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마이크로소프트, 끼워팔기로 반독점 위반”

오피스·화상회의 소프트웨어 결합 판매에 위법 예비 판정

프랑스 파리 근교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랑스 본부 건물에 이 회사의 로고가 걸려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25일(현지시각) 미국 기술 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화상회의 소프트웨어를 끼워팔기함으로써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잠정 결론을 발표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날 자료를 내어 마이크로소프트가 적어도 2019년 4월부터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팀즈’를 ‘오피스 365’, ‘마이크로소프트 365’ 같은 업무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묶어서 판매함으로써 경쟁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오피스 365’ 등은 문서 작성기(워드프로세서), 표계산 프로그램(스프레드시트) 등이 한 묶음으로 제공되는 업무용 소프트웨어의 표준과도 같은 제품이다. 이 제품의 이런 지배적인 지위를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판매에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집행위원회는 이 회사가 업무용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팀즈를 사용할지 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지 않은 것에 특별히 우려를 표시했다. 게다가 경쟁 업체들의 제품과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연계해서 운용하는 데 제한을 가함으로써 우월적인 지위를 더욱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이 지난해 7월 팀즈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본격 착수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 소프트웨어와 팀즈를 분리해서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조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경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집행위원회는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유럽연합 경쟁 당국은 팀즈가 빠진 오피스 소프트웨어 판매 가격을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것보다 더 내릴 것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경쟁 업체들은 자신들의 화상회의 소프트웨어와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의 연동 사용 조건을 분명히 하고, 이용자들이 화상회의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걸 장려할 추가 대책을 요구한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유럽연합의 팀즈에 대한 반독점 조사는 메시징 플랫폼 슬랙이 2019년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유럽연합은 이날 마이크로소프트에 반독점 심사 보고서를 발송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집행위원회는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종적으로 독점금지 위반 판정을 받을 경우, 전세계 매출의 10%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날 브래드 스미스 사장 명의의 성명을 내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여전히 우려하는 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작업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은 전날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 방침이 ‘디지털시장법’ 규정을 위반했다는 예비 판정을 내리는 등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