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라이프, '입소 우선권' 혁신 제자리 걸음…생보사 새 먹거리 창출 어쩌나
KB라이프, 입소 우선권 서비스 제외한 상품으로 개정 출시 결정
요양시설 관련 규제 여전…생보사 신사업 여전한 걸림돌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KB라이프생명이 국내 보험 업계 최초로 '노인요양시설 입소 우선권'과 연계한 종신보험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정부의 지적에 사실상 백지화됐다. 생명보험사들이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해 요양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부 규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사에선 요양사업이 범국가적인 과제인 만큼 보험사의 적극적인 진출을 위해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라이프생명은 요양원 입소 우선권 서비스를 담아낸 '(무)KB 골든라이프케어 종신보험' 상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7일 해당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입소 우선권 서비스를 제외한 상품으로 개정 출시했다.
KB라이프 관계자는 "상품 개발 과정 중 외부법인을 통해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5조 6항 등 관련 위반 소지가 없는지 검토 절차는 마쳤다"며 "기존 상품에서 부가 서비스만 제외하고 장애 등급을 받았을 때 진단비를 드리는 요양 비즈니스 연계 상품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앞서 KB라이프는 업계 최초로 요양원 '입소 우선권'을 제공하는 부가 서비스를 운영하기로 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KB라이프는 해당 상품 출시 전 생명보험협회에 혁신 상품을 개발한 점을 인정받기 위해 배타적사용권(한시적 독점 판매권)을 신청했다. 하지만 상품 출시 계획 변경에 따라 배타적사용권 신청도 철회했다.
해당 상품은 요양시설과의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출시 전 입소 우선권이 발목을 잡았다. 입소 우선권은 상품가입 후 3년이 경과하거나 장기요양등급 4등급 이상 판정을 받은 피보험자에게 KB라이프의 요양전문자회사 요양시설에 일반 입소자보다 빠른 입소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이를 두고 보건복지부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저촉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반 입소자가 우선권을 가진 입소자보다 순서에서 밀리는 이유와 영리를 목적으로 요양기관을 소개·알선하는 행위 여부를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KB라이프생명의 요양전문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는 위례·서초에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시설의 대기자는 합해서 500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KB라이프생명은 내년에 은평·광교·강동에 요양시설을 추가로 개소하고 운영할 계획이다.
이에 보험사 일각에선 정부가 보험 산업을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에서는 보험 가입을 연계한 신사업을 검토해야 하는데, KB라이프생명처럼 입소 우선권 혜택을 주는 등 상품 가입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부분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별개로 판단을 해야한다면 독립적인 사업 밖에 되지 않는데 과연 수익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보험사의 목적은 보험을 파는 것인데 요양 사업 자체가 고객의 생명과 장기 노후를 보장하는 헬스케어와 연계한 사업인데 규제가 심한 와중에 보험사들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양시설 관련 규제도 생보사 신사업의 여전한 걸림돌로 꼽힌다.
KB라이프생명 외에도 생보업계에선 신한라이프가 요양사업 관련 자회사를 설립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 1월 시니어 사업 전담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를 출범했다. 내년부터 2028년까지 노인의료복지시설(요양시설) 4곳과 노인주거복지시설(실버타운) 2곳 등 총 6곳을 설립할 예정이다.
신한라이프가 내년 경기 하남시 미사동에 개소하는 요양원 1호점은 65실 규모로, 조만간 착공할 예정이다. 2026년 설립할 요양시설은 용지를 확보 중이며, 2027년에는 서울 은평구에 요양시설과 실버타운을 결합한 복합주거시설(220여 실)을 개소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라 30인 이상의 요양시설 설치를 위해서는 사업자가 토지·건물을 직접 소유하거나 공공부지 임차가 필요하다. 토지나 건물을 직접 소유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공공부지는 주로 도심이나 외곽을 벗어난 곳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 발표 자리에서 부족한 요양 인프라 개선을 위해 '요양시설의 건물과 토지 소유' 등과 같은 규제 완화, 접근이 용이한 도심 내 시설 공급을 위한 정책적 지원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는 과도한 시설화, 요양 분야에 금융자본 진입 등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요양사업을 위해서는 정부 영역과 민간의 영역이 합심해야 요양 서비스가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며 "조금 더 투명해지고 믿을 수 있는 요양 비즈니스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 요양산업 진출은 당장의 수익은 기대하기 어려우나 특화 상품 개발 및 서비스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앞으로 전망이 긍정적"이라며 "요양산업은 범국가적인 과제인 만큼 보험사의 적극적인 진출을 위해 정책적인 지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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