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부동산 싹쓸이?…"제주도는 중국섬" 실제론 어떨까
'중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싹쓸이하고, 제주는 중국인 섬이 됐다?' 최근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정부가 외국인 보유 부동산 통계를 공표한 이후 보유 토지 면적, 주택 수 등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통계를 뜯어보면 실제 전체 비중은 크지 않아 아직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또 외국인 부동산 투자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 일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외국인 보유 주택 수 증가 추세는 상대적으로 빨라 유의할 필요가 있다.
25일 통계청·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외국인 보유 토지는 지난해 연말 기준 2억6460만1000㎡로 2011년(1억9055만1000㎡)과 비교해 약 38.9% 증가했다. 공시지가는 2011년 기준 24조9957억원에서 지난해 기준 33조288억원으로 약 32.1% 늘었다.
1998년 국내 부동산 시장 개방에 따른 '외국인 토지법' 시행으로 외국인 보유 토지 통계 작성이 시작됐다.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통계가 정리된 건 2011년부터다.
외국인 보유한 주택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연말 기준 외국인 보유 주택 수는 9만1453가구로 전년대비 약 9.5% 증가했다. 소유자 수는 8만9784명으로 전년대비 약 10% 늘었다. 주택 통계는 윤석열 정부 때 '외국인의 주택 거래에 대한 규제'가 처음 언급되면서 지난해부터(2022년 연말 기준) 처음으로 공표됐다.
이같이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 면적과 주택 수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대만 일간지 자유시보는 '제주도가 중국섬? 뒤치다꺼리 바쁜 한국' 이라는 기사를 통해 중국인의 제주 부동산 투자 실태 등을 분석했다. 기사의 주 내용은 제주도 투자이민 제도로 중국인이 득세해 2019년 기준 중국인이 도 내 약 981만㎡를 소유하고 있고 전체 외국인 소유분의 43.5%에 이른다는 것이다.
제주시는 이와 관련해 지난 21일 해명자료를 냈다. 제주 전체 면적 1850㎢ 중 중국 국적의 외국인이 소유한 면적은 0.5%에 불과하고 '중국섬이 됐다'는 것은 지나치게 과장한 것이라는 내용이다.
아직 외국인 부동산 투자는 불법 투기로 인한 가격 상승, 세금 회피 수단 등 많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게 현실이다. 거주 목적이 아닌 시세차익 등 금전적인 목적만으로 국내 부동산을 취득할 때 지가·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겨 부동산 가격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또 외국인이 취득하는 부동산의 가족간 거래, 주택자금조달 계획서 등에 대해서는 검증에 어려움이 있어 국내 부동산이 세금 회피 등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다.
그러나 실제 통계로 따져보면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외국인 보유 토지 면적이 꾸준하게 늘고 있긴 하지만 전체 국토 면적 대비 비율은 지난해 기준 약 0.26% 수준으로 2011년 0.19%와 비교해서도 많이 늘어난 건 아니다. 보유 토지와 마찬가지로 전체 주택 수 대비 외국인 보유 비율도 0.48%로 높지 않다.
결론적으로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와 주택이 증가하는 추세는 맞지만 여전히 토지 면적과 주택 수 대비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아 영향력은 미미하다. 또 국내에서 투기로 인식되는 다주택자 비율이 낮고 1주택자 소유자가 93.4%를 차지해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분석이다.
또 한편에서 외국인 투자가 일부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있어 국내 미분양 물량을 외국인이 소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외국인이 보유한 주택 지역도 역시 수도권으로 쏠리고 있어(서울·인천·경기 73%) 비수도권 물량을 해소하는 역할로는 한계가 있다.
고 연구원은 "그러나 주택의 경우 전년 대비 외국인 보유 주택 수가 약 9.5%증가한 수준으로 봤을 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고 해도 추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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