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좇는 탈주자·멈추려는 추격자… 숨 막히는 몰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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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남'이 재규어처럼 직진한다면 '현상'은 맹수가 아닌 공작처럼 아름답게 날개를 펼치고 쫓는 느낌으로 가고 싶었다."
이 영화는 남한으로 가려는 북한군 중사 규남과 그를 막아야 하는 보위부(체제 보위 기관) 장교 현상의 추격전을 담았다.
어린 시절부터 알던 사이인 현상은 규남을 오히려 영웅으로 만들어준다.
직선으로 질주하는 규남과 달리 구교환이 연기하는 현상은 북한 체제에 갇힌 문제적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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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가려는 북한군 중사, 그를 막는 보위부 장교의 추격전
입체적 인물·세련미 돋보여… 이데올로기 아닌 인간에 초점
이제훈, 몸무게 50㎏대 만들고, 탈북 청년한테 발음도 교정
구교환, 피아니스트 꿈 포기한 체제 갇힌 장교 완벽히 소화
“‘규남’이 재규어처럼 직진한다면 ‘현상’은 맹수가 아닌 공작처럼 아름답게 날개를 펼치고 쫓는 느낌으로 가고 싶었다.”
‘탈주하려는 자’인 규남은 휴전선 인근 북한 부대에서 10년 복무 후 제대를 앞둔 중사다. 규남이 비무장지대(DMZ) 지뢰밭을 넘으려 준비하던 중 다른 병사가 먼저 귀순을 시도하다가 발각된다. 규남도 공모자로 몰린다.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장교 현상이 파견된다. 어린 시절부터 알던 사이인 현상은 규남을 오히려 영웅으로 만들어준다. 그럼에도 규남은 탈북 의지를 꺾지 않고 직진한다.
이 영화의 세련미는 입체적인 인물에서 나온다. 배우 이제훈이 연기하는 규남은 도망치는 입장임에도 당당하다. 규남이 탈북하는 이유는 배고픔이 아니라 ‘마음껏 실패할 자유’를 갖고 싶어서다. 그는 체제가 정해준 운명이 아닌 꿈을 향해 미지의 땅으로 달려간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그는 “스스로를 갈아 넣지 않으면 규남을 진실되게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게 나를 몰아붙이는 마지막 작품이라는 심정으로 저를 내던졌다”고 말했다.
이제훈은 도주 장면에서 들판과 산길을 숨이 멎을 정도로 뛰느라 무릎을 다쳤다. 2년 전 촬영했음에도 지금까지 계단을 오래 내려오면 무릎이 아프다. 최근 비무장지대(DMZ)를 통해 탈북한 20대 청년으로부터 발음, 어휘도 모두 교정받았다.
이 영화는 통상 북한을 다룬 작품과는 결이 다르다. 남북관계나 이데올로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이 감독은 “귀순 병사의 사연을 그리고 싶진 않았다. 우리와 언어, 생김새가 비슷한 북한을 배경으로 인간 자체의 근원적인 얘기를 다뤄 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탈주’를 볼 때는 이런 연출의도를 감안하는 것이 좋다. 이 작품은 현재 북한 20대의 언어를 꼼꼼히 분석한 후 일부러 조금씩 다르게 만들었다. 감독에 따르면 “관객이 꿈에서 북한에 간 것 같은 느낌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현상의 꿈이 피아니스트인 만큼 이 영화에서는 음악을 듣는 즐거움도 있다. 라흐마니노프와 쇼팽 등의 곡이 주요하게 쓰인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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