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성심당 대신 프랑제리"…망고케이크 대박 난 사연

김지우 2024. 6.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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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제리, 3주간 5천개 판매…매출 1억 돌파
케이크 당 생망고 2~3개 얹어
'1만9900원' 가성비…직매입이 비결
프랑제리 망고케이크(왼쪽)와 딸기케이크 / 사진=김지우 기자 zuzu@

이랜드이츠의 프리미엄 베이커리 카페 프랑제리가 지난달 16일 출시한 '생망고 케이크'가 3주 만에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프랑제리 피어 신촌점에서만 매일 선착순 한정으로 판매한 것을 고려하면, 하루에 약 240개가 판매됐다. 제철 생망고가 들어간 케이크를 다른 브랜드에 비해 저렴한 1만9900원에 판매한 것이 주효했다.

진짜 '수제' 케이크

프랑제리는 '수제 케이크'라는 점을 내세운다.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는 시트를 완제로 공장에서 받아오는 경우가 많다. 반면 프랑제리는 케이크를 생산하는 전 과정을 매장에서 진행한다.

지난 24일 오전 8시 40분. 서울 마포구 프랑제리 피어 신촌점 매장 안에 망고가 담긴 18개 상자가 쌓여있다. 망고케이크에 사용될 태국산 망고다. 매일 새벽 3~4시, 프랑제리 매장에는 망고, 딸기 등의 과일이 도착한다. 

프랑제리 매장에 쌓여있는 망고 박스(왼쪽)와 후숙된 망고에 검은 스윗 스팟이 생긴 모습 /사진=김지우 기자 zuzu@

프랑제리 관계자는 "최적의 맛을 위해 후숙해 사용한다"며 "망고를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5㎜정도 들어가고 껍질에 검은 반점(스윗 스팟)이 조금 보일 때 후숙이 잘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맛있는 케이크의 바탕이 되는 빵과 생크림에도 공을 들인다. 매장 2층에 마련된 프랑제리 제빵연구소에서는 파티셰들이 샌딩(빵 시트를 쌓는 작업)을 진행한다. 빵과 빵 사이에 생크림, 리플쨈(과일쨈)을 바르는 과정이다. 샌딩시트에 생크림을 듬뿍 얹어 도자기를 빚듯 매끄럽게 펴바른다.

이렇게 만들어진 샌딩시트는 보관실에서 아이싱을 거친다. 신선도와 모양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보관실 온도는 영하 7도가량이다. 보관실에 들어서자 셔츠 위에 제빵복을 입었음에도 서늘했다.

이날 기자는 케이크 생산과정을 체험했다. 먼저, 샌딩시트에 생크림을 바르는 작업은 상당한 숙련도가 필요했다. 생크림을 스페츌러로 펴바르자, 케이크가 패였다. 복구하려 할수록 오히려 우그러졌던 샌딩시트는 파티셰의 손길이 닿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반듯해졌다. (기자가 도전한 케이크는 판매하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파티셰가 시트에 생크림을 바르고 있다. / 사진=김지우 기자 zuzu@

프랑제리 케이크의 생크림은 동물성 크림과 식물성 크림을 섞어 만든다. 그중 동물성 크림 비중이 훨씬 크다. 동물성 크림은 우유에서 지방을 추출해 굳혀 만들어진다.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고 고소해 풍미가 좋다. 다만 동물성 크림은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모양이 쉽게 흐트러지고 쉽게 녹아내리는 단점이 있다.

식물성 생크림은 팜유, 야자유 등의 식물성 기름에 설탕 등을 첨가해 만든다. 케이크 등의 디저트를 만들 때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프랑제리가 동물성 크림에 식물성 크림을 섞는 이유다. 프랑제리 파티셰들이 연구한 생크림의 황금비율은 '영업비밀'이다.

망고 손질하는 모습 / 사진=김지우 기자 zuzu@

케이크의 핵심인 과일은 손질된 후 바로 케이크에 얹어진다. 망고 껍질을 벗겨 반으로 갈라 조각을 낸다. 띠지가 둘러진 샌딩시트를 저울에 단 후 기본 설정 무게를 0g에 맞춘다. 망고 조각을 얹기 전, 망고의 갈비 부분을 샌딩시트 위에 먼저 깔아준다. 이후 망고 조각들을 350g 이상, 케이크에 빈 공간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올린다. 이렇게 케이크 하나에 2~3개 분량의 생망고가 들어간다.

이후 미로와(코팅제)를 붓으로 톡톡 얹으면 완성이다. 미로와는 과실 위에 공기 접촉을 차단해 갈변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허브류인 타임과 프랑제리 로고가 적힌 초콜릿을 얹어 데커레이션 했다. 완성된 케이크는 포장한 후 냉장 진열대로 옮겨진다. 프랑제리에서 판매하는 디저트는 모두 당일 생산, 당일 판매가 원칙이다. 

여기까지가 제철 과일 케이크의 레시피다. 이 레시피는 특급 호텔 출신(소피텔 엠버서더, JW메리어트 호텔 등) 파티셰들이 개발했다. 프랑제리 파티셰들은 15~20년의 경력을 가진 숙련자들이다.

생크림을 바른 샌딩시트 위에 망고를 얹고 있다. / 사진=김지우 기자 zuzu@

인기 있는 이유

오전 10시 15분. 망고케이크 40개가 판매됐다. 월요일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오전 8시 오픈 후 2시간이 조금 넘은 시간 안에 이뤄진 일이다. 프랑제리의 망고케이크는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기를 얻었다. 망고케이크를 출시했을 당시 별다른 홍보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준비한 200여 개의 수량이 출시 다음 날부터 매진됐다. 주말엔 380여 개가 판매된다.

인기 비결은 '가성비'다. 프랑제리 망고케이크의 가격은 1만9900원이다. 여타 브랜드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성심당 망고시루 케이크는 4만3000원, 현대백화점 베즐리 당적망고 케이크는 2만7000원 등이다.

완성된 망고케이크가 박스에 포장되고 있다.  / 사진=김지우 기자 zuzu@

망고케이크는 당초 이달 7일까지만 판매하기로 했지만, 추가 판매 요청이 많아 오는 30일까지 판매를 연장하기로 했다. 더불어 프랑제리는 생망고 케이크의 인기에 힘입어 '제철 과일 케이크 시리즈'로 프리미엄 과일 케이크 판매를 지속키로 했다.

망고의 인기를 이어갈 제철 과일은 '딸기'다. 프랑제리는 지난 14일부터 여름 딸기 케이크 판매를 시작했다. 강원도에서 재배된 유럽 펠리시티 딸기를 사용한다. 더위에 강한 품종으로, 과육이 탄탄하고 새콤한 맛이 특징이다. 생망고 케이크와 마찬가지로 가격은 1만9900원이다. 작은 사이즈의 여름 딸기 케이크와 여름 딸기 우유 아이스크림은 각각 9900원에 판매한다. 

저렴한 비결

이처럼 프랑제리가 과일케이크를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이랜드가 운영하는 식자재 유통 기업 '이랜드팜앤푸드'와의 협업 덕분이다. 통상 수입과일은 원산지에서 도매업체와 소매업체를 거쳐 베이커리 매장에 공급되기 때문에 유통 단가가 크게 상승한다. 프랑제리는 이랜드팜앤푸드로부터 과일을 수급해 유통단가 부담을 낮췄다. 이랜드팜앤푸드가 직매입한 과일은 프랑제리 매장으로 바로 공급된다. 

프랑제리의 제철 과일 케이크 시리즈는 '일반 대중들도 프리미엄 디저트를 쉽게 맛볼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프랑제리는 더 많은 소비자에게 프리미엄 디저트를 제공하기 위해 유통 및 가격 혁신을 이뤄냈지만, 맛과 품질에서는 타협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프랑제리 피어 신촌점 전경 / 사진=김지우 기자 zuzu@

기존 신촌점 단독 판매에서 전국 매장으로 판매 매장을 확대했다. 제철과일 케이크는 프랑제리 사업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프랑제리의 연 매출 목표는 500억원이다. 현재 매장 수는 13곳이다. 올해 하반기 마곡점 신규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프랑제리 관계자는 "생망고 케이크에 대한 고객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 입어 제철 과일 디저트 시리즈를 매 시즌 이어 가기로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프랑제리는 이랜드그룹 계열사와 협력해 많은 고객이 다양한 프리미엄 디저트를 합리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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