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살아남았다"…끔찍 학대 버텨낸 덕성원 피해자들, 지금은 [현장탐사]
<앵커>
지난 1970~80년대 부랑인들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강제 수용하고 또 인권을 침해했던 형제복지원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그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형제복지원과 비슷한 아동 보호시설이 여러 개 더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덕성원이라는 곳에서, 가족이 있는 아이들까지 데려가서 강제 노역을 시키고 학대를 일삼았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지옥에서 살아남았다며,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밭일은 일도 아니고요. 건설 현장 어린이집부터 4층짜리 건물, 그 다음에 상가 이거를 저희가 (건설) 일을 다 했어요.]
[지옥에서 살아남았다.]
[잘 버틴거지, 다. 그 어린 나이에.]
1950년대 보육원으로 출발한 덕성원.
2000년 폐원하기까지 해마다 150~200명에 이르는 아이들을 수용했습니다.
그들 중 일부가 20여 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덕성원 피해자 : 20년을 넘게 기억에서 애써서 지우면서 살았거든요. 그 기억들을 다시 꺼내려고 하니까 너무 힘들더라고.]
덕성원은 원래 오갈 곳 없는 아이들을 보살피는 보육 시설로 인가받은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초반 정부의 이른바 부랑인 단속 사업이 대대적으로 전개되면서 가족이 있는데도 강제로 끌려온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덕성원 피해자 : 밖에 이렇게 조그마한 애가 돌아다니니까 '좋은 데다'하고 데리고 온 데가 덕성원이었는데.]
입소 경위는 각자 달랐지만 10대의 원생들은 매일같이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원장 일가와 운영진의 가혹한 폭력과 학대도 견뎌내야만 했답니다.
[덕성원 피해자 : 나무에 매달려서 맞고, 그것도 자루 안에 들어가 가지고 맞고.]
[덕성원 피해자 : 초등학교 때 맞아가지고 어깨가 다쳐가지고 지금도 어깨가 많이 짧아요, 오른쪽이.]
성적인 학대도 있었는데 40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를 않는다고 말합니다.
[덕성원 피해자 : 절대 누구한테도 발설하고 이러면 죽여버린다고 이러면서…. 그 사람들 눈에는 그냥 장난감이었던거죠.]
[덕성원 피해자 : 목사라던 사람이 제 바지를 벗기고…. 지금도 몸이 부들부들 떨립니다.]
이런 학대와 착취는 덕성원 안에서만 이루어진 게 아니었습니다.
중학교 졸업 직후 원장의 친척 집에 보내졌다는 A 씨.
7년 넘게 그곳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해야 했답니다.
[덕성원 피해자 : 그냥 무조건 당신(덕성원 원장) 시키는 대로만 하라니까 한 거지. 돈은 한 푼도 안 주는 거야, 돌아가실 때쯤 됐어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탈출도 시도해 봤지만, 생지옥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덕성원 피해자 : 도망가서 신고하고 왔는데 경찰이 파출소에서 왔는데, 이거를 입구에서 그냥 보내고 그러니까 또 '누가 신고했냐'라고 그러면 또 맞아야 되고.]
덕성원에서 자행된 폭력의 실체를 증언하는 데 동참하겠다며 미국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피해 여성도 있습니다.
[덕성원 피해자 (미국 거주) : 그런 바람으로 제가 왔어요. 용기 내서. 다른 아이들한테는 정말 이런 일이 절대로 다시는 반복되면 안 된다고….]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국가에 사과와 배상을 권고한 진실화해위원회를 찾아 덕성원 사건도 직권 조사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안종환/덕성원 피해자 : 해운대에서 바닷가에서 놀다가 파출소에 의해서 잡혀갔어요. 덕성원에 잡혀갔어요. 그런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닙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미 50여 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통해 형제복지원에서와 비슷한 일이 덕성원에서도 일어난 사실을 확인했지만 조사 기관과 인력 등의 문제로 직권조사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이상훈/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 : 최대한 보고서에 많이 담는 걸로 그런 식으로라도 하자고 보완적으로 지금 나름대로 하고 있습니다.]
10살 전후의 어린 나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유년 시절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이들.
수십 년 가슴을 짓눌렀던 한이 지금이라도 풀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고대하고 있습니다.
[안종환/덕성원 피해자 : 음지 속에 살았던 그 힘들게 커왔던 그거를 갈취해놓고. 이거는 밝혀주셔야 합니다. 그게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오영택,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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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이현영 기자 나와있습니다.
Q. 진실화해위,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
[이현영 기자 : 우선 진실화해위원회는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수용 시설의 인권 침해 사건들도 너무 많아서 내년 5월까지인 활동 기간과 인력 등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좀 더 들여다보면요. 지자체와 부랑인 수용 위탁 계약을 맺고 운영됐던 형제복지원과 달리 덕성원은 민간 시설이기 때문에 인권 침해 과정에서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을 어느 정도까지 따질 수 있느냐, 이 지점을 두고 진화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덕성원 사건을 직권 조사하기 시작하면 직권 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이 모든 민간 시설 사례를 조사해야 한다는 부담도 깔려 있습니다.]
Q. 피해자들, 이 시점에 목소리 내는 이유?
[이현영 기자 : 25년 전 폐원과 동시에 덕성원 출신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살아왔습니다. 그러다가 형제복지원이나 선감학원 사건이 알려지고 또 국가의 배상 판결까지 내려지면서 본인들이 겪었던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이제야 인식하게 된 겁니다. 실제로 이번 취재 과정에서 형제복지원과 덕성원이 긴밀한 관계를 맺고 또 둘 사이에 원생들을 거래까지 해 온 정황들이 다수 발견이 됐는데 이 내용은 내일(26일) 추가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영상편집 : 오영택)
이현영 기자 lee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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