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 칼럼] 2024 대학리그, 상반기를 빛낸 별들 ④ 동국대 이대균과 한양대 박성재
'명품수비' 오재현을 닮고 싶은 박성재
2024 KUSF 대학농구 U-리그(이하 대학리그)에서 상반기 각 팀에 꼭 필요했던 12명의 선수를 선정했습니다. 출전 시간, 1차 스탯, 팀내 비중을 기준으로 대학 지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했습니다.
▲ 안영준과 최준용을 닮고 싶은 이대균
작년에 가장 불운했던 팀은 동국대 아닐까요? 조별리그는 1승 5패로 출발이 나빴습니다. 이후 여덟 경기에서 5승을 추가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골득실차에서 밀려 9위로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올해도 출발은 안 좋았습니다. 이길 수 있었던, 이겨야 했던 시즌 첫 경기부터 역전패했습니다. 그러나 빠르게 팀을 추스렸고, 이후 5승 1패로 쾌속 항진했습니다. 그러나 또 한 번 뼈아픈 역전패가 나왔습니다. 6월 7일 건국대전입니다. 경기 종료 1초 전, 김준영의 버저비터에 선수들은 망연자실했습니다.
공동 5위, 작년과 다른 경기력
현재 성적은 6승 4패로 공동 5위입니다.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시즌 초반의 기세를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입니다. 다행이라면 작년과 확실히 달라진 경기력입니다. 가장 큰 점수 차로 패한 것이 6월 10일 고려대전의 9점 차입니다. 작년에는 8패 중 5패가 10점 차 이상 패배였습니다.
달라진 경기력의 중심에 이대균이 있습니다. 201센티의 신장에 스피드와 슈팅 능력이 좋은 이대균은 2024년 대학리그의 가장 확률 높은 공격 옵션입니다. 이대균은 74.3%의 2점 슛 성공률과 38.5%의 3점 슛 성공률로 경기당 19.7득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리그에서 이대균보다 득점이 많은 선수는 최강민(단국대) 1명입니다.
“감독님이 넌 슛이 좋으니까 자신감 있게 던지라는 말씀을 계속 하신다.” 이대균이 받은 주문입니다. 릴리즈를 더 빠르게 가져가라는 것도 있습니다. 슈팅을 빠르게 던질수록 프로에서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이호근 동국대 감독은 이대균을 “팀에서는 절대적인 선수”로 표현합니다. 선수로서 가진 것이 많다는 얘기도 합니다. “키가 크지만 잘 뛴다. 속공 가담이 많다. 슈팅 능력도 좋다. 득점에 더 욕심을 내라고 주문한다”며 “파워가 부족했는데 점점 좋아지고 있다. 단점보다 장점이 많아 프로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이대헌을 평가했습니다.
다소 소극적이라는 아쉬움도 내비쳤습니다. 이대균도 그 지적에 동의합니다. “하나 안 들어가면 좀 소극적으로 변한다. 코치님이 하나 안 들어간다고 계속 안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들어갈 때까지 던지라고 말씀하신다”는 조언에 귀를 기울입니다.
들어갈 때까지 쏘라고 말씀하신다
이대균은 “몸싸움도 작년보다는 좀 즐기는 것 같다. 작년에는 힘에서 밀리니까 계속 피하려고 했다. 올해 들어서는 같이 부딪혀 보자, 피하지 않고 부딪치면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자세를 낮추는 훈련에 집중한다”고 얘기합니다.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수비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작년까지 의지가 좀 부족했던 것 같다”고 고백합니다. “수비하려는 생각이 없었다. 속공을 뛰니까 힘들다는 핑계로 포기했다”고 했습니다. 이번 시즌은 “주장으로서 의지를 갖고 하니까 좀 되는 것 같다”고 담담히 말합니다.
이 감독은 “수비가 좋아지고 있다. KBL 선수와 비교하면 잘 뛰고 슛 좋은 안영준(서울SK) 같은 타입이다. 아직 수비는 부족하지만,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이대균이 가장 닮고 싶은 선수도 안영준입니다. 이유는 이 감독과 같습니다. “너무 배울 점이 많다”고 얘기합니다. 최준용(부산KCC)의 “게임 조절 능력과 패스”도 배우려 합니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키가 큰데 스피드가 빠르다”는 점입니다.
이대균은 본인의 과제를 참 많이 얘기했습니다. 일대일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성공률 38.5%의 3점 슛도 불만이 있습니다. 더 과감하게, 더 빠르게 던져야 합니다. 성공률도 높여야 합니다. 이 감독은 “장점이 많은 선수”라고 표현했는데 이대균의 얘기만 들으면 “단점이 많은 선수”입니다.
롱2의 비중이 높은 선수에게 2점 슛 성공률 74%는 쉽지 않습니다. 슈팅 컨디션이 나빴던 6월 10일 고려대와 경기 전까지, 여덟 경기에서 80.7%라는 경이적인 2점 슛 성공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경이로운 2점 슛 성공률 80.7%
일반적으로 2점 슛보다 자유투의 성공률이 더 높습니다. 그런데 올해 대학리그에서 30개 이상 자유투를 던진 선수 중에 80% 이상 성공률을 기록한 선수는 없습니다. 20개 시도, 성공률 75% 이상으로 기준을 낮춰도 6명에 불과합니다. 이대균의 2점 슛 성공률이 얼마나 놀라운 기록인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주마가편.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한다는 사자성어입니다. 노력과 열정이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대균은 올해 마지막인 동국대를 위한, 더 큰 무대에 진출해 오래 사랑받는 선수가 되기 위한 채찍질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 ‘명품수비’ 오재현을 닮고 싶은 박성재
“슛 있는 오재현을 만들고 싶어요.”
지난 1월, 정재훈 한양대 감독은 박성재에 대한 기대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최근에는 "슛 없다는 말은 빼야겠네요"라며 웃습니다. 오재현은 루키 시즌 25.7%에서 31.0% → 31.7% → 32.3%로 매년 3점 슛 성공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박성재도 오재현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고 합니다. “어제(6월 20일)도 학교에 와서 운동하는 자세, 프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말씀해 주셨다. 훈련하는 모습을 본 후, 경기를 보면서 무슨 의미인지 배운다”고 했습니다.
한양대는 작년 부활의 신호탄을 쐈습니다. 2018년 대학리그 11위, 2019년 9위, 2022년 9위에 그쳤던 한양대는 작년 정규리그 5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습니다. 코비드19로 인해 단일대회 방식으로 개최한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2016년 이후 최고 성적입니다.
정규리그 5위, 2016년 이후 최고 성적
그 중심에 박성재가 있었습니다. 박성재는 팀 내 최다인 경기당 15.4득점(전체 6위), 3점 슛 30개(전체 4위), 23스틸(전체 10위, 경기 평균 15위)를 기록했습니다. 3점 슛 성공률도 34.9%로 준수했습니다.
시즌 첫 일곱 경기는 3승 4패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이후 일곱 경기에서 5승 2패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두 경기 상대인 중앙대와 성균관대에 각각 3점, 14점 차로 승리하며 7년 만에 최고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박성재는 26득점 8리바운드 7어시스트, 18득점 10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올해는 순탄치 않습니다. 5승 5패로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8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5승 중 3승은 하위권인 명지대, 조선대, 상명대를 상대로 한 것입니다. 동국대, 중앙대, 연세대 등 높은 순위의 팀들과 경기가 남아 있습니다.
박성재는 “우리가 연습한 것이 경기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 이제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팀 분위기도 항상 괜찮다. 경기를 잘못하면 다운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걸 빠르게 올리려고 다 같이 노력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2승 5패 후 3연승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했습니다.
불안한 출발, 깔끔했던 전반기 마무리
4학년인 박성재의 목표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부상 없이 마지막까지 잘해서 KBL에 높은 순번으로 뽑히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수비와 3점 슛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재훈 감독은 박성재의 최대 장점을 수비라고 얘기합니다. “수비는 오재현만큼 할 것 같고, 3점 슛은 오재현보다 나을 것 같다”는 평가입니다. 이 말에 박성재는 “많이 부족하다. 많이 부족한데 자극을 주시는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3점 슛은 장점이 아니었습니다. 대학교 올라와서 꾸준히 노력한 것이 작년부터 결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슛 폼이 완전히 만들어지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대학교 와서는 잡힌 거 같다”고 합니다.
박성재는 박무빈의 중고등학교 후배입니다. 2학년 때 3학년 선배 4명과 주전으로 뛰며 최강 홍대부중을 만들었습니다. 2019년 홍대부고 3관왕도 함께 했습니다. 당시의 박성재는 공격을 조립하는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박무빈, 고찬혁, 박준형 등 득점할 수 있는 선수가 많았습니다.
주득점원, 핸들러가 3명이라...
작년부터 박성재는 주득점원 역할도 함께 합니다. 올해 한양대의 평균 득점은 64.1점으로 리그 9위입니다. 평균 두 자릿수 득점도 박성재를 제외하면 신지원이 유일합니다. 박성재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그렇다고 리딩의 경험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핸들러가 3명이라 팀에 더 도움 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있을 뿐입니다.
박성재는 리그 개막을 앞두고 발목 부상이 있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초반 다섯 경기의 3점 슛 성공률은 10.8%(4/37)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이후 네 경기의 3점 슛 성공률은 38.2%(13/34)입니다. 상대의 집중 수비에도 높은 성공률을 만들고 있습니다.
박성재는 “(오)재현 형은 수비만 좋은 게 아니다. 공격도 리딩과 돌파가 다 된다. 3점 슛은 꾸준히 좋아졌다. 계속 업그레이드되시는 것 같다. 저도 그런 점을 배우려고 한다'며 쉼 없는 성장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매년 성장하는 박성재는 이미 오재현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조원규_칼럼니스트 chowk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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