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북·러 조약, 안보리 정면 위반… 시대착오적 행동”
윤석열 대통령은 6·25전쟁 제74주년인 25일 한·미·일 연합 훈련을 위해 부산 해군 작전사령부 기지에 정박 중인 미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을 시찰했다.
현직 대통령이 미 항공모함에 승선한 것은 30년 만으로, 박정희·김영삼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북·러의 밀착이 심화하는 가운데, 직접 루스벨트함에 올라 ‘한미 동맹과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또 이날 6·25 행사에 참석해 북·러가 냉전 시대 군사동맹 수준의 조약을 체결한 데 대해 “역사의 진보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행동”이라고 했다.
루스벨트함은 영화 ‘탑건: 매버릭’의 이·착함 장면을 촬영한 항모다. 윤 대통령이 이날 루스벨트함에 오르자, 대통령의 승함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이후 영송병(함정에서 귀빈을 맞이하는 병사)의 구령과 함께 300여 한미 장병이 큰 환호성으로 대통령을 맞았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전했다. 길이 332.8m, 축구장 3배 면적의 비행 갑판을 갖춘 루스벨트함은 주력 전투기인 FA-18(수퍼호닛)과 MH-60 시호크 해상작전헬기 등 항공기 90여 대를 탑재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윤 대통령은 비행 갑판에서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제9항모강습단장에게 FA-18 등이 이착륙할 때 필요한 각종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윤 대통령은 관제 타워인 ‘아일랜드’ 앞에서 크리스토퍼 라네브 미8군사령관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비행 갑판 통제실 등을 시찰했다.
윤 대통령은 격납고에서 한미 장병들을 만나 “이번 루스벨트 항모 방한은 저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채택한 ‘워싱턴 선언’의 이행 조치”라며 “강력한 확장 억제를 포함한 미국의 철통같은 대한 방위 공약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이 작년 4월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 선언은 확장 억제 강화 및 핵협의그룹(NCG) 창설 등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또 “한미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우리의 동맹은 그 어떠한 적도 물리쳐 승리할 수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일 3국의 협력은, 한미 동맹과 함께 또 하나의 강력한 억제 수단이 될 것”이라고 했다.
루스벨트함이 국내에 입항한 것은 처음이다. 루스벨트함은 이번 주 한·미·일 3국 최초의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22일 한국에 도착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6·25전쟁 제74주년 행사에 참석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등 연이은 도발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최근 오물 풍선 살포와 같이 비열하고 비이성적인 도발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이 지난 19일 러시아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고 군사·경제적 협력을 강화한 데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퇴행의 길을 고집하며 지구상의 마지막 동토로 남아 있다”며 “우리가 더 강해지고 하나로 똘똘 뭉치면 자유와 번영의 통일 대한민국도 결코 먼 미래만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또 “평화는 말로 지키는 것이 아니다. 강력한 힘과 철통같은 안보 태세가 진정한 평화를 이룩하는 길”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6·25 행사에 참석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6·25 행사를 비수도권 지역에서 개최해 지역의 참전 용사들을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에 이어 엑스코 연회장에서 6·25전쟁 참전 유공자를 위한 위로연을 개최했다. 윤 대통령은 이동근·고석복·이하영·김춘원 등 참전 용사들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70여 년 전 여러분께서 북한 공산군의 침략에 맞서 용맹하게 싸우신 덕분에 대한민국은 국난을 극복하고 자유를 지킬 수 있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모든 국민이 영원히 기억하고, 영웅들께서 합당한 존중과 예우를 받는 보훈 문화를 확산해 나가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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