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3할’ 후 부진-방출..해롤드 라미레즈, 워싱턴서 반등할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라미레즈는 워싱턴에서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워싱턴 내셔널스는 6월 25일(한국시간) 외야수 해롤드 라미레즈와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었다. 트리플A에서 머물던 라미레즈를 빅리그로 부르고 신인 내야수 트레이 립스컴을 트리플A로 강등시켰다(이하 기록 6/25 기준).
워싱턴 합류 약 열흘만의 콜업이다. 라미레즈는 지난 16일 워싱턴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트리플A 팀인 로체스터 레드윙스에 합류해 7경기를 치른 라미레즈는 .375/.516/.417 4타점을 기록하며 트리플A 무대는 역시 자신에게 좁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다만 이날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를 상대로 한 팀 데뷔전에서는 교체출전해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라미레즈는 6월 팀을 옮겼다.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지난 14일 방출됐다. 그리고 방출 이틀 뒤 워싱턴과 계약해 합류했다. 방출은 당연히 성적 부진 때문이었다. 라미레즈는 올시즌 탬파베이에서 48경기에 출전해 .268/.284/.305 1홈런 13타점을 기록했다. 공격력 부진으로 아쉬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탬파베이는 라미레즈가 더는 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콜롬비아 출신 1994년생 우투우타 라미레즈는 2016년 베이스볼아메리카 선정 TOP 100 유망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기대를 받는 선수였다. 2019년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라미레즈는 데뷔시즌 119경기에 출전해 .276/.312/.416 11홈런 50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은 낮았지만 정교함과 중장거리 타격 능력을 선보였다.
단축시즌 햄스트링 부상으로 단 3경기 출전에 그친 라미레즈는 2021시즌에 앞서 마이애미에서 DFA(Designated for assgnment, 지명할당)됐고 웨이버 클레임으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로 이적했다. 클리블랜드에서도 2021시즌 햄스트링 부상을 겪었고 99경기 .268/.305/.398 7홈런 41타점을 기록했다. 인상적이지 못했던 라미레즈는 시즌 종료 후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 됐고 2022년 스프링캠프에서 탬파베이로 다시 트레이드됐다.
탬파베이에 합류한 라미레즈는 달라졌다. 2022시즌 손가락 부상을 겪었지만 120경기에 출전했고 .300/.343/.404 6홈런 58타점을 기록했다. 강점이던 정교함을 더 가다듬어 3할 타자가 됐다. 그리고 2023시즌에는 122경기에서 .313/.353/.460 12홈런 68타점을 기록해 커리어하이 성적을 썼다. 최지만(NYM)이 탬파베이에서 자리를 잃은 것에는 라미레즈의 활약도 상당히 작용했다.
우타자인 만큼 우완에게는 그리 강하지 못했고 플래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역할이었지만 좌완을 상대로는 확실한 강점이 있었다. 2년 동안 242경기에서 869타석을 소화하며 .306/.348/.432 18홈런 126타점을 기록한 라미레즈는 탬파베이에서 해당기간 얀디 디아즈(.314/.406/.475) 다음으로 타율이 높은 타자였다. 1루수로도 코너 외야수로도 수비력은 부족했지만 이를 충분히 만회할 만한 강점이 있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2년과 비교해 모든 면에서 크게 하락했다. 원래 4-6도 정도로 높지 않았던 발사각도는 올해 0.1도가 돼 치명적으로 낮아졌다. 평균 시속 88-89마일 수준이던 타구속도는 올해 시속 86.3마일로 뚝 떨어졌고 40%를 웃돌던 강타비율은 34.1%로 하락했다.
여전히 리그 평균보다 삼진을 덜 당하는 타자지만 원래 적었던 볼넷은 거의 사라진 수준이 됐다. 4-5% 수준이던 볼넷율은 올해 겨우 1.8%에 불과했다. 커리어에서 한 번도 30%를 넘지 않았던 헛스윙율은 올해 32%까지 올랐고 80%를 훌쩍 넘던 S존 내 컨택율은 올해 79.3%로 낮아졌다. 가장 큰 강점이던 컨택 능력마저도 떨어진 것이다.
공을 띄우지 못하고 타구 속도가 느려졌으며 선구안도 더 부족해졌다. 여기에 가장 큰 강점에도 문제가 생겼다. 타격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여전히 부족한 수비력까지 겹쳐 탬파베이 입장에서는 전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가 됐다. 지난 2년 동안 뛰어난 성적을 썼고 아직 서비스타임이 1년 더 남아있었기에 라미레즈 입장에서는 탬파베이의 처우가 섭섭할 수도 있지만 탬파베이가 그만큼 라미레즈의 미래가 어둡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라미레즈는 오는 9월이면 30세가 된다.
워싱턴은 우타자가 필요했다. 외야의 제시 윈커와 에디 로사리오는 좋은 타자들이지만 좌타자로 좌완에 약점이 있다. 좌완에 강한 우타자인 라미레즈는 이들의 플래툰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빅리그 로스터 전체로 봐도 우타자는 라미레즈를 제외하면 조이 메네시스, 닉 센젤, 레인 토마스, 제이콥 영 뿐. 스위치 히터를 4명이나 보유하고 있지만 좌완에 강한 타자는 넷 중 일데마로 바르가스 한 명 뿐이다.
워싱턴은 현재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내 순위 싸움에서는 선두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13.5경기차로 뒤쳐졌지만 와일드카드 경쟁은 펼치고 있다. 3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승차가 단 0.5경기다. 방출을 겪었지만 어쩌면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을 수도 있다. '죽음의 조'인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와 달리 마이애미 말린스라는 절대 약자가 있는 곳. 성적을 쌓기에는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2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지만 3개월의 부진으로 탬파베이에서 버림을 받은 라미레즈는 이제 워싱턴에서 다시 시작한다. 과연 라미레즈가 방출의 수모를 딛고 워싱턴에서 다시 비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해롤드 라미레즈)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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