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나가서 최강욱 탓...김어준씨 쫄지 마세요 [기자의 시각]
김어준(56)씨는 지난 18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이동재씨 명예훼손 재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김씨는 2020년 4~10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채널A 기자였던 이씨가 이철 전 신라젠 대표에게 접근해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하라’고 협박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법정엔 김씨 재판을 취재하려는 기자들이 10여 명 몰려들었다. ‘허위 사실 유포 인정하느냐’ ‘이동재씨에게 하고 싶은 말 있느냐’ 같은 질문이 재판 전후 9개나 쏟아졌지만 김씨 답변은 단 한마디였다. “할 말 있을 때 하겠다.”
이날 김씨는 왼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걸으며 취재진 질문을 받았다. 재판 태도도 성실하다고 하긴 어려웠다. 거의 매일 진행되는 김씨의 유튜브 방송은 2시간 30분 안팎이다. 박장대소하며 반대 세력을 비웃거나 비속어를 내뱉는 일이 다반사다. 그렇게 웃고 떠들기를 좋아하던 김씨가 이날 법정에서 한 말도 딱 한마디였다. 판사가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자 “(변호인 의견서) 거기에 다 담겨있다”고 했다. 김씨 변호인은 “최강욱이 게시한 페이스북 게시물이 사실이라고 믿었고 최강욱의 지위를 생각했을 때 그럴 가능성이 상당했다”고 했다.
2020년 4월 3일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신분이었던 최강욱씨는 이동재씨가 이철씨에게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 우리 방송이 쓰면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진다. 유시민의 인생은 종 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이런 허위 사실을 말한 것은 맞지만, 당시 국회의원 후보 신분의 최씨 말을 진실로 믿을 만한 상당성이 있었다는 취지의 변론이었다. 김씨 변호인은 김씨의 활동을 두고 “언론인으로서 개인적 비평”이라고 했다. 사실 확인을 본업(本業)으로 삼는 언론인을 자처했지만, 김씨가 최씨 발언의 진실성을 알아보려 어떤 추가 취재를 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동재씨는 “허위 사실 유포는 당당하게 해 놓고 이제 와서 최강욱 탓을 하다니 상당히 겁이 많은 사람 같다”고 했다. 사실 김씨의 ‘거짓 정보 살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오세훈 서울시의 코로나 역학조사 태스크포스가 해체됐다고 말했지만 이런 조직은 있지도 않았던 것으로 나타나 언론중재위 정정 보도 결정이 났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한 적이 없다” “이태원 참사가 난 골목은 과거엔 일방통행 조치를 했는데 이번엔 안 했다” 같은 발언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허위로 판단돼 제재 등을 받은 바 있다. 물론 김씨가 살포해온 ‘아니면 말고’식 음모론은 이 밖에도 많다.
김씨는 “쫄지 마!”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그의 어느 저서엔 ‘정면 돌파 매뉴얼’이란 문구가 붙었다. 허위 사실 유포 혐의도 남 탓 하지 말고, 쫄지도 말고, 소신대로 정면 돌파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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