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도시’ 이끌 핵심 기구…부산지역 공연장 질서 재편 눈앞

정인덕 기자 2024. 6. 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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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홀·오페라하우스 운영 주체 ‘클래식 부산’ 내달 1일 출범

- 초기 안정화 위해 市 사업소로
- 이후 재단법인 형태 전환 목표

- 현 문화회관 공연 80%가 클래식
- 전용홀 등장에 작품 이동할 전망
- 공연장 간 역할 조정 필요 의견도

25일 국제신문이 찾은 부산시민공원 인근 부산콘서트홀 공사 현장은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공연장을 둘러쌌던 가림막은 최근 모두 철거했고, 건물 내외부 마감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모습이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 19일 기준 공정률은 93.66%다. 계획에 맞춰 오는 8월 중순께 준공할 예정이다”며 “오는 12월까지 파이프 오르간을 설치하고, 인테리어 작업과 음향 테스트 등을 진행한다. 내년 6월 개관을 위해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5일 찾은 부산시민공원(부산진구) 내 부산콘서트홀 건립 현장. 오는 8월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이원준 기자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부산콘서트홀이 오는 8월 준공해 내년 상반기 개관한다. 그동안 부산에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공연장이 등장하는 만큼, 부산 공연장과 공연예술계에 큰 지형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오페라하우스 또한 북항재개발지역 내에 오는 2026년 말 준공을 목표로 건립이 진행 중이다.

부산시는 ‘클래식 부산’이라는 시 산하 사업소를 다음 달 1일 출범할 예정이다. 클래식 부산은 두 공공 공연장 기획·운영을 맡을 기구이다. 부산 공연 예술계와 공연장의 지형 변화가 예정된 가운데 클래식 부산은 그런 변화의 핵심에 있는 상징적인 기구로 일정 기간 기능할 예정이다. 클래식 부산의 특징·운영방안과 함께 추후 이어질 부산 공연장계 변화 또한 미리 짚어본다.

▮어떻게 구성되나

지난해 부산오페라하우스 시즌 단원들이 주축이 돼 공연한 오페라 ‘토스카’. 국제신문 DB


앞서 부산시는 우선 시 사업소 형태로 두 시립공연장(부산콘서트홀·부산오페라하우스)을 운영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런 결정에 따라 클래식 부산이 오는 7월 1일 개소한다. 우선 3개 팀 20여 명으로 시작해 부산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된 후 5개 팀 50여 명(임시직 제외)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소장은 4급 과장급 직위로 공모를 통해 선발한다. 장기적으로는 독립성이 더욱 보장되는 법인 형태로 전환하는 것을 내부 목표로 세웠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부 기조로 봤을 때 신규 출자출연기관을 설립할 여유 또는 할당이 부족한 상황이라 법인으로 출범하기 어려웠다. 신규로 출범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초기 시스템을 안정화하기까지 사업소로 운영하기로 했다”며 “오페라하우스가 아직 건립 기간이 남은 만큼 언제까지 사업소로 운영할지 시점은 확정하지 않았다. 신규 법인이 될지, 기존 법인으로 통합할지, 또 다른 형태의 운영이 될지도 현재는 열려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시의 사업소 형태 운영은 초기 기관 안정화에 장점이 있되, 재단법인 등 형태에 비해 기관 자율성이나 독립성 보장에 약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떤 공연 펼쳐질까

클래식 부산이 운영하는 부산콘서트홀에는 어떤 작품이 올라갈까. 클래식 전용홀인 만큼 대형 오케스트라 공연부터 실내악 등 클래식 공연이 오른다. 넓게 잡아 재즈 장르까지 가능하다. 1년 기준 200~250회가량 공연이 예정됐고, 기획공연과 대관공연 비율은 6대4 정도로 예상한다. 클래식부산이 개소하면 대관위원회와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음 달 이후로 임시 대관신청도 받을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에서 접하기 힘든 예술단체나 작품을 올리는 것을 중점으로 기획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 예술인 기회 제공과 육성을 위해 세계적인 연주자 등과 협연을 비롯한 다양한 시도 또한 고려 중”이라며 “대관 기준과 지역 예술인을 위한 대관 비율 등과 관련한 논의는 위원회 구성 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공연장 지형 변화 예상

지역 문화계에서는 부산문화회관과 부산콘서트홀의 공연 성격이 일부 겹치는 만큼 공연장 질서 재편이 뒤따르지 않겠느냐고 예측한다. 지난해 부산문화회관은 대극장 중극장 챔버홀을 통틀어 421회 공연을 올렸는데, 334회(79.34%)는 클래식 공연이었다. 부산콘서트홀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대극장만 따로 살펴봐도 전체 134회 중 클래식 공연은 108회(81%)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 공연예술계 관계자는 “클래식 공연의 중심이 부산콘서트홀로 이동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성수기 대관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전체적으로 더 많은 단체에 공연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며 “다만 어떤 공연으로 부산콘서트홀을 채울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한 예산 확보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짚었다.

부산문화회관 관계자는 “처음엔 부산콘서트홀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 하지만 서울의 예술의전당 등 사례를 봤을 때 수요가 점차 분산될 여지도 있다”며 “부산시향 등 시립예술단의 공연이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릴 여지도 있다. 이후에도 클래식 음악 공연의 비중이 높겠지만, 무용 등 다른 장르 공연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중요한 중장기 계획

현재 부산 공공 예술계는 ▷부산문화회관·부산시민회관을 통합 운영하는 재단법인 부산문화회관 ▷예술 지원을 담당하는 부산문화재단 ▷영화의전당 총 3개 법인이 핵심이다. 자체 목표에 따라 훗날 클래식부산이 법인으로 전환된다면 어찌 될까. 4개 법인이 중심이 되거나, 출자출연기관 수를 유지하기 위해 부산문화회관과 부산문화재단이 통합 운영되거나, 클래식부산이 부산문화회관과 합쳐 운영되는 등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부산 지역 한 음악 교수는 “논의하기 이른 감이 있지만, 출자출연기관 수를 제한하고 있어 법인 개수를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법인 통합은 꾸준히 이야기가 나왔던 상황”이라며 “통합에는 장단점이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보다 거대한 조직이 탄생하고 역할·체계에 큰 변화가 따른다는 점”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부산 문화계의 중장기적 계획과 연관된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민관이 힘을 모아 담론을 형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연예술계 관계자는 “이미 사업소로 개소하는 게 확정된 상황이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면서 “예술은 독립성과 자율성이 특히 중요하다. 이에 강점이 있는 재단법인으로 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전했지만, 반영되지 않아 큰 아쉬움이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부산콘서트홀은 대지면적 2만9408㎡ 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이다. 콘서트홀(2000석)과 챔버홀(400석) 등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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