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 러시아 군 참모총장·전 국방장관에 체포영장 발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오른쪽, 당시)이 2023년 12월19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군 수뇌부 간 회담 전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참모총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5일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표적으로 공격한 혐의로 쇼이구 전 러시아 국방장관과 게라시모프 참모총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AP=뉴시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공격한 혐의로 러시아 전 국방장관과 군 참모총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AFP통신 등에 따르면 ICC는 이날 세르게이 쇼이구 전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참모총장을 전쟁범죄와 반인륜적 범죄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ICC는 성명에서 "ICC 판사들은 2022년 10월10일부터 적어도 2023년 3월9일까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력 인프라에 미사일 공격을 가한 것에 이들이 책임이 있다고 믿을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공격은 민간을 겨냥한 것"이라며 "목표물이 군사적 대상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민간인 피해는 예상되는 군사적 이익을 훨씬 초과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ICC의 이같은 결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중요한 결정을 환영한다"며 "모든 사람이 악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ICC는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납치한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푸틴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체포영장을 발부했었다. 당시 러시아는 이를 "무효"라며 반발하면서 ICC 소장에 대한 자체 체포 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물론 쇼이구 전 국방장관이나 게라시모프 전 참모총장 등 어느 용의자도 즉각 구금될 가능성은 낮다. ICC는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한 자체 경찰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124개 회원국의 사법제도에 의존해 이를 수행한다. 아울러 러시아는 ICC 가입국이 아니며, 러시아에 대한 ICC의 관할권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다섯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면서 내각을 개편하고 쇼이구 국방장관을 교체했다. 쇼이구 전 국방장관은 러시아 안보위원회의 서기로 자리를 옮겼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