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0대 뮤지컬 배우 100명이 한 무대에…"뿌리 찾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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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지하로 향하는 계단에서부터 쩌렁쩌렁한 노래 소리가 들렸다.
스타 중심의 뮤지컬계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배우,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배우, 무대를 갈망하는 배우 지망생 등 100명이 한자리에 모여 뮤지컬 넘버 등의 합창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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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내가 사랑한 그 모든 것을 다 잃는다 해도 / 그대를 포기할 순 없어요 /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 나는 언제나 그대 곁에 있겠어요"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지하로 향하는 계단에서부터 쩌렁쩌렁한 노래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간 곳에는 손뼉을 치며 합창에 몰두 중인 뮤지컬 배우들이 넓은 연습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최근 찾은 코러스 공연 '더 마치, 100인의 울림이 곧 시작되다'(이하 '더 마치') 연습실에는 갓 대학교를 졸업한 듯한 앳된 얼굴부터 백발을 한 노년 배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 80여명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다음 달 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실력파 배우들과 신인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더 마치 컴퍼니'의 창단을 기념해 기획됐다.
스타 중심의 뮤지컬계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배우,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배우, 무대를 갈망하는 배우 지망생 등 100명이 한자리에 모여 뮤지컬 넘버 등의 합창을 선보인다.
각각의 배경이 다르고 나이대도 다양한 배우들이 함께 호흡을 맞추다 보니 어색할 법도 하지만, 연습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지휘를 맡은 최병광 예술감독의 농담 한마디에도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이들이 함께 연습한 건 벌써 8개월째다.
연습실 바깥에 마련된 작은 테이블은 사랑방 구실을 했다. 10년 넘게 보지 못했던 선후배들이 이곳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옛이야기 꽃을 피웠다.
올해 환갑을 맞은 조남희는 "최 감독이 20대부터 선배들까지 모이는 마당을 만든다고 했을 때 과연 그게 될까 싶었는데 100명이 모였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면서 "'더 마치'는 후배들에게도 허심탄회한 얘기를 할 수 있고 쟁취 욕심 없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자리라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다 '더 마치'를 계기로 귀국한 송인미는 "한국에서 공연하는 건 21년만"이라면서 "예전에 함께 활동했던 동료 배우들이 중견 배우가 돼 아직도 활동하는 것을 보니 제 뿌리를 찾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송인미 외에도 일본이나 이탈리아 등지에서 활동 중인 여러 명의 배우가 '더 마치'를 위해 고국으로 돌아온다. 이미성은 현장 연습에 참여하기 위해 매주 월요일 일본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온다고 한다.
정영주, 박강현, 손준호, 홍지민, 김소현, 이지훈, 김지우, 현광원 등 주로 주역으로 활동하는 배우들은 '더 마치'의 스페셜 게스트로 나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좋은 취지의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업계 종사자들은 물심양면으로 배우들을 돕고 있다. 연습실을 선뜻 내주거나 간식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날 역시 배우들은 익명의 관계자가 보낸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쉬는 시간을 보냈다.
연습이 시작되자 이들은 쉬는 시간의 모습은 간데없이 진지한 얼굴로 합창을 시작했다. 최 단장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동선을 맞추고 하모니를 이뤄냈다.
'카르미나 부라나'의 '오, 운명의 여신이여'로 공연의 강렬한 시작을 알린다. 유명 게임 '문명 4' 타이틀곡으로 잘 알려진 '바바 예투'는 신성하면서도 코믹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뮤지컬 '렌트'의 '시즌스 오브 러브', '레베카'의 동명 넘버, '킹키부츠'의 '레이즈 유 업' 등 다채로운 곡으로 공연이 구성됐다.
최 감독은 "이번이 제1회 공연이지만, 공연 소식을 들은 분들이 다음엔 자기도 꼭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150명으로 규모를 늘리고 며칠간 공연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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