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교사들 "정서위기 학생한테 수업 방해 받아봤다" 92.2%

구미현 기자 2024. 6. 2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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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교사노조, 학교현장 실태조사 결과 발표
"정서위기 학생은 교육 앞서 치료적 접근 필요"
전주의 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지난 3일 무단 조퇴를 제지하는 교감의 뺨을 때리고 있다. (사진=전북교사노동조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정서위기 학생이 교감을 폭행한 사건이 벌어져 논란이 된 가운데 울산 교사 대다수가 정서위기 학생들로 인해 수업 방해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교사노조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지역 유·초·중·특수교육 교원 1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심리·정서·행동 위기학생에 대한 학교 현장 실태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먼저 정서위기학생을 지도한 경험 유무’의 질문에 97.7%(125명)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정서위기 학생으로 인해 수업진행이 어려울 정도의 방해를 받은 경험은 92.2%(118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 방해 유형으로는 교육활동 방해 행위 및 상해와 폭행 등 '교권침해 유형'과 분노조절장애·품행장애·ADHD증상·정서불안 등 '심리·정서·행동 위기 유형'으로 나뉘었다.

사례를 들면 친구 물건을 무단으로 빼앗아가는 것을 본 교사가 이를 지도하는 중 자기 분에 못 이겨 학생이 교사에게 발길질을 하거나 욕설 등을 했으며 오히려 교사를 신고하겠다며 지도에 불응한 일도 있었다.

또 수업 중 친구와 마찰이 생기면 목숨을 끊겠다고 옥상으로 뛰어 올라가거나 화가 났다며 앞에 있던 친구의 뒷목을 잡아 당겨 욕설을 하고 제지하는 교사의 손에 손톱으로 상처를 낸 사례도 있었다.

'정서위기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유뮤에는 78.9%(101명)가 '있다'고 응답했다. 정서위기 학생의 보호자에 의한 교권침해(악성 민원)를 받은 경험은 48.4%(62명)로 나타났다.

'정서위기 학생의 문제행동이 학교 내에서 교육적 지도로 해결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97.6%(95명)가 '(전혀)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정서위기 학생에게 의료 차원의 진단·치료·상담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 질문에는 '(매우)그렇다'가 100%(128명)로 응답했다.

'정서위기 학생의 보호자에게 전문적인 진단·상담·치료를 권유하냐'는 질문에는 '(매우)그렇다'의 답변이 67.9%이며, '보호자에게 진단·상담·치료 등을 권유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한 답변에는 '권유해도 보호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진단·치료를 강제할 수 없어서'와 '학생·보호자와의 관계 악화, 민원,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질까 두려워서'가 각각 37.7%로 나왔다.

결국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치료로 연결될 수가 없고, 치료를 권유받은 학부모는 자기 아이를 문제아로 낙인찍는다고 생각해 아동학대로 고소할 수 있기 때문에 교사가 정서위기 학생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받게 하고 싶어도 적절한 시기를 놓치게 된다는 게 교사노조의 설명이다.

'정서위기 학생으로 인한 학교 현장의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의 질문에는 '교권침해 및 교사 소진 심화'가 28.7%, '수업방해 및 다른 학생의 학습권 침해'가 28.3%, '문제행동 학생의 분리조치 및 교육적 지도 어려움'이 19.3%, '학부모 민원 및 아동학대 고소 우려 증가'가 12.6% 순으로 나타났다.

'정서위기 학생의 문제행동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문제행동 학생 분리지도가 가능한 법제도 정비'라는 답변이 38.8%로 가장 많았고, 정서위기 학생 지원을 위한 법제도 정비(진단, 치료, 상담 등 지원 근거 마련)가 32.9%, ‘정서위기 학생을 위한 병원학교 및 공립 대안학교 확대’가 10.2%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박광식 울산교사노조 위원장은 “이번 실태조사가 정서위기 학생을 돕고 싶지만 학부모의 반대와 아동학대 우려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교사의 입장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따라서 아동학대법의 개정과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문제행동 학생 분리지도 및 정서위기 학생을 위한 법 제도를 마련하고, 교육 당국뿐 아니라 지자체와도 연계하여 정서위기학생의 치료와 교육에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울산=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지난 3일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 A군이 무단 조퇴를 제지하는 교감 B씨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A군은 당시 B씨에게 “감옥에나 가라. XX야”라고 욕을 퍼부으며 B씨의 뺨을 수차례 때리고 팔뚝을 문 뒤 학교를 무단이탈했다.

이후 A군의 어머니는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학교에 찾아가 되레 담임교사를 폭행하기도 했다. 그는 5일 전주방송(JTV)에 “물론 아이가 어른을 때렸다는 점이 부모로서 참담하지만 진위를 가릴 가능성이 좀 있다”며 “저는 '아이가 일방적으로 선생님을 때렸다'라는 것을 전제로 볼 수 없다”고 말해 더욱 공분을 샀다.

☞공감언론 뉴시스 gorgeousk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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