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영의 저랑 같이 신문 읽으실래요] [11] 불확실한 세상, 안정감을 꿈꾸며
얼마 전 20대 때 매일 가다시피 했던 사우나를 오랜만에 갔다. 외관이 전보다 낡아 있었다. 입구에서 키를 챙겨 2층 여탕으로 올라갔다. 여탕에 들어가니 놀랍게도 15년 전 매점 이모가 그대로 있었다. 그 이모는 누구보다도 일을 성실하게 했던 분이셨다. 정말 한결같이 그곳을 쓸고 닦았다. 멍하게 있으면 서너 번은 내 발밑에 밀대가 찾아왔으므로 발을 비켜줘야 했다. 커피 한 통 달라고 말하면 ‘덜 달게?’라며 미리 알고 눈을 찡긋해주시던 이모님.
칫솔을 사면서 이모님께 지금도 24시간 영업이냐고 물으니 밤 11시 30분까지만 영업을 한 지 오래되었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사우나에 사람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매점 한쪽에는 깨끗하게 씻어놓은 빈 커피통이 줄 세워져 있었고 목욕탕 안에는 손님이 3명 있었다.
그날 이모를 보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안정적인 일,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게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 안정적인 삶이라는 게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오늘 잔잔했던 바다에서 어느 날 갑자기 큰 파도가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삶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경제는 날마다 변한다. 지난 5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7%이다. 4월에는 2.9%, 3월에는 3.1%였다. 미국 시총 순위가 올해만 해도 몇 번이나 바뀌었다. 세상은 늘 움직이니 가만히 있다면 안정적일 수 없다. 변화는 서서히 진행되어도 결국 진행된다.
사우나에 다녀온 뒤 나는 파도를 타는 서퍼처럼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 위에 올라타기로 했다. 아주 조금씩 무모해지기로 했다. 신문을 읽고 염두에 둔 미국 주식을 한 주 샀다. 또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할 계획을 세웠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쭉 살던 동네이다. 이 동네를 떠나서 다른 곳에서 살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지금 사는 곳보다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집 중심으로 집값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 마음에 드는 집이 생기면 바로 이사를 하려고 말이다.
당신은 현재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가? 세상 모든 일은 불확실함을 가진다. 안정감이라는 것은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 순간 신기루처럼 날아가 버린다. 사우나 매점 이모가 사우나에서 커피를 판매할 동안 그 동네에 커피숍이 몇 개가 더 생겼을까. 얼마나 많은 문화가 바뀌었을까. 정치·경제·사회·문화는 결코 가만히 머무르지 않는다. 물가는 상승하고 우리는 한 번도 살아보지 못했던 시대에 앞으로 살게 된다. 지금 파도가 치지 않는다고 안심할 일이 결코 아니다. 당신이 오늘 하루 조금,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에 올라탈 시도를 한다면 분명히 미래는 바뀐다. 그 길을 신문이라는 도구가 묵묵히 도와주고 있다. 꾸준히 읽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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