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가 사라졌다' 신예 김노진 "천천히 그리고 같이"…'셀러브리티' 되어가는 중[TEN인터뷰]
[텐아시아=이소정 기자]
"'셀러브리티' 촬영을 마치고 1년 정도 연기 휴식기를 가졌어요. 연기에 대한 마음이 식은 건 아니었지만, 그때 안 쉬면 영영 연기를 못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휴식기 동안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았는데요. 그전까진 '연기 안 하면 뭐 해 먹고 살지'라는 걱정이 있었어요. 그런데 쉬면서 이것저것 해보니 '내가 다른 걸 해도 잘 살았겠구나'를 깨달았습니다. 그러면서 연기에 대한 저의 진심을 다시 되돌아봤고, 앞으로도 꾸준히 배우로 살고 싶다는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넷플릭스 '셀러브리티'에 이어 MBN '세자가 사라졌다'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김노진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림동에 위치한 텐아시아 사옥에 방문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작품을 비롯한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노진은 한쪽으로 머리를 내려 땋은 채 '현대판 오월이' 모습을 구현한 듯 동양적인 매력을 자랑했다.
2016년 웹드라마 '태구 드라마'로 데뷔한 김노진은 꾸준히 작품 활동하다가 지난해 '셀러브리티' 촬영을 마치고 배우 인생 장기전을 위한 휴식기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어 '세자가 사라졌다'를 만나 연기를 하면서 함께 한 사람들, 작품의 의미 등 소중한 것들을 여럿 느꼈다고 고백했다.
'세자가 사라졌다'는 탄탄대로의 삶을 살던 세자 이건(수호)이 세자빈이 될 여인 최명윤(홍예지)에게 보쌈당하며 펼쳐지는 도주기를 그린 조선판 로맨틱 코미디다. 극 중 김노진은 최명윤(홍예지 분)의 최측근으로 '철부지 아씨는 내가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보디가드이자 비서 역 '오월이'를 연기했다.
현재는 거리감 없지만, 김노진과 홍예지 두 사람 모두 낯을 가리는 성향에 친해지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고 이야기했다. 김노진은 "나도 낯을 많이 가리지만, 예지는 더 가리더라"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그는 "나이 차가 있는 편이라 적극적으로 다가가면 예지가 부담스러워할 것 같았다. 편하게 하려고 기다리다 보니 예지가 마음을 열고 다가와 줬다. 점점 대화 횟수가 늘었고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친해진 이후부턴 매일 밥을 같이 먹고 서로 커피도 사다 준다. 의지하는 사이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재즈바에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김노진은 1994년생, 홍예지는 2002년생으로 둘은 8살 차이가 난다.
수호에 관해 김노진은 "여러모로 많은 걸 배웠다. 에티튜드가 정말 멋졌다"고 칭찬했다. 그는 "힘들거나 좋지 않은 상황이 생길 때 수호는 항상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아'라면서 조언을 건네고 해결책을 제시해 줬다"면서 감탄했던 면모를 밝혔다. 이어 "다방면에서 아이디어가 넘쳤다. 열정도 가득해서 배우고 느낀 게 많다"며 수호를 아낌없이 칭찬했다.
세자의 동무 '갑석' 역을 맡은 김설진과는 애드리브로 만든 장면이 많다고 했다. 김노진은 "설진 오빠에게 많은 배려를 받았다. 덕분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김주헌의 팬이었는데 함께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팬심을 고백했다.
지난 16일 '세자가 사라졌다'는 20부작의 막을 내렸다. 김노진은 "마지막 방송을 제작진, 배우들 다 같이 봤다. 감독님께서 쫑파티 날 단체 관람을 제안하셨다. 조촐하게 모이는 자리인 줄 알았는데, 가보니까 '제2의 쫑파티' 느낌처럼 스케일이 컸다"고 말하면서 김진만 감독의 리더십을 치켜세웠다.
'세자가 사라졌다'는 첫 회 시청률 1.5%(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지만, 상승세를 타면서 16회부터는 4%대로 진입했다. 최종회는 닐슨코리아 기준 순간 최고 시청률 5.6%, 전국 시청률 5.1%를 기록했다. 4회 연속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회마다 오르는 시청률을 보고 김노진은 "너무 기뻤다. 진심을 담으면 시청자분들께서도 알아봐 주신다는 걸 체감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현장 갈 때마다 참여하는 모든 이가 '세자가 사라졌다'를 사랑하는 걸 느꼈다. 결과까지 좋아서 뭉클했다"고 뜻깊은 소감을 전했다.
8년간 연기를 하고 있는 김노진에게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무엇일까. 그는 지난해 6월 공개된 '셀러브리티'를 꼽았다. 김노진은 "그전까지 밝고 귀여운 캐릭터를 많이 해왔다. 내게 다양한 면이 있기 때문에 반전되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마침 '셀러브리티'라는 기회가 주어졌다. '쏟아붓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색다른 역할이란 면에서도 의미가 컸지만, '셀러브리티'는 소속사 없이 홀로 현장에 다니면서 촬영을 마친 작품이라고도 밝혔다. 김노진은 "다행히 먼 곳에서 촬영이 많진 않았다. 거의 서울에서 진행됐고, 가끔 세트 촬영할 땐 대전에 내려갔었다. 사흘 정도 에어비앤비에서 묵으며 작품 활동했었다"고 기억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지방에 갈 때면 여운을 간직하고 싶어서 촬영 끝나자마자 서울에 올라오지 않았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고 긍정적인 면모를 내비쳤다.
"'셀러브리티'에서 펼친 연기 덕분에 '세자가 사라졌다'에도 캐스팅됐습니다. 김진만 감독님께 연락을 받고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현장에서 개인기로 '카카오 AI 스피커' 성대모사를 했었는데, 저라는 사람 자체를 좋게 보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흔치 않은 경험이라 너무 감사했고 감격스러웠어요."
그는 "'이런 분과 내가 또 언제 작업을 해보겠느냐'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촬영 내내 감독님만 믿고 갔다고 강한 신뢰를 보였다. '세자가 사라졌다'의 연출을 맡은 김진만 감독은 MBC '에덴의 동쪽', '킬미, 힐미',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 MBN '보쌈 - 운명을 훔치다' 등을 연출했다.
김노진은 어떤 계기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서게 됐을까. 그는 "학창시절 밴드부 보컬을 했다. 예체능에 흥미를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20살 때 영화 '블루 재스민'에 출연한 케이트 블란쳇 연기를 보고 첫눈에 반해 배우를 꿈꾸게 됐다고 밝혔다.
"최근 넷플릭스 '베이비 레인디어'를 너무 재밌게 봤어요. 사이코틱한 캐릭터가 참 매력적이고 끌리더라고요.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어요. 피오나 하비 배우의 연기를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셀러브리티'의 비비비 역과 비슷한 면도 있는데, 더 집착이 심해요. 욕심나는 캐릭터입니다."
그는 본래 성격과 거리가 먼 역할을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싶다며 의욕을 내비쳤다. 김노진은 "배우라면 대부분 바라는 소망이겠지만, 작품을 통해 캐릭터마다 시청자들에게 새로움을 안기고 싶다. 그게 연기자의 역할이고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고독방에서 팬분들께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천천히, 같이 가고 있다는 거예요. 31년 살면서 겁도 느끼고 걸림돌이 있다는 것도 알지만, 더 큰 설렘이 있고 윤활유가 존재하더라고요. 결국엔 앞으로 가게 되는 것 같아요. 멈추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짠' 나타날 테니 지금처럼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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