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스·폰트 그리고 켈리…KBO 43년사, 또 다시 무산된 '꿈의 퍼펙트'

권혁준 기자 2024. 6. 2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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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선두타자 피안타…역대 3번째 8이닝 이상 퍼펙트
실업·아마에선 26회…프로에서는 2군 이용훈이 유일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가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8회까지 퍼펙트 투구를 한 뒤 기뻐하고 있다. (LG 제공)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야구에서 퍼펙트게임은 '꿈의 기록'이다. 투수가 선발 등판해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명의 주자에게도 1루를 밟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말 그대로 '완벽한' 경기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희귀한 기록이기도 하다. 12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24차례, 80년이 넘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16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1982년 출범한 이래 43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KBO리그에선 1군 무대에서 아직 단 한 번도 없었던 기록이기도 하다. 몇 차례 퍼펙트에 근접한 경기가 있었지만 번번이 대기록은 무산됐다.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또 한 번 '퍼펙트게임'이 만들어질 뻔했다. LG 트윈스 외국인투수 케이시 켈리가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8회까지 퍼펙트 행진을 벌였다.

켈리는 이날 맞춰 잡는 피칭으로 삼성 타자들을 요리했다. 5회까지 58구, 7회까지 76구만을 던져 투구 수도 여유가 있었다.

7회까지만 해도 크게 기록을 의식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던 켈리도, 8회까지 기록이 이어지자 상기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관중들도 켈리의 이름을 연호하며 첫 역사의 현장을 함께 하길 바랐다.

그리고 시작된 9회. 기록은 다소 허무하게 깨졌다. 선두타자 윤정빈을 상대로 초구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를 꽂았는데, 2구째 또 한 번 체인지업으로 카운트를 잡으려다 공략당했다. 타구는 켈리를 빠르게 지나 2루 베이스를 스쳐 지나갔고, 누구도 잡을 수 없는 안타가 됐다.

켈리는 글러브로 얼굴을 감싸 쥐며 절규했고,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박동원도 고개를 떨구며 아쉬움을 함께했다. 현장에서 함께 한 관중은 물론, 모든 사람이 탄식을 내뱉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가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둔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LG 제공)

그래도 켈리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1루를 향해 모자를 벗어 보이고 미소 지으며 윤정빈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후 강민호를 병살타, 대타 김헌곤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끝까지 마무리했다.

비록 퍼펙트게임은 날아갔지만 27명의 타자만 상대한, 1피안타 무사사구 완봉승이었다.

앞으로 퍼펙트게임이 나오기 전까지, 켈리의 이날 투구는 대기록에 가장 근접했던 순간 중 하나로 기억에 남을 만하다. 9회 이후 무산된 역대 세 번째 사례였기 때문이다.

KBO리그에서 9회 이후 퍼펙트가 무산된 첫 사례는 2007년 10월3일 다니엘 리오스(두산)였다. 당시 현대 유니콘스전에 등판한 리오스는 9회 원아웃까지 25타자를 퍼펙트로 처리했다. 그러나 8번타자 강귀태에게 안타를 맞았고, 직후 마운드에서 내려와 경기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

다만 리오스의 경우 후에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날 퍼펙트게임이 나오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두 번째는 2022년 4월 2일 윌머 폰트(SSG 랜더스)였다. 이번엔 실제로 '9이닝 퍼펙트'를 달성했지만, 타자들이 도와주지 않아 인정받지 못한 사례다.

이날 폰트는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9회까지 27타자를 '퍼펙트'로 묶었다. 그러나 SSG 타자들 역시 9회까지 점수를 내지 못해 경기는 연장에 돌입했다. SSG는 10회초 뒤늦게 4점을 뽑았지만, 투구 수가 한계에 달한 폰트는 10회말에 등판하지 않았다.

2022년 4월 2일, '9이닝 퍼펙트'를 기록하고도 퍼펙트 게임을 만들지 못했던 윌머 폰트(SSG 랜더스).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폰트는 9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10회 등판한 김택형이 1이닝을 볼넷 한 개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SSG는 '팀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앞선 리오스보다도 좀 더 아쉬운 순간이었다.

2007년 리오스와 2022년 폰트, 그리고 2024년의 켈리. KBO리그의 '퍼펙트게임' 대기록은 언제쯤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다만 한국야구에서 퍼펙트게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KBO리그 1군이 아닌 실업야구, 유·청소년 등의 무대에서는 이미 26차례나 경험했다.

1957년 대신중학교 소속의 김삼용이 전국체전에서 동인천중을 상대로 기록한 것이 첫 기록이며, 1982년까지 무려 21차례나 나왔다.

1982년 이후 잠잠하던 퍼펙트는 2008년 이후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그해 경상중 김호은, 유선초 김선창, 구리인창고 김태훈까지 무려 3명이나 퍼펙트를 달성했다.

26차례의 퍼펙트게임 중 프로 레벨에서 달성된 사례도 있었다. 이용훈(롯데)이 2011년 9월 11일 한화와의 2군 경기에서 기록한 것. 이용훈은 이후 2012년 6월 24일 LG와의 1군 경기에서 8회 1사까지 퍼펙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윤대경(한화)은 퍼펙트 달성자 중 유일하게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기도 하다. 그는 동인천중 시절이던 2009년 전국대회에서 상인천중을 상대로 7이닝 퍼펙트를 달성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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