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미의감성엽서] 고향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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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고향 거리를 걷는다.
고향에서 산 것보다 고향을 떠나 산 지가 더 오래라 은밀히 말하면 오늘 내가 걷는 거리는 예전에 내가 아는 고향 거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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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살짝 흐리긴 해도 크고 작은 구름들이 서로 다른 욕망을 품고 방금 고향에 도착한 사람들 머리 위로 천천히 흘러 다니며 웃고 있다. 저 웃음들이 거리가 주는 생동감과 익명성이 되어 길을 만들고, 그 길을 소란스럽고 분주하고 활기차게 만든다.
나는 그 어디쯤 앉아 내 기억의 호주머니 속으로 고향의 길들을 마구 집어넣는다. 어떤 길은 오랫동안 나를 기다린 듯하고, 어떤 길은 외국어처럼 가도 가도 낯설고, 어떤 길은 금방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밝고 화사하고, 어떤 길은 다시는 오지 말라는 듯 마음에 숭숭 구멍을 내고, 어떤 길은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알 수 없는 큰 사랑으로 파란 기지개를 켜고, 어떤 길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었던 사람처럼 언제나 나를 반기고 안아준다. 그러다 만난 녹슬고 버려진 철길. 그 오래되고 낡은 철길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기다린 노인처럼 나를 붙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그 이야기를 시로 옮긴다. 그게 내 고향이 내게 준 선물. 오직 살아 있는 이만이 즐길 수 있는, 시로 숨 쉬고, 느끼고, 고통받고, 사랑하는, 크나큰 기억의 선물!
김상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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