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으로 번진 ‘메가시티’ 조성 논쟁…강기정-김영록 ‘엇박자’
강기정 “수도권 1극 체제 깰 메가시티 조성, 전남과 힘 합쳐 추진”
김영록 “행정 통합은 아이디어 성격”…특별자치도에 강한 드라이브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최근 전국 광역지자체들이 시도의 경계를 넘어 대권역을 하나로 묶는 '메가시티' 조성을 추진하고 나섰으나 광주시와 전남도는 큰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메가시티 조성에 강한 추진 의지를 드러냈으나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특별자치도 설치가 우선이라며 거리를 뒀다. 대표적으로 25일 오전과 오후 3시간 간격으로 각각 열린 민선 8기 취임 2년 기자회견 석상에서다. 이 같은 광주전남 시도 단체장의 엇박자로 전국에서 불 붙고 있는 메가시티와 행정통합 논의가 광주·전남에선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강한 '의지' 드러낸 경제·교통통합 소신파 강기정
강 시장은 이날 오후 2시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방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으로 광주·전남 메가시티 조성을 제시했다. 강 시장은 "수도권 1극 체계를 깨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면서 "광주와 전남이 힘을 합쳐 대한민국 발전의 강력한 축으로 성장하는 메가시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광주·전남은 데이터와 에너지를 결합한 메가시티를 시작해야 한다"며 전남과 서울·광주·부산 3축 메가시티를 주장했다. 그는 "전남의 풍부한 재생에너지생산시설과 광주의 인공지능(AI) 분산에너지 자원을 서로 연계한 RE100 메가시티를 조성하면 광주·전남 미래 발전의 가장 명확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경제통합에 이은 교통통합은 강 시장의 소신이다. 그는 광주~완도·광주~영암·광주~고흥 고속도로, 경전선 전철화, 광주~나주 광역철도, 새만금과 연결, 영호남 광역경제권 등 광역교통망 구축도 메가시티의 필수 요건으로 제시했다.
정가에선 일찌감치 강 시장을 '선 경제통합 후 행정통합론자'로 분류한다. 강 시장은 행정통합은 정부 주도로 돼야 하고, 논의의 시작은 교통과 경제통합으로 하면서 행정통합은 마지막이 돼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앞서 강 시장은 민선 8기 지방선거 출마의 변에서도 "국회의원 3선 경험과 독일에서 배운 대전환의 마인드를 바탕으로 더 큰 광주 '500만 광역경제권' 구상을 구체화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4년 전 자신의 진단이 옳았다는 말과 함께 "부울경 메가시티 등은 이미 속도를 내고 있고, 초광역협력시대는 대세가 되고 있다"고 규정했다.
강 시장은 광주시 수장에 오른 뒤에도 여권발(發) 호남 메가시티 구상에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난해 12월 4일 국민의힘 뉴시티프로젝트특별위원회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를 찾아 강 시장과 면담한 자리에서다. 당시 국민의힘 조경태 특위 위원장이 "서울·광주·부산 3축 메가시티를 통해 광주가 가진 엄청난 에너지를 잘 쏟아낸다면 대한민국 발전의 강력한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강 시장은 "특위의 서울·광주·부산 3축 메가시티 제안을 환영한다"며 화답했다.
상황론 펼친 김영록 "지금은 실질적 권한없는 메가시티 때 아냐"
이에 비해 김영록 전남지사는 특별자치도(특자도) 추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며 시각 차를 드러냈다. 김 지사는 광주·전남 메가시티든 행정통합이든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여건 상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상황론을 펼쳤다. 정부로부터 실질적 권한이 주어지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섣불리 광주전남 행정통합이나 메가시티 추진에 뛰어들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중앙(정부)에서는 행정통합을 하게 되면 대폭적인 권한 이양과 재정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하면서 심지어 국세도 50대 50으로 나눈다는 말이 나왔다"며 "그러나 그런 부분들이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인 것 같다"고 행정통합이나 메가시티 추진에 완곡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 지사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관계 요로에 타진해 보면 합치기만 하라고 했지 정작 (통합 자치단체에 주어질)권한 이양이나 재정 인센티브에 대해선 전혀 계획이 없었다"며 "(권한 이양이나 재정 인센티브가 담보되지 않는)이런 통합은 손해 보는 일이다"고 선을 그었다.
김 지사는 그러면서 "메가시티나 행정통합은 정부가 하는 게 확실하게 나온 것을 봐야한다. 어설프게 추진한다고 말해 놓고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누가 책임지겠느냐"며 "대구·경북에서 확실하게 (현실적인 성과가)나오는 것을 보고 출발해도 결코 늦지 않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 지사는 대신 '전남특별자치도'를 내세웠다. 김 지사는 최근 핫이슈로 부상한 대구·경북의 행정통합을 거론하며 "그렇게 (행정통합을)추진하면 정부에서 권한과 재정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 실행 의지가 의문시 된다"며 "실질적 권한을 얻을 수 있는 특별자치도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지사에게 특자도 추진은 거의 지론에 가깝다. 5월에만 3차례나 특자도에 대해 언급할 정도다. 김 지사는 기회 있을 때마다 "전남특별자치도 추진은 지방에 실질적 자치권한을 확대함으로써 무늬만 지방자치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비된 추진임을 내비쳤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전북도가 특자도로 출범했지만, 전남도 또한 특자도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전북도가 특자도를 추진할 때 전남도의 특자도 준비를 드러내면 전북을 돕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것을 우려해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김 지사가 특자도 추진에 승부수를 던진 것은 전남도정 수장으로서 경험한 중앙집권화에 따른 지방정부의 한계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최근 도정질의에 대한 답변에 이어 이날도 "모든 권한들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다 보니 도가 소멸위기 극복을 위해 뭘 해보려 해도 많이 막힌다"며 "출생수당도 복지부와 협의를 거쳐야하고, 허가권이 없어 해상풍력기 하나도 바다에 꽂을 수 없다"고 거듭 토로했다.
지역에 정책 결정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매번 건의해봤자 중앙정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 되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현 단계에서 부도 수표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광주전남 메가시티나 행정통합 구상보다 당장 손에 잡힐 현찰(실질적 권한)에 다름없는 전남특자도 설치를 추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영록 지사는 "'전남특별자치도'를 설치해 에너지, 관광, 농어업, 첨단산업 등 전남만의 비교우위 산업에 맞춤형 권한특례를 부여하는 차별화된 지방자치 모델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특자도로 출범한 곳은 2006년 1월 제주, 2023년 6월 강원, 올해 1월 전북 3곳이다. 전남도가 특자도로 출범하게 되면 그 권한에 따라 중앙부처의 행정적 권한이 이양된다. 중앙부처의 인허가 등 다양한 권한이 특자도 단체장에게 부여된다. 전남도가 행정통합이 아닌 특자도에 올인하는 배경이다.
또 특자도에는 행정의 재량·자율권 뿐 만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뒷받침이 되는 근거가 마련된다. 특별법에 따라 특자도 설치로 균특회계에 별도의 계정 설정이 가능해져 안정적 재정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더불어 행정 절차가 신속히 이뤄지는 것은 물론, 지역 여건에 맞는 행정을 펼칠 수 있다. 지방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들이 행정통합보다 특자도를 더 선호하는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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