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법정 밖 ‘수싸움’...상고·재항고에 가처분 취하까지

최태원 SK 회장, 이혼소송 2심 상고 이어 고법 경정 조치 불복해 재항고
노소영 나비 관장,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철회하며 주식 매각길 열어줘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혼소송 2심 이후 '수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이 2심 결과에 대해 상고와 재항고를 동시에 제기한 데 이어 노 관장은 최 회장의 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철회했다. 표면상 최 회장의 불복에 노 관장이 관용적 태도를 취한 것처럼 보이지만, 1조원대의 재산 분할액을 받아내기 위한 포석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관련 입장을 얘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 소송대리인은 전날 이혼소송 항소심을 심리한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에 재항고장을 냈다. 앞서 재판부가 "항소심의 주가 산정에 오류가 있다"는 SK의 지적을 받아들여 판결문을 경정(정정)했음에도 "재산 분할 비율에는 영향이 없다"는 기존 판단을 고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최 회장 측은 "단순 경정으로 끝낼 일이 아니라 실질적 내용을 새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하며 재항고의 배경을 밝혔다.

재항고는 항소심에 불복해 최종심을 구하는 상고와 다른 개념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일 이미 상고를 했다. 상고는 이혼소송 2심 본안에 대한 것이고, 재항고는 본안 외의 판결문 경정에 대한 것이다. 둘 다 대법원에서 맡게 된다. 대법원이 재항고를 인용하면 '경정 전 판결문'과 '경정 결정'에 대해 동시 심리를 하게 되고, 재항고를 기각하면 '경정 후 판결문'에 대해서만 심리를 진행한다.

다만 고등법원이 경정을 하면서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이례적으로 잘못을 시인한 만큼, 대법원에서는 재항고 인용 여부와 상관 없이 결국 경정 후 판결문을 심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굳이 최 회장이 상고에 재항고까지 신청한 배경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심리불속행 기각(상고사건을 별도의 심리 없이 기각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4월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2차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최 회장의 강력한 불복 의사와 달리 노 관장은 오히려 한 발 물러섰다. 노 관장은 최근 서울가정법원에 가처분 이의 신청 사건에 대한 항고 취하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가처분은 노 관장이 이혼소송 1심을 진행 중이던 2020년 5월 "최 회장의 SK 주식 650만주(42.29%) 처분을 막아달라"며 신청한 것이다. 최 회장은 이에 맞서 이의를 신청했고, 1심 판결이 나온 뒤에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노 관장은 작년 1월 항고를 신청했다. 이것을 이번에 철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주식을 매각할 길이 열렸다.

법적으로는 노 관장이 최 회장의 이의를 받아들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른 목적이 있다. 1심 재판부는 노 관장에게 지급할 위자료를 1억원, 재산 분할액을 665억원으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위자료 20억원, 재산 분할액 1조3808억원으로 판결해 노 관장의 몫을 20배 이상 높게 책정했다.

재산 3.9조원 중 예금액 452억 불과...실탄 마련방안은 주식뿐

2심 재판부가 판단한 최 회장의 순재산은 3조9883억원(혼인관계 파탄 이후 재산 제외)이다. 이 중 대부분은 주식이고 현금성 재산인 예금은 452억원에 불과하다. 즉 2심 판결에 따라 최 회장은 주식을 활용하지 못하면 현실적으로 재산 분할액을 내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 배당을 늘려 현금을 확보하거나 주식 담보 대출을 받는 방법이 거론되는데, 최악의 경우 주식을 대거 팔아야 할 수도 있다. 당연히 노 관장으로서는 주식 처분을 막을 이유가 없어졌다.

노 관장도 이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노 관장 측은 가처분 철회 결정에 관해 "2심 판결 내용은 노 관장이 돈을 받으라는 것이지 주식을 분할받으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주식처분 금지 가처분의 피보전 권리가 없음이 명백해 취하했다"고 설명했다.

이 와중에 최 회장이 노 관장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과 다정해 보이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 6일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어제 최태원 본 썰'이란 제목으로 3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찍었다는 이 사진에는 장남 최인근씨가 최 회장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이 만난 날은 5일 저녁으로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이 나온 지 6일 만이다. 최인근씨는 현재 SK E&S 북미사업 총괄조직에서 일하고 있다. 그를 포함해 최 회장 자녀들(장녀 최윤정씨, 차녀 최민정씨) 3명은 지난해 5월 재판부에 아버지를 비판하는 탄원서를 낸 터라 이날 부자(父子)의 사진을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6일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최태원-최인근 부자 사진 ⓒ 디시인사이드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