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만 확률형 아이템 규제… 역차별"

김영욱 2024. 6. 26.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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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수 의원실, 게임산업법 개정안 발의...징벌적 손해배상, 입증 책임 전환 담아
"확률 미표시, 거짓 표시로 손해봤다" 주장하면 기업이 잘못 없음 입증해야
이용자 보호 취지 동감하나 게임사 지속성 훼손, 역차별 등 해결과제 있어
국회의사당 전경. 국회 제공

최대 2배 이상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기업에 입증 책임 부과 등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한 단계 강해질 전망이다. 관련해 국내 게임사들의 부담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외 게임은 빠져나가고 국내 게임사만 규제를 받는 역차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구성된 제22대 국회에서는 게임산업 관련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김승수 의원실은 지난 15일 게임산업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확률형 아이템 등 게임사의 고의·과실에 의한 공급 확률정보 미표시·거짓 표시로 게임 이용자의 손해가 발생했을 때 게임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다.

특히 게임사가 이용자 손해를 최대 2배까지 배상해야 하고 고의나 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손해배상이 손해 범위 안에서 이뤄졌다. 가령 100만원어치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했고 그 아이템의 확률이 절반이라면 배상액이 50만원을 넘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돼 징벌적 손해배상의 근거가 마련되면 50만원의 2배인 100만원이나 구매 액수를 넘어선 손해배상을 이용자가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기업들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도 준수해야 한다. 관련 법안이 시행된 지난 3월 22일 전까지는 이용자들이 비용을 들여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가 잘못됐음을 직접 입증해야 했다. 확률 미표시나 거짓 표시로 손해를 봤을 경우 보상받을 수 있는 근거조항도 없었다.

일례로 3심 대법원까지 넘어간 넥슨 '메이플스토리'와 이용자 김 씨의 소송 과정에서 김 씨는 2심까지 확률형 아이템 '큐브'의 확률이 잘못됐음을 직접 밝혀야 했다. 그런데 2심에서는 넥슨이 소비자에게 게임 내 확률 정보를 고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악용하는 행위를 이용자에 대한 사기행위로 판단했다.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넥슨이 확률형 아이템 '큐브'의 정보를 조작했다고 내린 결론이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줄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소송을 담당하는 이철우 변호사는 "이용자와 게임사 간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공정위 등 권한을 가진 기관이 조사한 자료가 있거나 게임사가 스스로 잘못을 시인한 경우, 내부자의 폭로가 있는 경우 등이 아닌 이상, 이용자가 게임사를 상대로 확률 조작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소송에서 게임사는 모든 자료를 가진 상태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만 선택적으로 제출하므로, 입증책임 전환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이용자에게 있던 입증책임이 기업으로 전환되면 게임 이용자들의 소송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이 시행된 후 공정위에 관련 민원 접수도 늘어났다.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은 공정위의 결과 발표 이후 넥슨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게임사들은 이용자의 권익 보호 취지는 동감하지만 국내 게임사에 역차별이 될 수 있고,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소규모 게임사들의 지속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매출액 100억원 미만 게임사가 85%에 달했다. PC 게임에서는 88%를 차지했다. 이들 중에는 수익모델(BM)이 확률형 아이템인 곳이 많다.

이와 관련해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비중이 높은 중견·중소 게임사가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으로 인해 파산에 이를 우려가 있다"면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 도입 후 규제 정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며 "국내 대리인 제도가 통과되지 않은 가운데 국내외 게임사 간 역차별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만 얹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외 게임사의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국내 대리인 지정제는 지난 4일 강유정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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