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밸류업이 성공하려면 [한국의 창(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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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주가 밸류업을 위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불법 공매도 금지에서 출발한 밸류업 정책은 주식양도차익과세 폐지, 배당을 늘리기 위한 주주친화 정책, 이사의 배임조항 삭제와 상속세 인하까지 불과 6개월 만에 다양한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그 이유는 몇 가지 제도개선만으로 주가를 올려보려는 정책당국과 단기투자가의 이해관계로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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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정책에도 외면받는 한국 증시
일부의 제도 변경만으로는 효과 못 내
후진적 투자문화 개선부터 이뤄내야
지난해부터 주가 밸류업을 위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불법 공매도 금지에서 출발한 밸류업 정책은 주식양도차익과세 폐지, 배당을 늘리기 위한 주주친화 정책, 이사의 배임조항 삭제와 상속세 인하까지 불과 6개월 만에 다양한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효과는 거의 없고 투자가들은 미국 등 해외로 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몇 가지 제도개선만으로 주가를 올려보려는 정책당국과 단기투자가의 이해관계로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밸류업 정책의 시작이 지난 4월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성격이 짙었다는 점은 밸류업 정책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준다.
우리가 배우려는 일본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 확산을 위한 노력, 과감한 유동성 공급, 중앙은행의 주식 매입 등 다양한 정책이 10여 년 이상 누적된 효과다. 그럼에도 글로벌 투자가들은 일본 주식시장의 상승을 밸류업을 위한 제도 개선보다 이익이 증가한 것에서 찾는다.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늘어날 때 주가는 안정적으로 상승한다. 미국 시장이 강한 것은 일상화된 혁신과 주주 친화정책이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투자가들은 재산 중 주식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활발한 논의를 통해 주가의 적정 가치를 찾으려는 사회적 분위기도 정착되어 있다. 제도, 기업, 투자가, 사회적 분위기 모두 장기 주식투자에 적합한 환경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부실 회계가 빈번하고, 배당률도 매우 낮다. 개인 재산 중 부동산 비중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기업의 성장성이나 이익률도 상대적으로 낮다. 올해 6월 중반까지 코스닥 투자가의 57%, 유가증권시장 투자가의 40%가 데이트레이딩(당일 매매)일 정도로 단기 투자 비중이 높다. 장기투자하는 펀드 시장은 존재감을 잃은 지 꽤 오래되었다.
증권사가 매도보고서를 내기 위해서는 용감해야(?) 한다. 지난해 시장 주도주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했던 애널리스트가 투자가로부터 봉변을 당한 일도 있었다. 매도보고서가 나가면 해당 주식을 보유한 투자가들의 집단적 항의가 빈번하다. 기업은 보고서를 작성한 증권사와 거래를 끊기도 하고 아예 애널리스트 출입을 불허하는 경우도 있다.
'밈 주식'(meme stock)이란 미국 시장에서 입소문으로 투자가 몰리는 주식을 일컫는다. 기업 가치보다는 개인 투자가들이 공매도에 집단적으로 대항하면서 마치 게임하듯이 투자하는 주식들이다. 이런 투자가 중 한국 투자가 비중이 매우 높다. 이런 후진적 투자문화가 30년째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에도 포퓰리즘이 일상화된 것은 아닌지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지난 60년 성장 과정에서 투자문화를 챙기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투자문화를 선진국형으로 만들겠다는 장기 계획하에 문화와 관습으로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짧은 호흡으로 시장의 탐욕에만 맞추려는 정책은 혼란만 가중시킨다.
2020~2022년 팬데믹에 따른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주식투자가는 무려 1,400만 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별다른 투자 교육 없이 '투자=투기=게임'적 관점에서 시장에 참여한 비중도 상당할 것이다. 아마 이들 중 일부는 손실이 발생해서 이미 주식시장을 떠났을 가능성이 높다. 1~2년 만에 시장을 떠난 투자가들은 우리 경제와 주식시장을 어떻게 평가할까? 되돌아오기는 할까?
제도 개선을 넘어 투자문화 관점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우선 경제와 투자 교육이 시급하다. 정규 교육과정에 들어갈 정도로 비중을 높여야 한다. 투자문화가 완전히 바뀌지 않는 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정치적 구호에 불과할 것이다.
홍성국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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