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서 찾아야 하나”…신원 확인 못한 유족들 오열

이예슬·김태희 기자 2024. 6. 2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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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부검 결과 기다리며
빈소도 못 차리고 발만 동동
망연자실 25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소재 배터리 제조 업체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 전날 화재로 사망한 직원의 가족들이 도착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아이고 여보! 어디로 가야 해!”

25일 오전 10시쯤 리튬전지 화재 사고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 앞에서 중년 여성 3명이 울부짖었다. 유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은 사망한 가족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해 “어디로 가서 찾아야 하냐”고 외치며 폴리스라인 앞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전날 사고로 사망한 23명은 송산장례문화원 등 화성시 내 장례식장 5곳에 옮겨졌다. 그러나 대부분 정확한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이날까지도 빈소는 차려지지 않았다. 고인의 사진 등을 띄우는 장례식장 입구의 모니터는 꺼져 있었고, 장례식장 로비는 유족들 대신 경찰과 취재진으로 붐볐다.

송산장례문화원에는 이날 오전 수습된 마지막 실종자를 포함해 시신 총 6구가 안치돼 있었다. 시신들은 부검을 위해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이들 중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최초 사망자인 김모씨(52)뿐이었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언제쯤 고인들의 빈소가 차려질지 확신할 수 없다”며 “김씨 유족들도 지금은 빈소를 차리지 않고 시청에서 마련한 쉼터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김씨를 태운 차량이 국과수로 출발하는 과정에서 유족들이 “자녀들이 얼굴을 보기도 전에 먼저 출발했다”며 항의해 차량이 장례식장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유족은 한동안 오열을 멈추지 않아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이번 화재로 숨진 23명 중 상당수(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 등)는 외국인 노동자이다. 라오스 국적의 이주노동자는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귀화 절차를 밟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국내에 거주하는 가족이라도 혹시 본국에서 장례를 치르고 싶다든지, 또는 본국에 체류 중인 가족이 이곳 장례식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면 항공료·체재비 등을 지원하도록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이예슬·김태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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