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영 없고, 투수들 지치는데…KIA 한미일 대망신 간신히 모면, 미스터리 78 ‘가을야구 폭탄’ 위기

김진성 기자 2024. 6. 2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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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범호 감독/KIA 타이거즈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IA 타이거즈가 대망신을 당할 뻔했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을 쉴 때가 아니다. 간과할 문제가 아닌데 마땅한 해결방법도 없다. 어쩌면 가을야구의 폭탄이 될 수도 있다.

KIA는 25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서 15-15로 비겼다. 자정이 거의 다 돼서 끝날 정도로 대혈투였다. 내용에 문제가 있었다. 14-1로 앞선 경기를 15-15로 비겼다. 14-1서 14-15로 역전을 당했다가 홍종표의 8회 우중간 1타점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며 간신히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KIA 선수들/KIA 타이거즈

KBO는 물론,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도 13점차가 뒤집힌 사례는 없었다. KBO는 SK 와이번스가 2013년 5월13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서 10점차 뒤집기가 역대 최고점수 차 뒤집기였다. 메이저리그에선 12점차, 일본에선 10점차가 역대 최고점수차 뒤집기.

만약 홍종표가 8회 적시타를 치지 못했다면 KIA는 한미일 프로야구 새 역사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걸 다행이라고 생각만 할 게 아니라 과정을 봐야 한다. 표면적으로 에이스 제임스 네일의 5이닝 11피안타 4탈삼진 2사사구 9실점(4자책) 부진, 김대유의 ⅔이닝 2실점, 김도현의 ⅔이닝 3실점이 컸다.

하지만, 과정을 들여다보면 결국 실책이 뼈 아팠다. 14-1로 앞선 4회말. 선두타자 나승엽이 KIA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상대로 3루 방면으로 빗맞은 땅볼을 쳤다. 3루수 김도영이 침착하게 포구, 1루에 던졌으나 1루수 이우성이 잡을 수 없었다. 이 실책으로 롯데가 무섭게 흐름을 탔다. 4회말에만 6득점하며 7-14,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14-14 동점을 허용한 7회말. 1사 1루서 김동혁이 곽도규의 투심에 반응, 원 바운드 타구를 날렸다. 곽도규가 잡았고, 2루 방면으로 돌아섰다. 유격수 박찬호가 커버를 들어왔다. 그러나 곽도규의 송구가 터무니없이 2루 기준 우측으로 빗나갔다. 박찬호의 뒤편에서 백업한 2루수 홍종표도 잡을 수 없는 방향이었다. 1루 주자 고승민은 2루를 찍은 뒤 3루까지 내달렸다.

여기서 실책이 또 나왔다. 공을 수습한 중견수 최원준의 3루 송구가 비교적 정확했으나 3루로 향하던 고승민의 몸에 맞고 굴절됐다. 3루 뒤에서 백업하던 곽도규가 공을 잡았으나 타자주자 김동혁이 재빨리 2루에 들어갔다.

KIA로선 1사 1루서 6-4-3 더블플레이로 이닝을 끝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1사 2,3루가 됐고, 계속된 만루 위기서 이정훈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줘 14-15, 역전을 허락하고 말았다. 만약 KIA가 이렇게 13점차 역전패를 당했다면, 이 두 차례의 실책이 두고두고 뼈 아플 뻔했다.

전체적으로 투수들의 응집력이 좋지 않았다. 네일은 6월 들어 주무기 스위퍼와 투심이 타자들 방망이 중심에 맞는 케이스가 점점 늘어난다. 불펜 투수들은 지친 기색도 엿보인다. 이의리, 임기영, 윌 크로우의 부상으로 시즌 초반부터 에너지 소모가 심했다. 심지어 앞으로 전반기 마지막 경기까지 마무리 정해영도 없다. 그렇지 않더라도 전반기 막판, 6월이면 서서히 투수들의 에너지가 떨어질 시기다.

그렇게 타격과 투구는 기복을 탄다. 그래서 팀 경기력의 안정성은 수비로 보정하는 게 강팀의 정석이다. 안 줘도 될 점수를 안 줘야 경기를 쉽게 지지 않고, 나아가 팀 승률이 올라간다. KIA는 올 시즌 팀 실책 78개로 압도적 1위다.

실책을 하고 싶어서 하는 선수는 없다. 최다실책 1위 김도영도 수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고, 노력도 많이 한다. 이 무더위에 수비 연습을 더 한다면 경기를 앞두고 진만 빼는 꼴이다. 무더위에 몸이 힘든 시기라 실책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시기인 것도 사실이다.

결국 이대로 갈 수밖에 없다. 냉정히 볼 때 KIA 주축 야수는 대체로 공격에 방점이 찍혔다. 상대적으로 수비력이 공격력 이상으로 빼어난 선수는 유격수 박찬호 정도다. 그렇다면 KIA의 때때로 나오는 불안한 수비가 가을야구의 폭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IA 이범호 감독과 김도영/KIA 타이거즈

이를 뛰어넘는 타격과 투구의 응집력, 이범호 감독의 경기운영과 리더십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그럼에도 1위를 달리는 걸 보면, KIA가 역시 힘이 있다. 단, 가을야구는 단기전이라 1경기를 망치면 시즌 전체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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