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투수가 10만 달러라고? 양의지도 꼼짝 못했다…와이스 데뷔전 승리, 한화 신의 한 수 되나
[OSEN=대전, 이상학 기자] 6주간 최대 1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한국에 온 ‘일시 대체’ 외국인 투수가 데뷔전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우완 투수 라이언 와이스(28)가 첫 단추를 잘 뀄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 양의지도 연속 삼진 포함 3타수 무안타로 힘을 못 썼다.
와이스는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지난 25일 대전 두산전에 선발등판, 6이닝 4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한화의 5-4 승리를 이끌었다. 데뷔전부터 퀄리티 스타트로 승리투수가 되며 대전 홈팬들 앞에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기존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가 팔꿈치 통증으로 6주 이상 이탈하게 됨에 따라 한화는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와이스를 지난 17일 영입했다. 계약 기간 6주로 총액 10만 달러(계약금 1만2000달러, 연봉 4만8000달러, 인센티브 4만 달러) 조건이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고, 지난해 후반기 대만프로야구를 거쳐 최근까지 미국 독립리그에서 뛸 만큼 커리어가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다. 몸값이 말해주듯 기대치가 크게 높지도 않았다. 하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은 “스카우트 눈에 띄어 (연봉을) 많이 받고 온 선수가 있는 반면 눈에 닿지 않은 선수도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가 왔다. 영상을 보니 나름대로 제구력도 있고, 좋게 봤다”며 와이스의 간절함을 눈여겨봤다.
이날 경기 전에도 김경문 감독은 “5~6회까지 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 기대대로 데뷔전에서 와이스는 6이닝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나아가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투구의 양만큼 질도 우수했다. 총 투구수 98개로 스트라이크 67개, 볼 31개. 스트라이크 비율이 68.4%에 달할 정도로 제구력이 안정적이었고,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다.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53km, 평균 149km 직구(54개)에 중심으로 스위퍼(33개), 커브(7개), 체인지업(4개)을 구사했다. 탈삼진 7개 중 6개가 직구를 결정구 삼아 잡은 것으로 힘 있는 승부가 돋보였다.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이끌어내거나 몸쪽 낮은 코스로 찔러넣어 루킹 삼진 아웃시켰다.
포심 그립을 잡고 던지지만 마치 투심처럼 우타자 기준 몸쪽으로 살짝 휘는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경기 후 와이스는 “그게 나의 포심이다. 패스트볼에 자신감이 확실히 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많이 던졌다”고 말했다. 지저분한 볼끝 때문에 처음 보는 타자들이 와이스의 직구에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6월 들어 16경기 연속 안타 포함 타율 3할9푼1리(69타수 27안타)로 맹타를 치던 양의지도 와이스 상대로는 힘을 못 썼다. 와이스는 1회 양의지 상대로 초구 바깥쪽 직구, 2구 커브로 투스트라이크를 선점한 뒤 3구째 스위퍼가 파울이 됐지만 4구째 바깥쪽 직구로 양의지의 헛스윙을 유도하며 삼진을 잡아냈다.
3회에도 와이스는 양의지와 7구까지 이어진 승부에서 몸쪽 높은 직구로 다시 한 번 헛스윙 삼진을 뺏어냈다. 양의지는 5회 3번째 타석에서 와이스의 4구째 바깥쪽 낮은 스위퍼를 쳤지만 3루 땅볼로 물러났다. 8회 볼넷으로 출루했으나 3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6월 전경기 연속 안타를 마감해야 했다.
1회부터 4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와이스는 침착했다. 2회 이유찬, 3회 정수빈 같은 발 빠른 주자가 1루에 나갔을 때도 슬라이드 스텝을 빠르게 가져가며 주자를 묶어둔 채 자기 공을 계속 던졌다. 빠른 공을 던지지만 제구도 존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볼넷 2개를 내준 것도 공 하나 정도가 빠져서 내준 것이었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지만 와이스는 썩 만족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팬들 앞에서 멋진 승리를 보여줘 기분이 좋다. 내가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줬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웠던 부분도 느꼈다. 다음 등판 전까지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은 보완해서 준비를 잘하고 싶다”며 “미국과 다른 한국 마운드에 적응해야 한다. 초반에 볼넷과 안타를 맞아 흔들린 부분이 있었다. 준비를 더 잘해서 빠른 카운트에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져 승부를 볼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한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속단할 순 없지만 와이스가 데뷔전 같은 투구를 이어간다면 5위권을 추격하는 7위 한화에 여러 가지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산체스 부상 재발 이후 12일 만에 빠르게 데뷔전을 치르면서 선발진 공백을 최소화했고, 선발로 체력 저하를 보였던 황준서의 불펜 전환으로 전체적인 투수진 강화도 기대된다. 더 나아가 서산에서 팔꿈치 재활 중인 산체스에게도 큰 자극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임시직이지만 6주 뒤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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