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작 칼럼] 숫자가 보여주는 한국 농업의 위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다들 인정하기 싫지만, 대한민국의 생활물가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이다.
세계은행에서 제공하는 필수 영양 식단의 국가별 비교에서 한국보다 더 비싼 나라는 자메이카·일본·몽골 등 4개국에 불과했다.
일본 농경지 면적은 432만㏊로 한국의 151만㏊ 대비 2.9배 더 넓다.
예전에는 그나마 일본 농업과 비교하면서 한국 농업의 당위성을 찾았지만, 이제는 그마저 어렵게 됐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들 인정하기 싫지만, 대한민국의 생활물가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이다.
세계은행에서 제공하는 필수 영양 식단의 국가별 비교에서 한국보다 더 비싼 나라는 자메이카·일본·몽골 등 4개국에 불과했다. 이런 경향은 국가별 생활물가 자료를 제공하는 여러 기업의 데이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외식 물가와 농산물 가격은 ‘툭’하면 고가논란에 휩싸인다. 바나나와 오렌지 등 수입 농산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멀리 시골에서도 3.3㎡(1평)당 10만원 이하의 농지를 찾기는 어렵다. 지방 도시 근교라도 3.3㎡당 50만원은 가볍게 넘어가는 지역이 많다. 우리는 이게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농지 가격이 이렇게 비싼 건 아주 예외적인 현상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에서 농지가 가장 비싼 네덜란드의 평균 농지 가격은 3.3㎡당 3만8000원, 가장 저렴한 크로아티아는 1800원, 그리고 중간 정도인 핀란드는 4350원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지리적 조건이 유사한 일본의 논 평균 가격은 3.3㎡당 3만1700원이다. 홋카이도는 전국 평균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우리나라 경기지역에 해당하는 도카이 지방은 평균의 두배 정도이다.
유럽의 1농가당 평균 경지면적은 17.4㏊고, 일본은 3.1㏊, 그리고 한국은 1.6㏊다.
일본의 1농가당 경지면적은 1985년 1.05㏊에 불과했다. 당시 한국의 1농가당 경지면적은 일본보다 조금 더 큰 1.1㏊였다.
일본 농가의 경지면적이 295% 증가하는 동안 한국은 45% 느는 데 그쳤다. 일본의 농업경영체 수는 2015년 138만개에서 2023년 92.9만개로 32.7%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의 농업경영체 수는 159만개에서 182만개로 14.5% 늘었다. 일본 농경지 면적은 432만㏊로 한국의 151만㏊ 대비 2.9배 더 넓다.
평균 경작면적보다 더 중요한 통계는 농가의 규모화 정도와 규모화된 농가가 농업에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걸 알아야 구체적인 농업정책이 어느 농민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EU 회원국의 경우 5㏊ 이하 소농은 숫자로는 3분의 2에 이르지만 경작면적은 전체 농경지의 6%에 불과하다. 반면에 50㏊ 이상 대농은 숫자로는 7%이지만 농경지의 70%가량을 경작한다. 일본의 경우에도 농가가 규모화하면서 유럽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2020년 10㏊ 이상 대농은 숫자로는 5.1%에 불과하지만 전체 농경지의 55.3%를 경작한다. 10년 전 41.7%에 비해 13.6%포인트가 증가했다. 반면 1㏊(3000평) 미만 소농은 숫자로는 52.6%였지만 경작면적은 14.4%에 불과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통계 데이터는 찾을 수 없었다.
숫자는 농업이 직면한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왜 우리나라에서 청년이 농업에 진입하기 어려운지, 귀농인은 영세농이 될 수밖에 없는지 농경지 가격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영세농 중심의 한국 농업은 높은 생산비와 복잡한 유통구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농업구조 개선 없이 농산물 가격을 낮출 수도 유통구조를 개선하기도 어렵다. 예전에는 그나마 일본 농업과 비교하면서 한국 농업의 당위성을 찾았지만, 이제는 그마저 어렵게 됐다. 농업 생산에서 고령화한 농가 수보다는 동원할 수 있는 노동력이 더 중요해졌지만 농업 통계는 변화된 농업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 농업의 미래가 궁금하면 현재의 통계부터 국가간 비교 가능한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