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낚시성 광고’에 소비자들 뿔났다
백모(32)씨는 지난 5월 테무 앱에서 ‘5개 무료’ 이벤트 광고를 접했다. 제품 5개를 골라 앱 장바구니에 넣으면 해당 제품들(총 20만~30만원 상당)을 무료로 보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친구에게 테무 초대 링크를 보내거나 앱 화면에 뜨는 룰렛을 돌리는 등의 간단한 미션을 깨야 한다고 했다. 미션을 하나 깨면 전체 액수의 50%가, 두 개를 깨면 70%가 할인된다고 했다.
재미를 붙인 백씨가 미션을 계속 깨서 전체 가격을 1만원까지 줄였더니, 이번에는 지인들을 테무에 새로 가입시키라고 했다. 백씨가 친구 4명을 가입시키자 가격은 10원이 됐다. 백씨가 1명을 더 가입시켜 5원이 된 상태에서 제품 5개를 구매하려 했지만 액수가 0원이 되지 않으면 구매 자체가 불가능했다. 뒤늦게 인터넷을 검색하니, 5원을 0원으로 줄이려면 신규 회원 4명을 더 가입시켜야 한다고 했다. 결국 이벤트 응모를 포기한 백씨는 “테무를 맨 처음 이용했을 때도 사은품 3개를 공짜로 준다고 했지만 알고 보니 제품 7개를 구매하는 조건이 딸려 있어서 어이가 없었는데, 이번 이벤트는 정도가 훨씬 더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사기성 광고나 마케팅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격이 싼 만큼 제품의 질이 떨어질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원하는 제품 5개 고르면 무료 구매’ 등처럼 소비자 기만에 가까운 낚시성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알리·테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닌텐도 스위치가 999원? “사실상 허위 광고”
지난달 말부터 테무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신규 회원이라면 닌텐도 스위치와 갤럭시 Z플립 스마트폰 등을 누구나 단돈 999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광고를 송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허위 광고다. 실제로 이 이벤트에 참여하려면 신규 회원 수십 명을 테무에 가입시켜야 하는 데다, 그렇게 했다고 해서 제품 구매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각 제품의 판매 수량은 선착순 1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닌텐도 스위치를 999원에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은 단 1명뿐인 셈이다. 이에 대해 테무 측은 “특별 프로모션인 만큼 선착순 등 조건을 걸 수도 있다. 테무의 광고는 진실”이라고 설명한다.
알리 역시 ‘허위 광고’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료 멤버십인 ‘알리 VIP 무료 체험’이 실제로는 무료가 아닌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쿠팡의 ‘와우 회원’처럼 알리 역시 VIP 멤버십 제도가 있는데, 30일 무료 체험 버튼을 누르자 ‘무료 체험’임에도 1년 회비인 19.9달러(약 2만7600원)가 즉각 결제된 것이다. 알리 측은 환불을 요구한 고객에게 “알리 할인 쿠폰으로만 환불이 가능하다”고 했다. 지난 3월 이 사실이 알려지자, 알리 측은 ‘멤버십 개편 중’이라며 현재 VIP 멤버십 무료 체험과 신규 가입을 차단한 상태다. 최근에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의 상품 이미지를 불법 도용해, ‘쿠팡에서 수입했어요’라는 문구까지 들어간 제품이 알리에서 판매되는 사례도 적발됐다. 알리 측은 “확인 즉시 삭제 조치했다”면서도 “이는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알리·테무 이용자들은 ‘낚시성 광고’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유튜브 등을 통해 노트북이나 최신 스마트폰 등 고가의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광고 영상을 송출하지만, 막상 클릭하면 노트북 케이스 등 저가의 액세서리 제품이 나온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유튜브에서 신규 가입자에 한해 자동차 비상 전원을 1228원에 판매한다는 테무 광고를 보고 앱을 설치했는데, 막상 구매하려고 보니 배터리 케이스더라”고 후기를 올리기도 했다.
◇칼 빼든 공정위 “알리·테무 조사 조만간 마무리”
이처럼 소비자들의 불만이 계속 제기되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중국 이커머스인 알리·테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알리는 정가를 거짓으로 표시한 뒤 할인해주는 것처럼 광고한 행위가 조사 대상이다. 테무의 경우 상시 제공되는 쿠폰을 제한 시간 안에 앱을 설치해야 받는 것처럼 광고한 행위, 친구 초대를 해야 받을 수 있는 선물을 무료 제공인 것처럼 광고한 행위 등이 조사 대상에 해당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자 간담회에서 “알리와 테무의 전자상거래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조만간 (심의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알리와 테무에 대한 조사를 오는 3분기(7~9월) 중에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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