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위장한 경찰, 업소서 ‘연애’ 요구하며 몰래 녹음… 위법 수사일까
성매매 단속 경찰관이 손님으로 위장해 영장 없이 대화를 몰래 녹음하거나 업소를 촬영하더라도 형사 재판에서 적법한 증거로 쓸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최근 성매매처벌법 위반(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이 사건은 경기 고양시에서 마사지 업소를 운영하며 성매매를 알선하던 A씨가 2018년 5월 손님으로 위장한 경찰관에게 적발된 것이 발단이다. 단속에 나선 남성 경찰관은 해당 업소에 들어가 ‘연애(성관계를 뜻하는 은어)’가 가능한지 문의하면서 A씨 및 여성 종업원과의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 A씨는 ‘연애’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한 뒤 경찰관을 방으로 안내했다. 이에 종업원이 성관계를 준비하자 경찰관은 단속 사실을 알리며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업소 내부에 비치된 콘돔 등을 촬영했다. 검찰은 A씨를 기소하며 이 내용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A씨 측은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해 기소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확보한 증거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기 때문에 재판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1심은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경찰관이 업소를 단속하면서 한 비밀 녹음 파일은 유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비밀 녹음으로 A씨 등의 기본권이 침해됐고, 형사소송법상 녹음 전 사전 고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법규 위반에 대한 막연한 우려만으로도 수사기관의 비밀 녹음이 언제든지 가능하다면, 투망적 비밀 녹음이 행해질 수 있다. 이는 공권력의 과잉을 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2심은 영장 없이 촬영한 업소 사진에 대해서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했다. 경찰이 A씨 체포 이후에도 사후 영장을 받지 않는 등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은 녹음의 증거능력, 체포 현장에서의 압수수색·검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2심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녹음 파일에 대해 “녹음이 영장 없이 이뤄졌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이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범죄를 수사하면서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방법으로 대화를 녹음한 등의 경우라면 유죄 증거로 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업소 사진에 관해서는 “경찰관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업소를 수색해 체포 원인이 되는 성매매 알선 혐의 사실과 관련해 촬영을 했다”며 “이는 형사소송법에 의해 예외적으로 영장에 의하지 않은 강제처분을 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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