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자기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2024. 6.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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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에서 법관은 유, 무죄를 정할 때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때로는 적절한 양형을 위하여 더 큰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법관이 양형하면서 가장 고려할 요소는 일관성과 형평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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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국 법무법인 충청우산 대표변호사

형사재판에서 법관은 유, 무죄를 정할 때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때로는 적절한 양형을 위하여 더 큰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법관이 양형하면서 가장 고려할 요소는 일관성과 형평성이다. 일관성을 잃어버리면 들쭉날쭉한 판결이 많아져 공정성을 의심받기 쉽고, 그렇다고 너무 일관성만 강조하면 판결이 경직되어 사안에 적합하지 않고 공범 간에 형평성이 무너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관의 양형 편차를 보완하기 위하여 대법원은 양형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특히 특정 법관이 대동소이한 사안에 대하여 합리적인 설명 없이 전혀 다른 양형을 하면 공정하지 않다는 오해를 사기 쉽다.

초임 배석판사 시절 형사재판을 오래 경험한 부장판사님으로부터 이런 문제로 핀잔을 들은 적이 있다. "서 판사, 2주 전에 비슷한 사건에서는 집행유예 의견을 내신 것 같은데 이번에는 실형 의견을 내시는데 그새 이러한 사안에 대한 평가가 바뀌셨나요?" 실제로 2주 전 사건 메모지를 찾아보니 거의 비슷한 사안이었고 양형 의견이 정반대였다. 뭐라 의견을 말씀드려 보았지만, 합의나 범죄 태양 등 구체적인 양형 요소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부장님의 송곳 같은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였다. 결국, 별다른 이유 없이 스스로 양형기준이 흔들리고 있었다. 부장님께선 "양형은 언뜻 답이 없는 그것 같고 판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같이 보여도 양형 요소에 대하여 깊이 고민하고 일관성 있는 태도로 진지하게 사안을 바라보며 피해자나 피고인이 처한 상황 등 여러 사정을 형평성을 가지고 바라보면서 경직함을 극복해 간다면 좋은 양형을 할 수 있다네. 그것이 옳은 양형이라고 스스로 깨닫게 되네"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다시 기록을 자세히 읽고 곰곰이 생각하여 스스로 소홀히 한 부분을 발견하여 부장님과 양형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그때부터 판사 스스로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로는 2년 치 메모지를 사건유형별로 분류해서 가지고 다니며 스스로 양형에 대한 평가가 함부로 변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변화의 필요성이 느껴지면 그에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언론의 입장을 비판 없이 받아들여 양형 요소에 대한 평가를 함부로 바꾸기보다는 스스로 왜 그렇게 변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보고 많은 관련 자료를 찾아 과학적이고 논리적 근거를 밝히고 그것이 자칫 검증되지 않은 편향성에 의한 것은 아닌지를 스스로 확인하여 적절한 양형을 위해 노력했다.

한편 이번 제22대 국회의 원구성 과정에서 각 당의 국회의원들이 보여 준 모습은 자기일관성을 잃어버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각자 유리한 관례를 주장할 뿐 국회의 자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존중되어야 하는 관례는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이럴 바엔 차라리 국회법에 좀 더 세밀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지키는 편이 낫다. 아직 국회의원들은 자기일관성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이 언제까지 가슴 졸이며 이렇게 국회의원들을 지켜봐야만 하는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민생의 발등이 불이 떨어지고 위기가 코 앞이며 할 일이 태산이다. 국회 원구성에 이토록 많은 시간을 낭비할 틈이 있었던가. 이번 회기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정견을 밝힐 때도 제발 당리당략에만 얽매이지 말고 자기일관성을 가지고 본인이 특정 사안에 관하여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었는지 한 번쯤 성찰하고 발언했으면 좋겠다. 말이 되니 하면 그만이라 생각하지 말고 말과 행동은 곧 그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이니 국회의원으로서 자기일관성을 가지고 늘 신중하게 했으면 한다. 서재국 법무법인 충청우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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