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당권 주자들 ‘핵무장 논쟁’…강성 보수층 끌어안기 기싸움

문광호·민서영 기자 2024. 6. 25. 21: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경원, SNS서 국제정세 변화 강조 “이젠 논의해야” 불 지펴
윤상현 ‘전술핵 재배치’ 주장…한동훈 “잠재적 역량 갖춰야”
원희룡은 “미 핵우산 실효성 강화할 때” 윤 정부 기조 발맞춰

6·25전쟁 74주년인 25일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핵무장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나경원 후보는 핵무장론을 폈고, 윤상현 후보는 공해상에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후보는 일본 정도의 핵무장 잠재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원희룡 후보는 미국 핵우산의 실효성을 강화할 때라고 가장 온건한 입장을 밝혔다.

나 후보는 이날 아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6·25다. 이제는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적어 논쟁에 불을 붙였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가능성 등 국제정세의 변화를 들며 “이제 핵무장에 대해 논의하고 핵무장을 할 때”라고 말했다.

나 후보는 “한동훈·원희룡 후보 말이 과거엔 ‘신중하다’ 평가를 들을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현재는 다르다. 나약한 사고방식을 깨야 한다”며 “스스로 국민을 지켜줄 힘을 갖추는 것에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강경 보수층의 지지를 받기 위해 한·원 후보와의 차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제한적 핵무장, 즉 자체 핵무기 개발이 아닌 미국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 당장 핵무장을 할 수는 없다”며 “영해 밖 공해에 핵무기를 탑재한 미국 잠수함을 갖다 놓자”고 했다. 1991년 철수한 미국 전술핵을 재배치하자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명실상부 핵보유국이 되면 우리는 제한적 핵무장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농축재처리 기술을 확보하는 등) 일단 핵보유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도 했다.

한 후보는 SNS에 “윤석열 정부는 한·미 공조를 핵동맹 수준으로 확장하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정책”이라면서도 “다만 국제정세는 변화무쌍하니 동맹에만 의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적었다.

그는 “이젠 일본처럼 농축재처리 기술 확보 등을 통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잠재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처리를 통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확보해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후보는 “직접 핵무장을 하면 국제사회 제재 리스크가 크다”며 “동맹에만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실효적인 방안”이라고 자평했다.

원 후보는 핵무장 주장과 거리를 뒀다. 그는 SNS에 “그 심정에는 충분히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독자적인 핵무장 추진이 말로 되는 건 아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한·미 양국은 지난해 워싱턴선언을 통해 ‘핵우산 강화’ 성과를 얻었다”며 “지금은 핵무장에 앞서 워싱턴선언의 실효성 확보를 통해 대북 핵억제력을 강화할 때”라고 했다. ‘윤심’(윤 대통령 의중) 후보로서 현 정부가 밀고 있는 정책의 경계를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차기 여당 대선 후보를 노리는 이들도 남북의 핵균형과 핵무장을 강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SNS에 “김일성이 스탈린에게 지원을 약속받고 남침한 6·25처럼 김정은이 푸틴에게 지원 약속받고 무얼 하려고 하는 건지 북핵 해법은 남북 핵균형 정책뿐”이라고 적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강연에서 “북한은 이미 핵을 소형·경량화했다”며 “종국적으론 핵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식 핵 보유도, 전술핵 배치도 가능하다. 일단 핵과 관련한 기술을 고도화해 일본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광호·민서영 기자 moonli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