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학생인권조례' 갈등…쟁점은?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서울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 건 지난 2012년 제정된 지 12년 만이고, 지난 4월 충남에 이어 두 번째 사례입니다.
비슷한 움직임이 다른 지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는데,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쟁점, 취재기자와 조금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이상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오세요.
먼저 오늘 재의결 결과 이대로 확정된다고 보면 되는 겁니까?
이상미 기자
네, 일단 시의회에서는 오늘 재의결로, 폐지안이 확정됐습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은 두 달 전인 4월 26일, 시의회에서 한 차례 가결됐는데요.
하지만 이에 불복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재의를 요구했습니다.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한건데요.
이에 따라 서울시의회가 이달 정례회가 끝나기 전에, 해당 조례안을 다시 상정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습니다.
이번 주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임시회를 소집하거나, 9월로 넘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시의회는 예상대로 오늘 열린 본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상정했는데, 이번에도 가결됐습니다.
교육감이 재의를 요구한 조례안을 통과시키려면,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해,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이번 재의결에서는 찬성에 76명, 반대 34명, 기권 1명으로 투표 결과가 나오면서,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확정됐습니다.
교육감의 재의 요구에도 결과를 뒤집진 못한 겁니다.
서현아 앵커
폐지에 재의요구 또다시 폐지까지 상당히 지난한 과정을 거쳐온 건데요.
오늘 본회의 상정 앞두고 찬반 기자회견도 아주 치열하게 열렸다고요.
이상미 기자
오늘 시의회 앞에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찬성하는 단체와 반대하는 단체들이 각각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인 서울시학생인권조례폐지 범시민연대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 인권조례가 조속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단체는 폐지가 확정된 이후에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습니다.
반면, 폐지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이들은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생 1,200여 명 가운데, 83%가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고 있고, 조례가 폐지되면 학생 인권 상황 나빠질 것이라고 인식한다고 밝혔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렇게 찬반이 팽팽하면 논란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건데, 앞으로 서울시교육청은 어떻게 대응해 나갈 계획입니까?
이상미 기자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결과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학생인권 조례가 폐지되면 학교 현장의 차별과 혐오를 조장할 수 있고, 인권 보장 책무를 규정하는 법령 위반 소지도 있다는 겁니다.
시교육청은 앞으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법원에 이번 재의결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동시에 '집행정지'도 신청할 계획입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입장문을 통해 “학생인권조례 폐지로 인해 발생하는 학생 인권 보호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죠, 서울에 앞서서 학생인권조례가 처음으로 폐지된 충남 상황, 지금 어떻습니까?
이상미 기자
충남도의회는 지난달 24일, 재의결을 거쳐 전국에서 최초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했는데요.
이에 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헌법과 상위 법령을 위반한다며,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 신청도 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교육청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로써 본안 소송인 '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 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학생인권조례는 효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는데요.
서울시교육청도 충남교육청과 마찬가지로 대법원에 제소할 뜻을 밝힌 만큼, 학생인권조례 폐지 여부는 앞으로 법정에서 다투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현아 앵커
결국 교권 침해 이슈하고 관련이 있다 보니까 경기도교육청에서는 또 제3의 길,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 모두의 권리를 보장하겠다, 이런 걸 만들었지만 도의회에서 논의가 쉽지 않다고요?
이상미 기자
경기도에서는 학생인권조례와 교권보호조례를 합친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을 만들었는데요.
하지만 아직 도의회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는 모레까지 열리는 이달 임시회에 해당 조례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이렇게 되면 사실상 전반기 도의회에서는 처리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이에 대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유감의 뜻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현재 민주당은 조례안이 학교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 낼 정도로 완성도를 갖추지 못했다며 상정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례안 논의는 이제 하반기 의회로 넘어간 셈인데요. 현재 상황으로는 9월 임시회는 되어야 안건 제출과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현아 앵커
이렇게 갈등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는데,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학생인권과 관련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고요.
이상미 기자
전국 곳곳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면서, 국회에서는 이번 기회에 교사와 학생의 권리와 책임을 법으로 규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한 특별법안(학생인권법)'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진 못했는데요.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학생인권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보편적 인권을 보장하고 민주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책임과 권리를 특별법으로 제정하겠다는 건데요.
이렇게 되면 기존의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더라도 학생인권을 보호할 수 있을 안전망이 생긴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사실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이어져 왔는데요.
같은 갈등을 반복하기보다 이제는 조금 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 대법원의 결론도 지켜봐야겠습니다.
이상미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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