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구속 이례적"… 타 언론사 기자 구속으로 번지나
이른바 ‘허위 인터뷰’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과 김만배씨가 21일 새벽 구속됐다. 검찰의 구속기간은 20일이다. 조만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겠다는 의미가 크다. 신 전 전문위원은 25일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이 합당한 지 다시 판단해 달라며 구속적부심을 신청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와 관련해 이미 두 차례 구속된 김씨와 달리 신 전 전문위원의 구속은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구속 전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지는 동안 기자들은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 앞에서 두 사람이 풀려나면 질문하려 기다렸다. 한 기자는 “두 사람 사이 돈이 오가긴 했지만 혐의 내용이 (중대범죄가 아닌) 명예훼손이어서 기자 대부분이 구속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명예훼손으로 구속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사건이 발생한 지도 상당히 지났고 검찰이 수사한 지도 수개월이 됐는데 지금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이걸 받아들이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이유는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였다.
김씨와 신 전 전문위원은 3년 전인 2021년 9월 만나 대화했다. 닷새 뒤 신 전 전문위원은 2020년 발간한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를 김씨에게 판 명목으로 1억 6500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 돈의 성격을 두 사람이 허위 인터뷰를 공모한 대가로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신 전 전문위원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검찰이 압수수색하면서 사건은 대중에 드러났다.
양 변호사는 “통상 공직자의 공무 수행에 대한 의혹 제기나 비판 보도는 명예훼손이 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11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보도가 공직자의 인격에 대한 경솔한 공격이 아닌 이상 명예훼손이 성립되지는 않는다. 직무를 비판했다고 해서 이를 수행한 개인의 명예까지 훼손할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윤 대통령처럼 이미 퇴직한 상태에서 이전 공직 지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을 때에도 이 법리가 적용될지는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양 변호사는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과장으로 있던 당시 대장동 민간개발업체가 부산저축은행에서 1000억원 넘게 대출받는 과정에서 브로커 조우형씨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씨가 윤 대통령과 가까운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하자 참고인 조사만 받게 하고 사건을 덮었다는 것이다.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6일 뉴스타파가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통해 부실수사 의혹을 보도하기 전에도 JTBC와 경향신문, 뉴스버스가 같은 의혹을 보도했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에는 MBC와 KBS 등이 녹취록을 인용해 보도했다. KBS를 제외한 이들 언론사 모두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의 이번 구속이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 대한 구속으로 번지지 않을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1일 성명을 내고 “신 전 전문위원의 구속이 윤석열 정권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비판언론 탄압의 신호탄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며 “검찰은 정치수사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뉴스타파 자체 진상조사위원회에 참여한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다른 기자들까지 명예훼손으로 구속될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녹취록이 일부 편집되긴 했더라도 뉴스타파 보도는 본질적 내용을 왜곡하지 않아 허위라고 볼 수 없다. 만약 그랬다면 뉴스타파 기자부터 구속됐을 것”이라며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도 아직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의혹이라 경향신문 등이 이를 보도한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밝히려 집중하는 대목은 명예훼손 혐의보다 김씨와 신 전 전문위원의 공모여부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심 교수는 설명했다. 검찰이 내세우는 ‘여론조작’이나 ‘선거개입’이 범죄는 아니고 현행법상 마땅히 적용할 혐의도 없지만 공모 사실을 밝히기만 해도 새로운 정국을 만들 수 있다는 목적의식이 더 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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