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크리에이터] 농부장터·시골체험…“‘거창’한 꿈 펼치는 무대죠”

정성환 기자 2024. 6.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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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크리에이터] (22) 조선화·백은선 로컬로우 대표 <경남 거창>
지역 농산물·공예품 등 판매하는
‘월간거창농부’ 장터 운영 큰호응
농가는 단골·소비자는 신뢰 확보
도시여성청년·농민과 함께 사는
시골언니프로젝트 사업에도 선정
경남 거창 ‘거창사과 융복합공간 지(G) - 애플’에서 조선화(왼쪽)·백은선(오른쪽) ‘로컬로우’ 공동대표가 ‘월간거창농부’를 소개하고 있다. 월간거창농부는 거창 곳곳에서 농부와 예술가·소비자가 만나는 농부장터다.

경남 거창엔 매달 특별한 장터가 마련된다. 거창 농부가 직접 기른 농산물이나 셰프가 만든 창작 요리, 지역 예술가의 공예품을 선보이는 이 장터의 이름은 ‘월간거창농부’다. 매주 1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서울의 유명 농부장터 ‘마르쉐앳(@)’을 본떴다. 월간거창농부에선 농부와 소비자가 만나 직거래를 하고 소통한다. ‘로컬의 것은 로컬이 소비한다’는 철학으로 이 장터를 기획한 주인공, 문화기획사 ‘로컬로우’ 공동대표인 조선화씨(41)·백은선씨(35)를 만나러 현지를 찾았다.

로컬로우는 농촌에 필요한 여러 문화 행사를 기획한다. 백 대표는 사업 기획을, 조 대표는 홍보를 담당한다. 올해초 등록한 신규 주식회사이지만 바로 농림축산식품부 ‘시골언니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되며 저력을 보였다. 시골언니프로젝트는 도시여성청년이 여성농민과 함께 시골살이를 경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로컬로우는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액 1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의 삶을 상상하지 못하는 사무직 회사원이었다. 조 대표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 2014년까지 정보기술(IT)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 업무를 했다. 거창 출신인 백 대표도 2020년까지 서울에서 사업기획 업무를 주로 했으니 농촌과는 거리가 멀었다.

“저희 둘 다 펜대만 잡던 사람들이라 농촌지역엔 생소했고 농사는 하나도 몰랐어요. 그런데 내려와보니 생각보다 기획이나 홍보 같은 직무가 지역에도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저희가 농부장터를 잘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니까 다른 지역에서도 농촌 행사를 열어달라는 연락이 자꾸 와요.”(조선화)

먼저 거창에 내려온 건 조 대표다. 그는 2014년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 남편의 고향인 거창에 귀촌했다. 시부모님의 사과 판매를 돕고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홍보 게시물을 만들었다. 이 게시물이 지역 관계자의 눈에 띄면서 2020년 ‘거창 신활력플러스사업(농촌공동체 육성사업, 이하 신활력)’ 홍보 담당으로 발탁됐다. 2022년 사회적 경제에 관심이 많던 백 대표가 거창에 돌아와 신활력 담당 코디네이터로 일하면서 둘의 인연이 시작됐다.

월간거창농부는 지난해 3월 시작됐다. 코로나19 탓에 농촌 직거래장터가 사라진 후 재탄생한 거창의 유일한 농부장터다. 6월 현재, 한번 이상 판매자로 참여했던 팀은 40여개, 이곳을 찾는 소비자는 회당 300여명에 이른다. 매 회차마다 평균 15팀이 판매자로 참여하며, 판매품목은 딸기·유기농샐러드채소·손두부·공예품 등 다양하다.

가장 인기 많은 프로그램은 ‘농부의 밥상’이다. 이 프로그램은 거창에서 활동하는 셰프에게 제철 농산물 요리법을 배우고 맛보는 일일 클래스다. 작물이 밥상에 오르기까지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맛도 좋아 항상 선착순으로 마감된다. 4월엔 쑥버무리·참죽나물 등이 나오는 봄나물 주방특선요리(오마카세·맡긴다는 뜻의 일본어로 주방장이 알아서 내놓는 요리를 말함)를 진행했다. 얼굴을 보며 직접 거래하니 판매자는 단골을 늘려 좋고, 소비자는 신뢰를 얻을 수 있어 좋단다. 참여자 반응도 뜨겁다. 거창에서 ‘미녀딸기’ 농장을 운영하는 이은진 대표(47)는 “월간거창농부 덕분에 신선 농산물을 판매할 새로운 유통경로를 갖게 됐다”며 “우리 같은 소농이 소비자와 대화할 기회가 흔치 않은데, 앞으로 이 장터가 계속 발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정애 언덕마루 대표(55)도 “농업의 가치를 알아주는 소비자를 만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전했다.

월간거창농부에서 두 사람이 판매하는 생강청과 주방용품 꾸러미. 천연 수세미와 사과비누 등은 환경을 보호하는 제품이다.

두 대표는 기획자이자 농업 생산자이기도 하다. 조 대표는 ‘하냥농부’라는 농업회사법인을 함께 운영하며 지난해 토종 생강 200㎏을 생산해 생강청으로 가공·판매했다. 토종 생강은 수확량이 적지만 특유의 알싸하면서도 달큰한 맛이 좋다. 백 대표는 사과농장 ‘그라운드스토리’에서 사과와 함께 말린 천연 수세미 등을 가공해 판매한다. 조 대표는 “농부이자 기획자이기에 더 지역에 밀착한 기획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로컬로우는 앞으로 거창의 매력을 전국에 알릴 예정이다. 7월12일까지 모집하는 시골언니프로젝트가 그 시작이다. 시골언니프로젝트 참여자는 7월과 10월에 각각 5박6일 동안 거창언니 12명과 시골살이를 체험한다. 귀촌을 망설이는 도시여성청년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백 대표는 조언한다. “거창엔 생각보다 먹고살 방법이 많다는 걸 도시청년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농사를 지어도 좋고 예술이나 사업을 해도 좋아요. 여기 언니들이 벌써 잘살고 있으니 걱정 말고 일단 경험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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