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선박 정비 사업 '톱'…HD현대마린 순항 비결은
IPO 성공 주역…상장 후 149% 상승하며 증시 안착
독보적 사업 특수성에 오랜 노하우…강점 두루 갖춰
조선 업황을 보여주는 '신조선가지수'와 신조선가의 선행 지수 중 하나인 '중고선가지수'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해상 운임이 오르며 선박 수요가 늘고 있고, 강화된 환경 규제로 친환경 선박 수요 또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가지수 상승과 선박 수요 증가는 곧 선박의 생애 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시장 저변 확대를 의미한다. 이를 반영하듯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 5월 상장 후 150% 가까이 뛰며 코스피에 안착했고 지금까지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공모가 8만3400원에서 시작해 현재 10만원대 중반을 넘나들며 당초 시장 기대치인 3조원대 몸값을 훌쩍 넘어섰다.
HD현대마린의 성공적으로 증시에 데뷔할 수 있었던 비결과 미래 비전은 무엇일까.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HD현대 글로벌 R&D센터(GRC)를 찾아 기업공개(IPO)를 주도했던 김정혁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만나 직접 들어봤다.
HD현대마린의 '순항' 동력 세가지
김정혁 CFO는 HD현대마린에 대한 뜨거운 증시 반응에 대해 무엇보다 사업의 특수성을 꼽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조선·해양 분야 정비·수리·분해조립(MRO, 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사업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행하고 있다.
김 CFO는 "HD현대마린솔루션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비·수리·개조부터 생애 주기까지 선박에 필요한 핵심부품과 기술 서비스 그리고 환경 규제 준수를 위한 친환경 선박 개조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러한 특수성이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MRO 사업은 선박 유지·보수(AM), 친환경 개조, 디지털 솔루션 사업을 핵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선박 AM 사업은 선박에 필요한 핵심부품과 기술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하고, 파손된 선박 등을 수리해 주는 것을 말한다.
지속 성장 중인 친환경 개조 사업은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2050년경까지 탄소 배출 제로(NET ZERO)를 단계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선사들의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개조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기존 운항 중인 선박에 있어, 친환경 개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선박 디지털 솔루션 사업 또한 친환경 개조 사업 못지않게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운영비용, 탄소 배출 저감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시장의 기대가 크다.
친환경 선박 100% 대체 불가능…"개조 수요 상당히 높다"
김정혁 CFO는 해외투자자에게 HD현대마린솔루션을 한 마디로 소개할 때 "One Stop Shop, Global No.1 Marine Solution Provider"라고 말한다. 이는 선주가 필요로 하는 모든 공정을 다 갖춘 회사라는 뜻이다.
선박은 야드에서 건조돼 선주에게 인도된 후 약 20여 년 동안 전 세계를 누빈다. 이후 수명이 다하면 폐선 된다. 이러한 선박의 생애 주기 동안 환경규제를 준수하고, 고장 없이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있어 다양한 솔루션이 필요하다. 김 CFO는 "선박의 생애 주기 동안 HD현대마린솔루션은 적시성을 가지고 핵심부품과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경 규제 준수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력 사업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을 들어봤다. 선박 사후 서비스(After Service) 사업의 경우 긴급한 상황 시 필요한 서비스와 부품을 적기에 공급하고, 건강검진처럼 주기적으로 받는 선박 안전 검사를 수행하는 사업을 뜻한다. 우리 주변에 보이는 대학병원의 응급실과 건강검진센터의 역할을 하는 사업이다.
친환경 선박 개조 사업의 성장성도 강조했다. 그는 "선박은 전 세계 탄소 배출의 3%를 차지하고 있다"며 "유럽연합(EU)와 IMO가 탄소 배출 규제를 매년 강화하고 있는데 환경 규제에 맞춰 선박 운항 성능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선박 개조를 두고 선주들은 현재 신조 시장이 활황이니, 기존 선박을 친환경 신조 선박으로 다 대체하는 것이 개조보다 낫지 않냐는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해 김 CFO는 100%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대형 상선의 수는 약 2만 5000여 척이고, 현재 글로벌 신조량이 연간 1000여 척 내외인 만큼 운항 중인 선박을 모두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하려면 25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매년 강화되는 환경 규제를 빠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은 친환경 개조 솔루션"이라며 "HD현대솔루션은 이러한 시대 흐름에 맞춰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LNG 재액화, 이중연료(DF) 엔진, 에너지 세이빙 디바이스 등의 다양한 개조 솔루션 사업을 확대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솔루션 사업은 선박 자동화, 전동화, 자율화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는 사업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를 위해 통합제어시스템, 축발전기 시스템, 스마트 쉽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지난해부터는 그간 축적한 데이터 기반으로 '오션 와이즈'라는 플랫폼 서비스를 론칭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러한 3개의 핵심사업을 통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성장했고, EBITDA(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창출 능력) 마진율도 25%를 상회하고 있다.
'넘사벽' 노하우에 경기 변동 크지 않은 장점
사실상 선박 사후 서비스 시장에서 유지 보수, 선박 개조 등이 모두 가능한 회사는 HD현대마린솔루션뿐이란 점은 상당한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더해 조선업과 달리 경기 변동이 크지 않다는 특징도 빼놓을 수 없다.
김 CFO는 "기존에 운항 중인 선박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신조 사업과 달리 경기 변동이 크지 않고,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사업을 영위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하우가 전제가 돼야 한다. 조선해양 기술에 정통한 인력 인프라, 전 세계 선주 및 선사를 커버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안정적인 서플라이체인 매니지먼트 역량, 조선·해운 데이터 분석 기술 등이 필요한데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며 발전해 온 것이다.
선박 사후서비스 M&A 검토…친환경 디지털 투자 지속
HD현대마린솔루션은 선박 사후 서비스 사업에서 구축한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외 항만 창고를 확보했고 글로벌 기준의 물류센터를 구축해 고도화할 계획이다. 또한 선박 사후서비스 사업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세계 주요 거점에 설립된 법인을 통해 현지 거점 물류창고를 운영하고 있어 이곳에 추가적으로 투자하고 공급망 관리체계(SCM) 고도화 및 체계화를 이룰 예정이다.
친환경 개조 사업 투자도 진행한다. 메탄올·수소 엔진 이중연료 개발 R&D 투자와 추가적인 엔지니어링 인력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이해 엔지니어링 기술력을 가진 설계 업체 등의 지분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
미래사업인 디지털 관련 투자 계획도 거듭 강조했다. 김 CFO는 "선박의 디지털 전환 트렌드는 자동차 산업을 넘어 선박 산업에도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항만 데이터 관련 확보와 물류 기상정보 등의 데이터에 기반한 사업 추진을 위해 인공지능(AI) 기술 등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IPO를 계기로 조선·해양 MRO 분야에서 글로벌 넘버원 기업으로서,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기업이 됨과 동시에 주주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정혁 HD현대마린솔루션 경영지원부문 부문장(CFO)은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해 1999년부터 HD현대중공업에서 일했다. 2006년~2011년 HD현대중공업 중국금융리스사(상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고, 아산나눔재단 경영지원실장, 하이투자증권 투자심사역, HD현대오일뱅크 경영분석팀장을 거쳐 2018년~2021년 HD현대 경영지원실 재무지원부문 담당임원(상무)를 역임했다. 2021년부터 HD현대마린솔루션 경영지원부문 부문장(CFO)을 맡고 있다.
최지훈 (jhcho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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