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드레스가 환경을 살린다
오한별 객원기자 2024. 6. 26. 09:01
레드카펫 위에서 환경 보호와 유니크한 스타일까지 살뜰하게 챙기는 빈티지 드레싱의 효과.
스타들의 화려한 룩과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레드카펫은 그야말로 스타일 전쟁터다. 최고의 한순간을 위해 매 시즌 새롭게 제작된 고가의 드레스와 보석들이 총출동하는 것은 물론, 수백 시간을 투자한 예술 작품 수준의 드레스를 입는 스타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레드카펫 트렌드가 새롭게 바뀌고 있다. 따끈따끈한 신상 드레스 대신 패션 하우스의 빈티지 드레스를 입는 셀러브리티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당시 패션계를 지배하던 디자이너들의 아카이브 피스를 동시대 유명 셀럽이 입음으로서 이전 세대에게는 노스탤지어를 자극하고 요즘 세대에는 신선한 자극을 준다.
패션계의 대축제로 불리는 '멧 갈라’를 위해 패션 하우스에서는 화려한 드레스를 새롭게 제작하고는 한다. 올해는 새로 만든 맞춤 드레스 대신 빈티지 드레스를 입은 셀러브리티들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대표적인 예로 올해 멧 갈라의 공동 의장인 젠데이아는 빈티지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존 갈리아노의 지방시 1996 S/S 쿠튀르 컬렉션에서 선보인 블랙 빈티지 드레스에 헤드피스 디자이너 필립 트레이시가 제작한 알렉산더맥퀸 2007 S/S 컬렉션 피스를 매치했다. 켄달 제너는 무려 25년간 지방시의 아카이브에 잠들어 있던 1999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 빈티지 드레스를 입었다. 유명한 빈티지 컬렉터인 아이리스 로가 선택한 룩은 2002년 아틀리에 베르사체의 F/W 드레스로, 반짝이는 나비 날개에 싸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디자인이 돋보였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드레스가 등장한다는 칸영화제 레드카펫에서도 빈티지 드레스의 활약은 계속됐다. 칸영화제의 아이콘 벨라 하디드는 매 시즌 대담하고 다채로운 룩으로 레드카펫을 기대하게 만드는 인물. 올해 그가 선택한 드레스는 아틀리에 베르사체의 1998년 봄 컬렉션이다. 로맨틱한 올 화이트 드레스에 은색 스팽글과 구슬로 장식해 우아한 매력을 자아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빈티지 드레스를 입은 유명 인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마고 로비는 뮈글러의 1996 S/S 골드 코르셋 뷔스티에 드레스와 가운을 골랐고, 미드 '유포리아’로 알려진 배우 시드니 스위니는 뉴욕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이너 마크 바우어의 오래된 아카이브 드레스를 착용했다. 이는 2004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안젤리나 졸리가 착용한 것으로 밝혀져 화제를 모았다.
그런가 하면 레드카펫에서 자신이 입었던 드레스를 다시 입어 리사이클링을 실천한 셀러브리티들도 있다. 케이트 블란쳇은 지난해 열린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년 전 오스카 시상식에서 입었던 마르지엘라 드레스를 다시 입고 등장했다. 목걸이만 바뀌었을 뿐 그때 그 아름다움은 그대로였다.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 작품상 시상자로 나섰던 제인 폰다는 지난 2014년 5월 14일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입었던 엘리사브의 맞춤 드레스를 또 다시 꺼내 입었다. 그 이유가 '더는 쇼핑을 하지 않겠다’는 배우의 소신에 따른 것이라 더욱 화제가 됐다. 마치 '한 번의 시상식을 위해 커스텀 드레스를 꼭 입어야 할까?’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했다.
한 벌의 커스텀 드레스를 생산하는 과정에는 많은 천연 자원이 사용되고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유엔에 따르면 패션 산업의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10%를 차지한다. 이는 항공과 해운 분야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이렇게 생각하면 셀러브리티들의 빈티지 드레스 사랑은 실제로 지속 가능한 패션의 좋은 예다. 덕분에 자연스레 빈티지 스타일이 유행하게 되고, 옷의 수명을 연장하면서 새 옷 구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리즈대학에 따르면 1년에 신규 의류를 최대 8개까지만 사는 것만으로도 세계 주요 도시에서 패션 관련 탄소 배출량을 37%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빈티지 드레싱이 불러온 나비 효과는 결과적으로 지속 가능한 통로를 하나 더 열게 된 셈이다. 빈티지는 이제 과거에서 돌아와 미래로 향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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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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