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HBM 개발 美 규제에 난항… “SK하이닉스·삼성전자 공급 의존도 높아질 것”
AI 시장 성장세에 HBM 수급 절실
“SK하이닉스·삼성전자 공급 의존도 높아질 것”
중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난항을 겪으면서 당분간은 한국 제조사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공급을 의존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를 구동하는데 필요한 HBM이 필요하지만, 미국의 첨단 반도체 규제 강화로 자체 개발에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中, 구형 반도체 집중 공략… HBM 제조 역량은 부족
25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반도체 생태계가 레거시(구형) 반도체에 특화돼 HBM과 같은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반도체 생태계는 미국의 첨단 반도체 관련 장비 수출 규제로 자동차·전자제품 등에 쓰이는 레거시 반도체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는 대신, 상대적으로 생산이 용이한 레거시 반도체에 집중 투자해 해당 분야를 선점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레거시 반도체는 통상 28㎚(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상 공정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의미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반도체 개발을 장려하는 정부 정책·지원으로 중국 기업의 세계 레거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29%에서 오는 2027년 33%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HBM과 같은 첨단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 사이먼 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연구원은 “중국의 반도체 생태계는 주로 중저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HBM을 제조하기에는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고 했다.
HBM이 AI 시대 핵심 제품으로 급부상하자 중국 기업들이 일제히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양쯔메모리(YMTC)의 자회사 우한신신반도체제조와 화웨이, 창신 메모리 테크놀로지스(CXMT) 등이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한국 제조사들과의 기술 격차는 상당한 수준이다. 일례로 화웨이가 내년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HBM 제품은 2세대 HBM(HBM2)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 2016년 양산한 제품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HBM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국이 차세대 HBM을 자체 개발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중국의 HBM 개발 및 생산을 제한하기 위해 동맹국인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등 반도체 장비업체에 중국 내 장비 유지 보수·수리 서비스를 중단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 AI 생태계 급성장에 HBM 수요↑
이런 이유로 중국 기업들이 향후 HBM 수급과 관련해 한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I 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선 원활한 HBM 공급이 필수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중국의 생성형 AI 분야 투자 규모는 지난 2022년 6억달러(약 8000억원)에서 연평균 86.2% 성장, 오는 2027년 1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SCMP는 “중국은 전 세계 메모리 소비량의 약 30~35%를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 내 AI 생태계가 성장함에 따라 한국 메모리 반도체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HBM 시장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중국이 필요한 HBM 공급은 한국 기업들이 도맡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국내 기업에 대한 미국의 규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미국은 일본과 네덜란드 같은 동맹국 반도체 장비 회사를 대상으로 수출 규제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HBM 수출에 대한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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