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종부세, 과세기준 16억으로 올리면 ‘기능 상실’
고령자·장기보유 등 공제혜택 더하면 사실상 폐지 효과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현행 12억원에서 16억원으로 올리면 1주택자 대상 종부세수가 현행 대비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가 나왔다. 이미 각종 공제로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수 비중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기준을 완화하면 ‘똘똘한 한 채’ 등 강남 쏠림 현상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예산정책처가 25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의 의뢰로 종부세 개편안의 세수 감소분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1가구 1주택자 과세기준을 현행대로 공시가격 12억원으로 유지하면 올해 1가구 1주택자 종부세는 총 881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과세기준을 16억원으로 상향하면 424억여원(48.2%) 줄어든 456억여원만 걷힐 것으로 추산됐다. 추계에는 국세청의 2022년 기준 종부세 과세자료를 바탕으로 공시가격 변동률 등을 반영했다.
다만 1가구 1주택 개인 납세자의 종부세가 전체 종부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대에 불과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 결정세액은 4조2000억원인데, 개인 납세자 중 1가구 1주택자의 주택분 종부세 결정세액은 913억원으로 전체의 2.2%였다. 나머지는 법인이나 개인 납세자 중 다주택자가 내거나, 토지에 물리는 종부세 등이다.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수 비중이 크지 않은 이유는 각종 공제 제도 때문이다. 정부는 60세 이상 고령자이거나 5년 이상 장기 보유한 경우 최대 80%까지 종부세를 감면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공제금액을 올리면 납부세액이 절반으로 줄어 사실상 1주택자의 종부세는 폐지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차 의원은 지적했다. 차 의원은 또 “고가 1주택에 대한 종부세 부담을 사실상 폐지하면 다시 ‘똘똘한 한 채’ 같은 현상을 부추겨 부동산시장 불안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주택 가치만 비교하면 1가구 1주택자 중 종부세 대상자는 상위 1.75% 안에 들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올해 기준 공시가격 12억원을 초과하는 공동주택은 26만6780호로 전체(1523만3703호)의 1.75%였다. 공시가격 16억원을 넘는 공동주택은 13만296호로 전체의 0.86%에 해당한다. 12억~16억원 사이의 공동주택(13만6484호) 가운데 57.8%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있다.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공제금액을 16억원으로 올릴 경우 강남 3구의 개인 종부세 대상자 상당수가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1주택자 종부세 폐지론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불을 지폈다. 이어 같은 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종부세 과세표준을 16억원으로 높이는 법안 발의를 검토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사실상 종부세 폐지 방침으로 야당의 논의를 받았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6일 종부세는 초고가 1주택자와 보유주택 가격 총합이 높은 다주택 보유자에게만 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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