영하는 등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1학기 농촌유학에 참여하는 서울 학생은 총 305명으로 전년(235명) 대비 29.7% 늘어났다.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교육받고, 다채로운 창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는다. 한 번쯤 시골에서 살아가는 것을 꿈꿨던 도시의 부모들에게도 좋은 기회다.

하지만 막상 농촌유학을 결정하기에 앞서 겁부터 덜컥 나는 것도 사실이다. 연고 없는 지역에서 살아가는 막막함부터 아파트가 아닌 시골 주택에서의 일상, 언젠가 도시로 돌아올 아이들의 학업 문제까지. 눈앞에 쌓인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농촌유학을 기분 좋은 상상으로만 남겨두는 이들이 많은 까닭이다. 이에 가족체류형으로 농촌유학을 떠난 4명의 선배 엄마들에게 농촌유학을 고민하는 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5가지를 물었다. 단, 학교·지역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하길.

도시에서만 살던 아이, 농촌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정완 농촌, 특히 인원이 적은 학교 아이들은 새 친구가 전학 오는 것을 정말 기뻐해요. 다들 환영해주고, 반겨줘서 처음부터 같이 어울려 지내기 수월했어요.
지현 제가 유학 온 지역은 4년 정도 농촌유학이 진행된 곳이라 아이들이 만남과 이별을 많이 겪었더라고요. '언젠가 갈 친구’라는 인식 때문에 처음에는 마음을 열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재학생, 유학생 가릴 것 없이 아이들답게 서로 잘 어울리더라고요.

효선 오히려 대인관계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농촌유학을 와서 배워갈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해요. 지역 아이들 마음도 많이 열려 있고, 한 학급 인원이 10명도 채 안 될 만큼 소수다 보니 선생님들도 많이 신경 써주세요. 아이 하나하나에 관심이 많고 문제가 있을 때 바로 캐치해서 가정에 전해주기도 하고요. 1학기만 하고 돌아올 생각으로 농촌유학을 갔는데, 막상 아이들이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다고 해서 유학 기간을 연장했어요.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농촌 생활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소정 실상 농촌에서 부모들의 삶이 마냥 한적한 것은 아니에요. 대중교통이 잘 안 돼 있어서 부모가 아이를 직접 픽업해야 하고, 아이와 거의 동일하게 움직이는 생활을 해야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 학교 끝나고 잠깐이라도 개울가에서 발을 담그거나 오디를 따 먹는 등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참 좋아요. 도시에서는 주변을 둘러볼 시간 없이 직진만 했다면, 여기서는 저도 쉼표를 찍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어요.

효선 생활적인 불편함은 있죠. 주택에 살다 보니 쓰레기 처리하는 것도 어려웠고, 신호등이 거의 없어서 운전하는 것도 도시랑은 다르고요. 가끔은 예전 살던 곳의 친구들이 보고 싶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죠.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데 있어서는 훨씬 좋아요. 전교생 대부분이 방과 후에 돌봄교실을 갔다가, 지역아동센터에서 저녁도 먹고 오후 6시가 다 돼서 귀가해요. 지자체에서 아이들을 같이 키우는 느낌이에요. 덕분에 저도 낮에 할 일을 하고 쉴 수 있어 아이들이 저녁에 오면 더 집중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지현 서울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마을과 학교 일을 돕기 위한 회의도 진행하고, 마을 일손 돕기 아르바이트나 평생교육기관,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하고요. 시골 장 구경하기, 집 앞 텃밭 가꾸기 등으로 시간을 보내요. 마을 연계 사업을 구상하거나 학위에 도전해서 수업을 듣는 분들도 계세요.

농촌유학 경험자들은 공통적으로 자연친화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소규모 교육 환경에서 오는 섬세함을 장점으로 꼽았다.
농촌유학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은 무엇인가요.

소정 홍천과 평창 두 지역에서 농촌유학을 경험했는데, 지역마다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자연적 경험이 달라요. 홍천은 오대산에서의 특별활동이 주를 이루고, 평창에선 스키와 관련한 스포츠 수업이 진행돼요. 어촌 학교에서는 수상스포츠를 배운다고도 하네요.

지현 아이들은 하교 후 엄마한테 허락 안 받고도 이웃집 벨을 눌러서 친구랑 같이 노는 게 즐겁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부모 입장에서는 스케이트, 승마, 숲 체험 등 학교에서 진행하는 다채로운 도전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이 외에도 마을 어르신들의 집을 방문해서 절기에 나는 작물을 따고, 방금 낳은 달걀도 꺼내보면서 자연스레 시골 생활을 경험할 수 있고요.

효선 농촌유학을 올 때는 골프, 승마, 가야금 등 특색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어요. 도시에서는 쉽게 배울 수 없는 이런 교육을 받는 것도 물론 좋지만, 막상 와보니 아이가 자연을 배운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더라고요.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가 온갖 식물과 곤충 이름을 다 알아요. 수시로 식물을 심기도 하고 캐기도 하면서 자연스레 익히더라고요. 제가 몰라서 해줄 수 없는 부분이었는데, 아이가 자연 친화적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인상 깊었어요.

농촌 생활을 하면서 아이 학업이 뒤처지지 않을까 고민도 많습니다.

지현 선생님들께서 성실하게 공교육 과정을 가르치고 계시고,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온라인 수업이나 개인 공부로 채우는 중이라 크게 걱정 안 하고 있어요. 오히려 따로 주시는 문제집이나 0교시에 추가로 진행되는 수업의 양이 서울보다 많아서 가랑이가 찢어지는 중입니다(웃음).

정완 도시에서 사교육을 많이 받던 분들이라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신 방과 후 수업이 다양해서 사교육비를 들이지 않고 바이올린, 피아노 등을 1:1로 저렴하게 배울 수 있어요. 특히 영어는 원어민 선생님이 1:1로 코치해주고요. 저희는 중학교 아이까지 농촌에서 보내고 있는데, 초등학교보다 중학교 농촌유학에 대한 만족도가 훨씬 높아요. 학교에서 공동체 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사춘기도 덜하고요.

효선 냉정하게 학업은 이제 좀 내려놔야 해요. 외부 활동이 많고 학년 전체 활동도 많다 보니 아무래도 사교육을 시키기가 힘들어요. 저도 학원에 의지했던 편이라서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고 왔어요. 대신 이곳은 영재원이나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교육에 참여하기가 비교적 수월해요. 아이가 학원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영재원 수업은 재미있어하더라고요. 엄마의 의지만 있으면 농촌에서도 국가가 제공하는 교육을 잘 활용할 기회가 많아요.

농촌유학, 어떤 아이에게 추천하나요.

정완 요즘 귀농이나 귀촌에 대한 로망을 갖는 분들이 부쩍 늘었어요. 농촌유학은 특정 성향의 아이나 부모에게 추천한다기보다는, 아이든 부모든 해보고 싶다면 도전해보는 걸 권해요. 해외도 아니고, 시골도 사실 차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에 겁내지 않아도 돼요.

소정 저는 도시에 사는 아이 모두 한 번쯤 농촌 학교를 경험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도시에서는 주변의 말에 휩쓸리기 쉬워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어요. 시골로 오면서 주변 환경을 크게 바꾸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진정으로 원하고 하고 싶은 것을 자각할 수 있고요.

지현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할 아이가 학교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시골 학교에서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해요. 시골 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 집중적으로 선생님의 케어를 받을 수 있고, 다양한 체험 활동으로 오감을 만족하며 즐겁게 다닐 수 있을 거예요. 단독으로 시골에 내려오는 것에 두려움이 크다면 마을 형태로 된 거주지가 있는 곳을, 아이의 특성과 기질에 따라 방과 후 활동이나 특별활동을 살펴보신 후 결정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산촌유학 #농촌유학 #여성동아

사진제공 이정완 윤효선

조지윤 기자 george@donga.com

Copyright © 여성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