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게스탄 참사 부른 ‘푸틴의 철권’
분리주의 움직임 강경 진압
극단주의 세력 오히려 키워
우크라에 집중, 대응 실패도
145명이 숨진 모스크바 테러가 벌어진 지 3개월 만에 러시아가 또 무차별 테러에 노출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대대적인 탄압 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취약해진 안보체계가 극단적인 참사를 불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조사위원회는 전날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에서 벌어진 테러 공격으로 총 2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중 15명은 경찰이며, 이번 테러 가담자 6명은 모두 사살됐다. 이들은 수도 마하치칼라를 포함한 주요 도시 두 곳에서 유대교 회당과 정교회 성당, 경찰서를 불태우고 총격전을 벌였다. 다게스탄 당국은 이날부터 26일까지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총격범의 정확한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 타스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총격범들은 한 국제 테러조직의 지지자”라고 전했고, 지난 3월 모스크바 테러의 배후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은 “우리의 형제들이 건재함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는 이번 테러가 이슬람국가(IS) 북코카서스 지부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은 러시아에서 가장 갈등이 큰 지역 중 하나다. 약 320만명 인구 중 95%가 무슬림인데, 유대인 공동체와 기독교 소수민족도 함께 살고 있어 갈등이 벌어지기 쉬운 환경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국경을 맞댄 체첸 자치공화국에서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이 일으킨 소요가 이곳까지 번지면서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세력의 테러가 반복돼 왔다. 2004년 베슬란의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분리주의 반군의 테러로 어린이 186명을 포함해 330명이 숨진 사건은 최악의 참사로 꼽힌다.
지난 20여년간 푸틴 대통령은 강력한 탄압 정책으로 맞섰다. 인종적·종교적 긴장을 줄인다는 명분이었다. 그는 분리주의 세력을 “화장실에서도” 소탕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잔혹하게 진압했다. 그러나 이 같은 탄압으로 폭력과 보복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극단주의 세력이 오히려 몸집을 키웠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CNN은 “푸틴은 탄압으로 이들을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론 극단주의 세력을 자극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테러 억제는 1999년부터 집권한 푸틴 대통령의 자랑거리 중 하나”였지만 이번 테러가 푸틴 대통령의 체면을 구겼다고 꼬집었다.
장기화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매몰돼 국내 테러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유라시아 담당인 타나 록시나는 “다게스탄은 보안 요원들이 파견돼 있지만, 러시아 당국의 자원과 관심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쏠린 탓에 상황을 통제하지 못했다”면서 “러시아 정보기관의 처참한 실패”라고 분석했다.
세르게이 멜리코프 다게스탄 공화국 정부 수장은 이번 공격이 “해외에서 지시된 것”이라며 서방을 배후로 지목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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