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선선 주위는 고요… 다 내려놓기[팜타스틱한 농촌으로]
숱한 드라마 나온 옛 정취 그대로… 손꼽히는 절경 바다부채길 탐방로
번잡한 몸과 마음 비우는 바로 그곳… 일과 쉼을 동시에, 워케이션도 제격
“바다다!”
기차 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바다와 나란히 이어진 철로를 달리는 기차는 가슴이 탁 트이는 풍광을 한껏 음미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소나무가 늘어선 자그마한 정동진역에 멈췄다. 서울역에서 강원 정동진행 KTX를 탄 지 2시간이 약간 지났다.
정동진을 찾은 17일, 볕이 제법 따가웠지만 바다를 보며 달리는 레일바이크 타는 사람들 웃음소리가 울렸다. 정겨운 옛 모습 그대로 바다와 모래사장, 소나무가 어우러진 정동진은 복잡한 도시를 떠나 몸과 마음을 비우기에 맞춤한 곳이다.
●정동항 구간 연장 개통한 바다부채길
정동진에 왔다면 단연 가볼 곳은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다. 해안을 따라 계단 지형인 해안단구에 조성돼 바다를 눈앞에서 볼 수 있고 찌를 듯 솟은 절벽과 소나무, 기암석 등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국내 유일의 이 해안단구는 약 230만 년 전 해저 지형이 융기해 육지화됐다.
모양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것과 비슷해 이름 붙은 바다부채길은 전국 탐방로 중 손에 꼽히는 절경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다부채길은 정동진에서 남쪽으로 심곡항까지 조성된 탐방로 가운데 올 4월 정동항 구간 640m가 연장 개통돼 전체 길이가 3.01km로 늘었다. 새로 열린 구간은 계단이 없어 노인, 장애인, 어린이도 수월하게 즐길 수 있다. 해상 동굴도 볼 수 있다.
소나무가 모여 있는 모래시계공원을 걷고, 세계 각국 진귀한 시계를 볼 수 있는 정동진시간박물관에 들러도 좋다. 바닷가에는 이른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모터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파도 위를 내달렸다. 바닷물이 맑아 색색의 바위들이 들여다 보였다.
●일하고 머리 식히는 ‘워케이션’도
생각놀이터 중 캠핑장처럼 꾸민 공간으로 들어섰다. 나무 의자와 장작이 쌓여 있어 캠프파이어를 할 수 있게 했다. 통유리문 앞에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들이 배치돼 있었다. 일을 마친 후 ‘불멍(불을 보며 멍하니 있는 것)’을 하고 주방에서 음식도 해 먹을 수 있다. 또 다른 사무실은 책상 8개 중 4개에 27인치 모니터를 설치했다. 휴게실에는 안마의자도 있다. 스노쿨링 장비도 빌려준다.
석영준 생각놀이터 대표(한국캠핑문화연구소장)는 “창의적인 결과물이 필요하거나 팀원들이 얼굴을 맞대고 논의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할 때 이용해 보길 추천한다. 책상과 의자가 마련된 객실에서 혼자 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케이션은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신청 가능하다.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해 직장인과 개인사업자만 이용할 수 있다. 오션그레이트펜션, 생각놀이터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오후 7시 넘어 바닷가로 나왔다. 은은한 분홍빛 노을이 드문드문한 하늘과 바다가 연결된 듯했다. 바람은 선선하고 주위는 고요하다. 자연 그대로가 주는 모든 것이 그 자체로 충만함을 느끼게 했다. 정동진이 여러 드라마에서 주요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한 것도 이런 매력 때문이리라. ‘푸른 바다의 전설’(2017년)에서 심청(전지현)과 허준재(이민호)가 마침내 함께 행복하게 사는 곳, ‘남자친구’(2019년)에서 차수현(송혜교)과 김진혁(박보검)이 아침을 먹고 카페를 찾아온 곳이기도 하다.
글·사진 정동진=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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