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고개가 뒤로 휙… 美 폭염에 조형물도 녹아내렸다

박선민 기자 2024. 6. 25.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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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꼿한 자세의 링컨 밀랍 조형물이 폭염으로 녹아내렸다. 고개를 뒤로 휙 젖힌듯한 모습이다. /엑스

미국 북동부를 강타한 폭염으로 현지 초등학교에 설치된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 전 대통령의 밀랍 조형물이 녹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24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워싱턴DC 개리슨 초등학교 교정에는 올해 2월 의자에 걸터앉은 링컨의 모습을 묘사한 높이 6피트(약 1.8m)의 밀랍 조형물이 설치됐다. 남북전쟁(1861∼1865년)과 그 여파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같은 링컨 조형물은 최근 북동부를 덮친 폭염에 속수무책으로 녹아내렸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던 링컨 조형물이 녹아 고개가 뒤로 완전히 젖혀졌다. 정면을 향하던 조형물의 얼굴은 하늘을 향한 상태다. 조형물 설치 장소 인근에 거주하는 멜리사 크럴(41세)은 “이게 녹는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며 “현재는 링컨의 다리마저 풀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형물을 제작한 예술가이자 리치몬드대 미술학과 교수인 샌디 윌리엄스 4세는 “주변 온도가 화씨 140도(섭씨 60도)에 이르지 않는 한 조각상이 녹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WP 역시 “무더운 여름날 링컨 조형물이 소프트아이스크림처럼 녹는 것은 제작자가 상상했던 일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녹아내린 링컨 밀랍 조형물. /엑스

엑스(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녹아버린 링컨 조형물 모습을 공유하는 게시물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링컨 밀랍 조형물이 워싱턴DC의 혹독한 열기에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링컨 조형물이 폭염으로 머리를 잃었다” ”현재 이상 기후 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근 미국 북동부와 중서부 지역에선 열돔 현상으로 인해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져 왔다. 미국 기상청(NWS)은 미국 전역에서 약 1500만명이 폭염 경보, 9000만명이 폭염 주의보의 영향권에 놓였다고 밝혔다. 온열질환 환자도 많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워싱턴DC를 포함한 미 북동부 지역은 위도가 비교적 높고 녹지 비중이 큰 덕분에 그동안 극심한 더위를 상대적으로 덜 겪었으나, 올해는 기온이 치솟으면서 주민들이 겪는 고충이 남다른 상황이라고 한다. 뉴햄프셔주 맨체스터 등 미 동북부 일부 지역에선 기온이 예년 이맘때보다 섭씨 기준 15도가량 오르기도 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등 지구촌 곳곳에서 기록적인 초여름 더위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지역에선 홍수와 우박 등 이상 기후도 보고되는 상황이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러한 각종 기상 이변은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와 강력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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