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엑스레이] [26] 뉴진스님은 동남아에 갈 수 없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2024. 6. 25.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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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나는 천주교 유치원에 갔다. 동생은 불교 유치원에 갔다. 어머니가 형제를 다른 종교가 운영하는 유치원에 보낸 이유는 하나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 집안 종교관은 세속화된 한국을 대표한다고 자부한다.

누가 종교를 물으면 불교라 한다. 여러모로 편한 답변이다. 딱히 종교적이지 않은 것도 좋다. 세계 공식 종교로 불교를 선정한다면 살생도 적어질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 불교가 중심인 동남아시아로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미얀마 불교 극단주의자의 무슬림 소수 인종 학살을 생각해 보시라. 사람 서 있는 땅에 따라 종교의 성격도 달라진다.

뉴진 스님도 그렇다. 개그맨 윤성호가 만든 캐릭터는 승복 입고 디제잉을 하며 한국 불교계 스타가 됐다. 정작 불교 인구가 많은 동남아에서 뉴진 스님은 찬밥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는 공연을 금지당했다. 불교를 조롱한다는 이유에서다.

요즘 나는 동남아 팬이 만든 K팝 팬클럽을 종종 찾는다.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동네 팬들은 큰 기업이나 (종교적) 정부 편을 강하게 드는 성향이 있었다. 삼성이고 하이브고 잘근잘근 씹는 것이 국가적 엔터테인먼트인 한국인과는 달랐다.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 아시아로 묶여 있으면서도 오랫동안 몰랐던 그들을 이해하고 싶은 것이다.

이해하기 위해 동남아 역사 관련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했다. 게시물이 올라올 때마다 댓글 창은 킬링필드가 따로 없었다. “크메르놈들 문화는 다 태국 카피임.” “라오스는 동남아에 포함하면 안 됨.” “미얀마와 달리 태국 남자는 다 한국처럼 화장이나 함.” “니들 언어 표기법 다 우리나라에서 가져간 것임.”

나는 안심했다. 한중일 네티즌은 양반이었다.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 아낌없이 서로를 좋아하는 이웃 국가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이 글을 국제관계학 대학원생에게 바치고 싶다. ‘동남아와 동북아 상호 악플 비교를 통한 한국·아세안 문화 교류 전망’이라는 논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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