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하면 반드시 들르는 곳 중 하나가 링컨기념관이다. 그 앞에는 길이 1㎞의 리플렉션풀이 있다. 그 맞은편의 워싱턴기념탑이 리플렉션풀에 비친다. 그런데 한국인들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그 리플렉션풀 오른편 옆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이다.
이것은 1995년 7월27일 한국전쟁 휴전 42주년을 기념해 헌정됐다.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이 함께 헌화했다. 이 기념관은 한국전쟁(1950~53년)에서 싸운 약 190만명의 미국 군인과 그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남북분단의 38선을 상징하기 위해 정확히 북위 38도에서 그 공원이 시작되도록 설계됐다.
그리고 오르막길을 행군하는 참전용사 19명이 스테인리스스틸로 조형된 조각상이 있다. 19명의 스테인리스스틸 조각상은 서로 다른 군복을 입고 있으며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대표한다. 이는 미국 군대의 다양성을 반영한 것이다. 그 19명이 오른편의 화강암 부조에 반사되면 38명이 된다. 이 병사들의 모습을 조각한 사람은 프랭크 게일로드다. 이 중 게일로드가 주도한 조각상들은 전쟁 중인 군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그는 벌지전투에서 용맹한 공로로 동성훈장을 받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육군 공수부대원 출신이다. 그는 조각품을 '방문객들이 실제 전쟁의 현실을 직시하도록' 연출했다.
1995년 기념관이 개장했을 때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건축평론을 실었다. "실물보다 약간 더 큰 규모인 약 2.1m 높이로 스테인리스스틸로 주조된 이 회색의 지친 병사들은 무의식적으로 퇴역군인과 비군인 모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와 함께 복무한 사람들의 얼굴에 대한 그의 기억은 기념관에 있는 많은 군인의 모델이 됐다. 디자인은 수년에 걸쳐 제작됐다. 여러 검토 패널의 주장에 따라 수차례 수정을 거쳤다. 테이블에 등장하는 군인 수는 38명에서 19명으로 줄었다. 기념관에는 디자이너 루이스 넬슨이 만든 벽화도 포함돼 있다. 이 벽화는 군지원요원, 간호사, 트럭운전사, 의료진 및 목사의 얼굴이 새겨진 검은색 화강암으로 구성돼 있다.
이 공원의 흙과 나무들은 실제 우리나라의 태백산맥에서 직접 공수한 것이다. 그리고 부조에 새겨진 2500명의 얼굴은 실제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병사들의 사진들이다. 그 병사들의 동상 맨 앞에 새겨진 글귀가 마음을 숙연케 한다. '우리나라는 자신들이 결코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과 전혀 알지도 못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라의 부름에 응한 조국의 아들과 딸들을 추모합니다.'공원 산책로를 따라 왼편에는 한국전에 참전한 각 나라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병사들의 수와 유엔군의 수가 새겨져 있다. 사망자 미군 5만4226명, 유엔군 62만8833명. 맨 끝에는 'Freedom is not Fre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문구는 너무나 유명하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스미스소니언의 미국 역사박물관엔 그동안 미국이 치른 모든 전쟁에 관한 대규모 전시가 있다. 그 내용들은 미국 독립전쟁, 미국 시민전쟁(남북전쟁),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현대전쟁(걸프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 이라크전쟁 등)을 다룬다.
전시는 전쟁의 대규모 역사적 맥락뿐만 아니라 개별 군인과 시민의 개인적인 이야기에도 중점을 둔다. 이를 통해 전쟁의 인적 희생과 그로 인한 개인의 경험을 강조한다. 그런데 이 전시의 제목 또한 인상적이다. 그 제목은 'The Price of Freedom: Americans At Wars'다. 'Freedom Is Not Free'와 완전히 일맥상통하는 제목이자 미국의 전쟁에 관한 가치관을 보여주는 철학이다. (권기균 과학관과문화 대표·공학박사)
권기균 과학관과문화 대표·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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