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근대 일본의 문을 연 `폐번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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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번치현'(廢藩置縣), 번(藩)을 폐지하고 지방통치를 중앙관 아래의 부(府)와 현( 懸)으로 일원화한 일본의 행정개혁을 말한다.
일본 고쿠시칸(國士館)대학 명예교수로서 일본 근대사 분야를 연구해 온 저자는 메이지 일왕이 전광석화와 같이 단행한 폐번치현의 배경과 과정을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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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쓰타 마사하루 지음 / 김용범 옮김
교유서가 펴냄
'폐번치현'(廢藩置縣), 번(藩)을 폐지하고 지방통치를 중앙관 아래의 부(府)와 현( 懸)으로 일원화한 일본의 행정개혁을 말한다. 메이지(明治) 4년(1871년) 8월 29일 오후 2시, 메이지 일왕이 칙서를 발표했다. 칙서에는 '번을 폐하고 현을 만든다'는 명령이 있었다. 폐번치현의 단행이었다. 왕정 복고에 이은 제2의 쿠데타였다. 칙서 한 통으로 번이 소멸되면서 에도(江戶) 바쿠후(幕府)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폐번치현은 일본을 봉건국가에서 근대국가로 이행시킨 대사건이었다.
책은 2014년 출판된 가쓰타 마사하루의 '폐번치현-근대국가 탄생의 무대 뒤'의 번역서다. 메이지유신 폐번치현을 단독으로 다룬 책으로는 국내 첫 소개이다. 일본 고쿠시칸(國士館)대학 명예교수로서 일본 근대사 분야를 연구해 온 저자는 메이지 일왕이 전광석화와 같이 단행한 폐번치현의 배경과 과정을 들여다 본다. 260년 이상 이어진 에도 막부가 무너진 후 번 체제가 어떻게 붕괴했는지, 왕정 복고를 통해 성립된 유신 정부가 당초부터 번 체제를 폐지하려 했는지 등을 찬찬히 다룬다. 폐번치현을 결과론적으로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상황에 몸을 두고 그 장소로부터 들여다 보는 저자의 시각이 독특하다.
폐번치현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당시 문서와 일기류, 회의록 등에 기초한 1차 사료를 풍부히 인용한 서술이 현장감 넘친다. 특히 일부나마 다이묘(영주)들이 일왕에게 자신들의 영지(領地)와 영민(領民), 즉 '판적'(版籍)을 반환한 판적봉환(版籍奉還)의 건백(建白, 윗사람에게 의견을 냄) 문건, 폐번치현 조서 등을 직접 다루고 있어 당시의 분위기를 한층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책은 서장 '번이 사라진 날'에서 시작해 종장 '이와쿠라 사절단의 출발'로 이야기의 막을 내린다. 메이지 국가의 탄생 속에 숨겨진, 잘 알려지지 않은 무대 뒤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일본 근대사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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