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고유종, 300㎞ 떨어진 밀양서도 쑥쑥
지난 16일 오전 경남 밀양에 있는 생물자원증식연구센터 한편에 울릉도 고유종인 추산쑥부쟁이 수백 포기가 빼곡했다. 추산쑥부쟁이는 해국(海菊)이라는 꽃과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섬쑥부쟁이’ 사이의 자연적인 교잡종이다. 울릉도 전체로 따져도 100개체 안팎에 그칠 정도로 희귀하다. 울릉도에서 약 300km 떨어진 밀양의 센터에서는 대량 생산 기법을 개발하기 위해 500여 개체를 키우고 있다.
추산쑥부쟁이는 해열·해독 효능이 있다. 염증을 유발하는 질소산화물 생성을 100% 차단하고,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는 70% 이상 제거해준다. 의약품이나 영양제, 화장품 등에 활용할 방법이 많다. 하지만 야생 개체 수가 너무 적어 그간 상품화가 어려웠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증식연구센터는 2019년부터 추산쑥부쟁이를 대량 증식할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어 최근 특허를 출원하고 제품화를 논의하고 있다.
밀양 센터에는 LED 수경재배실, 유리 온실, 무균 배양실 등이 있어 식물이 어떤 조건에서 잘 자라는지 최적의 조건을 찾을 수 있다. 울릉도에서 가져온 추산쑥부쟁이는 줄기를 잘라 호르몬 용액에 담가 뿌리가 나오면 흙에 옮겨 심는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스마트팜’ 같은 인공적인 환경에서 추산쑥부쟁이를 대량 생산하는 조건을 개발할 수 있다.
센터는 이런 식으로 최소 10여 종의 식물에 대한 자원화 방법을 연구 중이다. 한반도 내에서도 서식지가 매우 제한적인 식물들이 집중 연구 대상이다. 이 가운데는 항염, 항산화, 미백, 노화 방지 등 효능이 확인된 식물이 많다. 제주도 곶자왈에서만 자라는 빌레나무, 실내 공기질 개선 효과가 있지만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섬초롱꽃 등도 증식 방법을 연구 중이다.
국내에서 우리나라 자생 식물 증식 연구를 하는 곳은 국립수목원과 이 센터 두 곳뿐이다. 화장품 기업 등으로부터 새로운 식물성 원료에 대한 수요가 있지만 그에 비해 연구 기반은 크지 않다. 많은 장비가 필요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들이는 노력에 비해 실제 상업화에 성공하느냐가 관건이다. 생물자원증식연구센터 남기흠 연구관은 “국토와 자원이 제한적인 우리나라는 생물 인공 증식을 통한 자원화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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