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치된 위험 외주화, 이주노동자 덮친 리튬공장 참사

한겨레 2024. 6. 2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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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의 리튬 1차전지 제조공장 화재 사고로 숨진 희생자 대부분은 이주노동자였다.

대형 참사로 인한 희생이 한국인 정규직보다 더 열악한 작업공간에 고립돼 있던 외국인 일용직에 집중되면서 안전에 취약한 이주노동자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주노동자들에 희생이 집중된 데는 안전에 취약한 복잡한 고용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화재 사고가 난 제조사 아리셀의 전체 직원 100여명 중 절반 이상은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보내진 일용직 이주노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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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화성시의 리튬 1차전지 제조공장 화재 사고로 숨진 희생자 대부분은 이주노동자였다. 25일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로 희생된 23명 가운데 17명이 중국인이고 1명이 라오스인, 나머지 5명은 귀화한 중국동포를 포함한 한국인이라고 밝혔다. 대형 참사로 인한 희생이 한국인 정규직보다 더 열악한 작업공간에 고립돼 있던 외국인 일용직에 집중되면서 안전에 취약한 이주노동자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리튬 전지는 한번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1천도 이상 온도가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물이 닿으면 2차 폭발 위험이 있어 일반적인 화재 진압 방식을 쓰기도 어렵다. 재충전이 가능한 2차전지와 달리 1차전지는 만충 상태로 보관돼 불이 나면 더 위험하다. 이 때문에 화재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화재 당시 폐회로티브이(CCTV) 영상을 보면 발화 초기 작업자들은 2차 폭발이 시작됐는데도 분말소화기로 진화를 하는 등 사고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쇄 폭발 뒤에야 자리를 피한 이들도 보였다. 적치물 때문에 대피로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도 화재 발생 시 대처 요령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정황들이다.

이주노동자들에 희생이 집중된 데는 안전에 취약한 복잡한 고용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화재 사고가 난 제조사 아리셀의 전체 직원 100여명 중 절반 이상은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보내진 일용직 이주노동자였다. 아리셀은 외국인에 대해서도 안전교육을 했다고 밝혔지만 일감이 있을 때 투입되는 일용직들이 제대로 안전 교육이나 대피 훈련을 받았을지 의문이다. 제조업은 파견이 허용되는 업종이 아니어서 불법 파견도 의심되는 상황이다. 희생자들에 대한 관리 책임 소재조차 불분명하다는 의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 희생자는 아직 신원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빈소에는 이름 대신 식별번호만 붙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무분별한 ‘위험의 외주화’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경종을 울린 또 하나의 사건이다.

정부는 인구 감소와 내국인 노동자 기피 등을 이유로 이주노동자 도입 규모를 계속 늘려왔지만 그에 따른 처우 개선이나 안전 관리 등은 사실상 방치해왔다. 이주노동자의 산재 비율은 내국인의 6배에 이른다. 유해물질을 다루는 사업장뿐 아니라 건설 현장에서도 이주노동자 산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과 함께 이주노동자 산업안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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