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행보가 전 세계를 위태롭게 하는 이유 [fn기고]

이종윤 2024. 6.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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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1차 대전의 비극을 목도한 인류가 고안한 안보 아키텍처, 국제연맹 
 -2차 대전의 극단적 비극에 대한 반성과 성찰로 만들어진 국제연합 
 -지정학 위기 부활, 과도기적 국제질서로 인해 도전 받는 국제질서 
 -러시아, 유엔 안보리 작동정지의 주범...국제안보 아키텍처 심한 훼손 
 -북러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 한반도와 세계에 전쟁의 그림자 드리워 
 -국제안보 지탱해 온 유엔 약화, 방치...대규모 전쟁 블랙홀로 내몰릴 수 있어 
 -위기로 빠르게 흘러가는 지구촌, 유엔 상임이사국 러시아 '안보의 독' 전락 
 -국제기구 작동 정상화 시급, 북러 불법거래는 대가 따른다는 공식 작동해야 
 -유엔 안보리 기능 정지, 침략국 러시아의 승리는 전쟁의 시대 도래 재앙 직면 
 -한국은 북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도전에 획기적인 정책적 진화 필요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전쟁은 국제정치에 막대한 파급력을 미치는 변곡점으로 작용해 왔다. 안보 아키텍처는 전쟁의 결과였다. 전쟁이라는 비극을 목도한 인류가 반성과 성찰로 평화와 안보를 지켜내기 위한 후속조치에 나선 결과이기도 하다. 1914∼1918년간 치러진 제1차 세계대전으로 약 1000만명이 목숨을 잃고 약 2000만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끔찍한 재앙에 직면하자 인류는 재발방지를 위해 1919년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을 설립하게 된다. 1차 세계대전이 유럽의 세력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한 바 세계적 규모의 전쟁의 구조적 근원이 유럽으로 인식되었고 이를 반영하듯 본부는 유럽의 스위스 제네바에 두게 된다. 세계평화를 이루어내고자 국제연맹에 적용한 공식은 개념적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정교했다. 집단안보 개념을 공식에 담았고 동시에 군축을 통해 무기 사용을 통제하는 구도도 공식에 반영하고자 했다. 하지만 국제연맹은 공허한 메아리로 되고 만다. 국제연맹을 전면에서 제창한 지도자가 미국의 윌슨 대통령이었지만 정작 미국은 국제연맹에 참여하지 않는 등 국제정치를 주도하는 강대국과는 거리가 있는 국제기구라는 한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러던 중 전쟁은 또 다른 변곡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1939년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발발한 전쟁은 전 세계로 확대된 것이다. 1945년까지 지속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약 7500만명 사망이 추정될 정도로 극단적인 비극에 직면하자 인류는 다시 반성과 성찰을 하게 된다. 이에 국제연맹은 국제무대에서 사라지고 이를 대체할 국제연합(UN: United Nations)이 1945년 비준된 후 1946년 국제연맹을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기구가 된다. 이로써 국제안보 아키텍처 뉴욕 본부 시대가 시작된다.

한편 지금의 국제정치를 지정학의 부활 혹은 강대국 정치의 귀환이라 규정하며 과도기 국제질서로 인한 도전에 주목하는 상황이다. 이 도전 중에서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유명무실화가 가장 심대한 상황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작동정지의 주범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는 주권국인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했고, 2024년 3월에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국제 규칙·규범 작동을 정지시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19일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여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을 체결하며 기존의 국제안보 아키텍처를 심하게 훼손시키고 있다. 불법거래로 점철되는 북러조약은 북한의 오판 가능성과 군사적 긴장을 높일 뿐 아니라 러시아를 한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으로 규정하게 한다는 점에서 안보지형을 크게 흔드는 사안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행보는 한반도 안정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치기에 위태롭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는 단지 한반도 안보 위기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국제안보를 지탱하던 국제기구가 약화되면 억제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대규모 전쟁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국제연맹이 제구실이 못하는 약한 지반은 독일과 같은 침략국에 전쟁이라는 오판하도록 조장했고 그 결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에 직면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안보를 지탱해 온 유엔이 약화되고 나아가 이를 방치하면 인류는 대규모 전쟁이라는 블랙홀로 또다시 내몰릴 수 있다. 우려되는 점은 러시아의 행보를 보면 상황이 이러한 방향으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강대국이 참가하지 않는 국제연맹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유엔은 상임이사국에게 거부권이라는 막대한 권한을 부여하면서까지 강대국에게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했다. 그런데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책임 있는 역할은커녕 그 지위를 침략전쟁 등에 악용하여 전 세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유엔 출범 80주년이 목전으로 다가온 지금 승전 강대국에게 부여했던 거부권이 되레 국제안보에 독이 되고 있다.

물론 거부권이라는 국제정치 권력을 누려온 러시아이기에 이러한 지위를 버리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규칙위반 행보는 유엔 안보리 해체를 원해서가 아니라 되레 그 반대로 국제정치에서 자신이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행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러시아의 행보는 국제안보의 보루로 80여년간 작동해온 유엔을 위태롭게 하고 이는 또 다른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북러 불법거래를 지역적 차원이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심각한 사안으로 규정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제정치가 전쟁의 블랙홀로 빨려들지 않도록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 작동을 정상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북러거래의 불법성을 명확히 규정하고 제재 강화 등을 통해 규칙위반 행동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공식이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유사입장국이 보다 결속력을 높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을 물리칠 수 있도록 지원 수준을 한층 높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과도기 국제질서 시기에 유엔 대체 기능 효과를 유도하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국제사회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만약 러시아가 승리라도 거머쥔다면 이는 유엔 안보리 기능 정지이자 규칙기반 질서 와해의 서막이 될 것이다. 침략국의 승리는 전쟁의 끝이 아니라 전쟁의 시대 도래라는 재앙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러시아와 북한이 손을 잡으면서 한국은 국제안보의 직접적인 당사국이 되었다. 한국은 북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도전을 지역적 차원이 아닌 국제적 사안으로 인식하는 가운데 주도국으로서 이 문제에 대처하도록 획기적인 정책적 진화가 필요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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