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티스만 있는거 아닙니다", 프로파 SD 역사상 55년만에 대역전 끝내기 안타...'전반기 최고의 횡재' ESPN

노재형 2024. 6. 2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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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릭슨 프로파가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터뜨린 직후 포효하며 동료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올시즌 가장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주릭슨 프로파(31)다.

프로파는 지난 2월 샌디에이고와 1년 100만달러, 타석에 따른 인센티브 150만달러의 조건에 FA 재계약했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후안 소토와 트렌트 그리샴을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하는 바람에 외야진이 부족했다.

프로파를 주전 좌익수로 염두에 두고 붙잡은 것이다. 그는 직전 시즌 8월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방출돼 샌디에이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다시 기회를 얻었지만, 주목할 만한 성적은 내지 못한 까닭으로 FA 시장에서 불러주는 팀이 없었다. 결국 원소속팀이 내민, 인센티브가 훨씬 큰 조건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

프로파는 앞서 2020~2022년 샌디에이고에서 3년간 주전 좌익수로 활약했다. 김하성이 2021년 입단했으니, 프로파와는 거의 매년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올해 우여곡절 끝에 재회한

시즌 시작 후 페넌트레이스의 절반이 지난 시점, '샌디에이고는 프로파를 잡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도 될 만큼 그의 활약은 눈부시다. 투자 대비 효율성으로 치면 프로파를 따라갈 선수가 없다. 샌디에이고는 '횡재(biggest bargain)'를 한 셈이다.

샌디에이고는 25일(이하 한국시각) 펫코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 3연전 첫 경기에서 연장 10회 프로파의 역전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7대6으로 승리했다. 또 프로파의 방망이가 위기의 팀을 살렸다.

3-3으로 맞선 양팀은 연장 들어서도 치열한 타격전을 펼치며 공격을 주고받았다.

워싱턴은 10회초 무사 2루서 케이버트 루이스의 우익선상 2루타로 한 점을 뽑아 4-3으로 리드를 잡은 뒤 닉 센젤이 샌디에이고 우완 에니엘 데로스산토스를 좌월 투런포로 두들겨 6-3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이쯤 되면 워싱턴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

김하성이 2회 득점을 올리고 들어와 주릭슨 프로파의 환영을 받고 있다. USATODAY연합뉴스

그런데 샌디에이고는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10회말 무사 2루서 도노반 솔라노가 좌중간 2루타를 쳐 찬스를 2,3루로 확대했다. 다음 타자 잭슨 메릴이 우완 헌터 하비를 중전안타로 두들기며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여 5-6으로 한 점차로 따라붙었다.

흐름을 이어가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김하성이 볼카운트 3B1S에서 하비의 5구째 97.6마일 직구를 낮은 볼로 골라 걸어나갔다. 이어 대타 타일러 웨이드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 대타 데이비드 페랄타가 3루수 파울플라이를 칠 때만 해도 여전히 역전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리드오프 루이스 아라에즈의 고의4구가 나오면서 2사 만루가 됐고, 프로파가 볼카운트 2B2S에서 하비의 7구째 바깥쪽으로 흐르는 89.7마일 스플리터를 끌어당겨 우중간을 꿰뚫는 안타로 연결하며 메릴과 김하성을 불러들였다. 극적인 재역전승의 완성이다.

샌디에이고가 연장 들어 3점차 이상의 열세를 뒤집은 것은 창단 후 두 번째다. 창단 시즌인 1969년 7월 6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 이후 55년 만에 극적인 연장 역전승을 재현한 것이다.

경기 후 프로파는 "아라에즈를 무시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라인드라이브를 치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짧게 잡고 쳤는데 잘 맞아 직선으로 날아가는 공을 보고 2점은 충분히 들어오겠구나 확신했다. 그런 타구를 날려야 한다"며 기뻐했다.

이어 그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아라에즈의 볼넷, 그리고 나서 몸쪽 높은 위협구가 왔다. 내 얼굴을 맞힐 뻔했다. 그래서 좀 흥분했던 것 같다"고 했다.

주릭슨 프로파가 끝내기 2타점 적시타를 날린 뒤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AP연합뉴스

이날 경기 전 샌디에이고는 간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허벅지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 그는 14년 3억4000만달러(약 4726억원)를 받는 초특급 스타다. 프로파는 "타티스가 다쳤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경기에서 우리가 이겼다는 게 중요하다. 여전히 우리는 좋은 팀이다. 분명히 타티스가 우리를 강하게 만들지만, 여기에는 다른 여러 좋은 선수들이 많다. 오늘처럼 이기는 법을 아는 선수들 말이다"라고 했다. 자신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프로파는 올시즌 시작하자마자 주전 좌익수 자리를 꿰차며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슬럼프도 따로 없다. 4월 타율 0.318, 4홈런, 19타점에 이어 5월에는 타율 0.344, 4홈런, 18타점, 6월 들어서는 타율 0.280, 2홈런, 13타점을 마크 중이다.

시즌 성적은 타율 0.317(278타수 88안타), 10홈런, 50타점, 43득점, 41볼넷, 4도루, 출루율 0.409, 장타율 0.478, OPS 0.887이다. 팀내에서 타율, 타점, 출루율, 장타율, OPS 1위다.

ESPN은 이날 페넌트레이스 반환점을 맞아 'MLB 중간점검: MVP부터 가장 놀라운 선수까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가장 놀라운 선수로 프로파를 선정했다. ESPN은 '프로파는 메이저리그가 기대했던 스타 유격수로 성장한 적이 결코 없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그는 그가 도달하리라 기대했던 그 위치에 마침내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샌디에이고는 보너스까지 줘도 기꺼해야 250만달러(약 35억원)짜리인 프로파 덕분에 타티스의 공백을 그나마 잊을 수 있는 상황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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