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위반에 불법파견 의혹까지…아리셀 대표 처벌 수위는?[배터리공장 화재]
“사상자 규모만 보더라도 역대 선고 뛰어넘을 것”
“파견법 위반 등 더해지면 징역 5년 이상도 예측”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김민지 수습기자] 화재로 사망자 23명을 포함해 모두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소재 일차전지 생산업체 아리셀 대표 등 관계자 5명이 중대재해법 위반 등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이번 사고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사건이며 역대 화학 사업장 화재 사고 중 최다 사망 사고다. 처벌 수위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아리셀 화재 사고에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의 처벌 수위는 ‘안전·보건 확보의무’ 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처법 시행 이후 가장 높은 형량인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대표의 양형에도 안전보건 관계 기관의 지속적 지적에도 사고 위험을 개선하지 않은 부분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건과 유사한 여천NCC 폭발 사고에서는 여천NCC 대표 2명이 중처법 위반 혐의를 받았으나, 검찰은 기소하지 않았다. 4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지만, 법 시행 전인 2021년부터 외부 컨설팅을 받으며 안전관리체계를 정비하는 등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지켰다는 이유다.
이번 아리셀 공장 화재 사건은 지난 1989년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럭키화학 사고로 16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역대 최다 사망자를 기록한 사건이다. 한 변호사는 “안전진단을 해왔는지, 작업자들의 위험성 노출 등을 뒤로 하고서 사상자 규모 만으로만 봐도 중처법 시행 이후 가장 높은 형량인 징역 2년을 넘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화재가 발생하기 이틀 전인 22일에도 2동 1층에서 또 다른 화재가 났다는 점(본보 24일 단독보도 참조)은 처벌 수위를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아리엘 사측은 “비치된 소화기로 작업자들이 자체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때 제대로 된 안전조치가 있었다면 이틀 후 발생한 대규모 사건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점이다. 중처법상 안전 확보 의무 미이행 여부는 추후 경찰 수사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중대재해네트워크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안전보호관리체계를 제대로 구축해서 이런 화재가 발생했을 때 조치를 취할 수 있었는지, 또 조치를 취했는지가 쟁점”이라며 “(이틀 전 화재가 일어났다는 것은) 이는 화재가 발생할 거라고 예고가 된 거와 마찬가지이며,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불법 파견에 따른 파견법 위반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한 업체 메이셀 대표는 계약서 형식상으로는 도급이지만 실질적인 계약 관계는 파견이었다고 진술했다. 메이셀이 실질적으로는 원청인 아리셀에 인력을 파견하는 역할을 했다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 제조업은 파견이 허용되는 업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례고용 위반 혐의도 제기됐다. 사망자 가운데 4명은 ‘방문취업 동포(H2)’ 비자로 국내에 입국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H2 비자를 가진 외국인을 고용하기 위해선 ‘특례고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례고용 허가를 받기 위해선 300인 이하 사업장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 사업장인 경우에만 하능한데, 아리셀의 자본금은 250억원으로 기준을 초과한다.
법조계에선 징역혁의 실형 이상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처벌 수위가 높은 중처법이 일단 적용됐으며 대표 등 관계자들이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 역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수사당국의 판단이 깔려있다는 설명이다. 한 변호사는 “중처법의 시행 이유인 중대 산업재해 엄단는 의지가 있다면, 업무상 과실치사 및 파견법 위반, 중처법 위반 등으로 징역 5년 이상의 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남부경찰청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지난 25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아리셀 박순관 대표 등 5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전원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도 내렸다. 화재 발생 하루 만에 주요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 처벌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고용노동부까지 수사 전담팀을 구성하면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서는 상황에서, 조만간 강제수사로 전환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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